안녕하세요, 오늘부터 매니저입니다 - 6점
윌 라슨 지음, 장현희 옮김/길벗

소재의 특징 때문에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일반적인 매니저에 관한 책은 많으나, 기술자들의 매니저로써 역할에 대해 설명하는 책은 드물고 특히, 매니저들을 관리하는 매니저에 관한 책은 들어본 기억이 없어 관심이 갔다.

 

1장과 7장은 다른 책이라면 머릿말(혹은 작가의 말)과 부록이고, 2장부터 6장까지가 본문에 해당한다. 2장에서는 조직, 3장은 도구, 4장 접근법, 5장 문화, 6장 경력에 관해 나누어 설명한다. 저자의 이력이 엔지니어로 시작해 매니저로 일한 만큼 개발자 세계의 매니저의 역할과 매니저의 매니저 (매니저 관리자)로써의 역할에 대해서 두루 알고 설명하고자 한다.

 

첫 저작물인 듯 거친 문장이 눈에 띈다. 군데군데 비문도 보이고.

투박한 번역투는 그럴저럭 여러 번 읽어 적응될 만 하다해도 용어의 직역은 그 뜻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원문 단어를 병용하던지 역주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2장의 '팀'과 '조직'은 문맥상 상하위 포함 관계로 보이나, 왜 이렇게 번역했는지 알면 더 좋았을 것이다. (원문을 찾아 읽어야 하나) 저자의 의도가 좀 더 명확했으면 싶은 부분도 있는데, '팀'의 리더(팀장) 혹은 '조직'의 리더(관리자의 관리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먼저 설명한(주장) 후, 팀의 규모가 적거나 많을 때의 장담점을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부분도 존재한다.

 

문제는 이 책이 번역서라는 것이다.

역자의 능력에 따라 거친 문장도 미려한 문체로 번역(의역)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후속작이자 같은 번역가의 전작'(스태프 엔지니어)의 번역 품질을 생각하면 더 아쉬움이 남는다.

스태프 엔지니어 - 8점
윌 라슨 지음, 장현희 옮김/길벗

주제가 참신하고 관심이 가는 책이었는데, 아쉽다.

 

# 출판사에서 이벤트로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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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환자 - 6점
재스퍼 드윗 지음, 서은원 옮김/시월이일

'모든 병원엔 '그 환자'가 있기 마련이다'

 

소재가 곧 제목인 소설로 reddit으로 연재되어 그 해 베스트 게시물이 되고, 20개국 판권에 영화화도 추진되는 공포/스릴러/의학 장르 소설이다.

대략 2020년에 구매해서 가지고만 있다가,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한 어느 주말에 완독했다. 오랜만에 읽은 장르 소설이라 그런지 쉽게쉽게 후다닥 읽어버렸다.

 

촉망받는 정신과 의사인 파커는 연인을 따라 외딴 지역의 정신병원으로 취직하게 되고 해당 병원의 '그 환자'인 조를 만나, 자신이 주치의가 된다. 조는 어렸을 때부터 이 병원에서 지내는 환자로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로 분류되어 회복을 위한 어떤 활동이나 진료도 받지 못 하는 상황이었고, 젊고 야망이 있는 파커는 자신이 그를 치료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 빠져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조는 자신과 연결되는 모든 사람 (같은 방 환자나 의사, 간호사를 포함하여)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태어난 사람으로 보이는데, 파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내용은 초반부터 흡입력 있게 진행되는 편인데, 마지막으로 갈수록 장르가 모호해지면서 (스릴러인지 공포물인지, 의학관련인지 심령사건인지) 사건이 흐지부지되는 면이 있어 약간 아쉬움이 남는 소설이었다. 여러 번 곱씹으면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하나 둘 늘어가지만, 킬링 타임용으로는 충분하다.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 -
8점정경심 지음/보리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

  • 정경심 저

 

조국 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나고 그 후, 모두 잘 알다시피 자신과 가족, 친인척, 지인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수사, 결국 처음 의혹이 제기되었던 사모펀드니 대선자금이니 하던 떠들썩했던 범죄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그러는 사이, 애먼 그의 배우자가 자신의 학교에서 발행한 ‘표창장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되어 다른 재판에서라면 증거 효력 조차도 없었을)의 직인을 허락 없이 사용’했다는 혐의에 의해 징역 4년이라는 중범죄에나 해당되는 실형을 받고 수감되었다.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자녀들도 수익자로 적시되어 재판을 받는 중이고 말이다. 그와 그녀의 가족의 시련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책은 그녀가 수감된 이후 최근 가석방으로 출소하기까지 1152일(만 3년하고도 몇 달)을 독방에서 병(그녀는 사고로 한쪽 눈과 뇌에 후휴증이 있으며, 허리 디스크로 수감 기간 동안 계속 휠체어에 의지했다)과 싸워가며 한 자 한 자 눌러 쓴 ‘수기’이자 ‘시’이다. 

부재인 “깊은 절망과 더 높은 희망”에서 보듯 자신에게 닥친 가혹한 시련에 절망하면서도 가족과 주변의 응원에 기대 희망을 가지며 쓴 글이다. 처한 상황이 (당시나 지금이나) 녹록하지 못 해 고치거나 다듬을 새도 없던 부끄러운 글이라 스스로 낮추지만, 그럼에도 자신에게 주었던 관심과 애정을 잊지 않고 자신이 잘 ‘존재’해 왔음을 알리는 글이다.

 

가족의 애틋한 정을 담은 ‘멀리서 너를 바라만 보아도’, 가혹하고 불공평한 수감 기간 동안에 대한 절망감을 담은 ‘운명의 바퀴여 제발’, 이 모든 상황을 덤덤히 받아들이게 되는 ‘아름다움이 되는 순간까지’ 도합 3장 196편의 시에 걸쳐 그는 하루하루의 절망을 손바닥 만한 구치소 ‘보고전’ 용지에 써내려가며 마음을 다스려 나간다. 마침내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 닥친 시련을 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인 것 같다.

 

그녀는 가석방 전 마지막 구치소의 밤을 자신의 방을 정리(그림을 떼어 내며)하고 그 안에서의 인연들과 인사(교도관 Q에게, 가볍게 떠나리라)하며 나올만큼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으로 읽힌다. (글은 그의 생각과 행동을 대변한다) 비록 그가 비정상적으로 엄한 사법의 판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 본성, 본질은 바꾸지 못 한다.

 

수 년 전에는 그 존재조차도 몰랐으나 이제는 그녀가 ‘조국’의 아내이자 가족의 일원 일 뿐 아니라 문학가이자 시인으로써 앞으로의 인생도 절망을 넘어 희망으로 나아가길 멀리서나마 응원한다.

 

2023년 12월 서평

그림으로 배우는 리눅스 구조 -
8점타케우치 사토루 지음, 서수환 옮김/한빛미디어

 

그림으로 배우는 리눅스 구조

  • 타케우치 사토루 저/서수환 역

 

최근 읽고 있는 업무용 도서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한 분류는 PM(프로덕트 매니저)으로써 다루어야 할 제품의 수명 수기와 요구 사항 관리, 개발/유지 보수 등의 일정 관리 등에 관한 책이고, 다른 분류는 주니어 개발자들의 개발 능력 (혹은 전문 지식) 함양에 관한 교육 자료이다.

 

그 중 주니어 개발자들의 리눅스 기반 개발에 필요한 시스템 개론 관련 책으로 다음 책을 추천한다.

 

그림으로 배우는 리눅스 구조.

원제는 “Linux의 구조-실험과 도해로 배우는 OS, 가상머신, 컨테이너의 기초지식” 으로 2 종류 이상의 코드와 개념을 설명하는 그림을 더해 OS 특히 리눅스의 여러 특징적인 부분과 가상머신, 컨테이너까지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영진.com의  “그림으로 배우는…” 시리즈와 비슷한 이름을 택하고 있고, 해당 시리즈와 유사하게 일본 저자의 책을 번역한 번역서이지만, 다른 출판사(한빛미디어)의 책이고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 일본 저자의 책이다. (일본 저자들은 대체로 꼼꼼하고 빠진 내용 없이 주제를 잘 다루는 편이다.)

  • 그림과 코드를 잘 활용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설명한다. (불필요한 군더더기 설명이 적은 편)

  • 프로세스와 스케쥴러부터 메모리와 장치 관리까지 전반적인 OS의 개념을 다룬다.

  • 가상화와 컨테이너는 책의 특성상 가볍게 스치고 지나가는 편이다.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다.

 


  • 이 책은 개론서보다 더 라이트한 책이므로 꼭 개별 주제의 구체적인 참고 서적을 추가 공부해야 한다.

  • 가상화와 컨테이너 등의 주제는 그 자체로도 방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꼭 다른 전문 서적을 참고하는 편이 좋겠다.

 

아무튼 오랜만에 쉬우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책을 만나 즐거웠다. 더불어 편견도 깨는 좋은 기회였다.

 

2023년 11월 서평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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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자와 겐지의 소설

- 일본 최초의 SF작가이자 동화작가로 젊은 나이에 요절하여 사후에 작품이 인정받은 사람이다.

 

- 마을 축제날, 주인공인 조반니가 친구인 캄파넬라와 '은하철도'를 타고 은하를 여행하며 신비하고 특별한 경험을 한 후에 깨어 보니 꿈이었다는 일종의 액자 소설이다.

- 그 친구는 실제로는 축제에 같이 놀러 온 다른 친구를 구하고 자신은 물에 빠져 실종된 것으로, 친구의 죽음 이후를 곁에서 유일하게 배웅한 것이란 생각에 터질 듯한 슬픔의 감정과 

- 마침 타지에서 전해진 아버지의 귀향 소식을 어머니께 전하려 집으로 달려 가는 모습에서 그려지는 기쁨의 감정을 대조하며 글을 마친다.

- 작가는 은하를 여행하던 중 만난 여러 인물들과 특히, 캄파넬라와 단 둘이 남은 마지막 여정에서 나눈 '참된 행복'에 대한 대화를 통해 인생의 교훈, 행복에 대한 관점 등을 말하려 하는 것 같다.

 

- 글은 작가가 초고 이후로도 여러 번 쓰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마무리가 되지 못한 채 유작으로 남아 여러 해석을 낳고 있지만, "열차를 타고 은하를 여행하며, 행복의 의미를 찾는다"는 설정은 여러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것 같다.

- '은하철도 999'를 비롯, 일본 판타지 애니메이션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유명하다.

 

- 설명했듯 이야기가 마무리되지 않은 듯 끝나고, 여러 해석이 있는 만큼 아이들이 읽고 이해하기엔 다소 난해한 상황이 있어 어른들이 그 의미를 해석해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 나는 전자책으로 일독하였으나, 종이책 특히 삽화가 포함된 것으로 읽으면 조금 더 이해도가 높아질 듯 하다.

- 아이들이 읽고 던져올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먼저 읽어 본 책.

 

은하철도의 밤 (한국어판) -
8점미야자와 겐지 지음, 김동근 옮김/소와다리

은하철도의 밤 -
8점미야자와 겐지 지음, 양은숙 옮김, 고상미 그림/현북스

2023년 11월 서평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 8점
요시노 겐자부로 지음, 김욱 옮김/양철북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최근에 극장에서 개봉되어 불경기임에도 100만이 훌쩍 넘는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애니메이션(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과 동명인 이 작품은 노감독이 마지막 은퇴작 제목으로 정했을 만큼 (소년 시절) 그에게 영향을 끼친 작품이며, 그 뿐 아니라 일본 청소년들의 필독서라 한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오랜 팬으로 그의 은퇴작을 기다리며, 원작을 미리 읽어두려고 일독하였다.

 

주인공인 중학생 '코페르' (별명)는 (인간 사이의) 관계, 꿈, 우정, 왕따와 학교폭력 등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그의 외삼촌과 대화와 필담을 통해 나누며 자신의 정체성(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들과 대등한 나)과 가치관(평화와 신의)을 성립해 나간다.

그 나이의 사람이 겪을 만한 일들을 주인공이 경험하고 그의 멘토와 대화를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해 나간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진부하고 뻔한 교훈을 담은 이야기일지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의 출판 시기를 생각해 보면 이 뻔하디 뻔한 이야기가 굉장히 놀라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하나의 사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거의 90여년 전, 1937년에 출간되었다. 이 때는 유럽의 파시즘과 더불어 일본제국에는 군국주의가 확산되면서 전쟁을 미화하며, 약육강식을 당연한 시대정신으로 여기던 때였다.

일본의 뜻있는 지식인 (저자인 요시노 겐자부로를 포함하여)들은 사회의 분위기를 개탄하며 청소년들이라도 이 전쟁의 광기에서 지켜내고자 이 책들을 발간했으며, 전쟁이 본격화되자 오랜 기간 금서로 지정되는 등 어려움을 겪다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고전이 된 것이다.

 

전후 반세기가 훌쩍 지난 요즘이지만, 이제는 전쟁만큼 무시무시한 자본의 지배로 인강성이 억눌리고 말살되는 엄혹한 시대다. 

고리타분하지만 묵직한 울림이 있는 책이 더욱 간절한 시대이기도 하다.

 

참고로 극장의 그 애니메이션은 제목과 주제의식만 빌려왔을 뿐 책의 줄거리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그래도 자체만으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

 

2023년 10월 서평

조국의 딸. 조민의 에세이집.

최근 출간 되어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아버지의 책을 넘어선 것으로 화제가 되었던 책이다.
30대 초반 젊은이의 여러 생각과 함께 조국의 가족으로 겪은 근래 여러 가지 일에 대한 소회도 밝히고 있다.

근 5년간 그 가족이 겪은 일에 안타까운 마음이 크면서도 한편, 가족을 생각하면 '나는 저렇게 못 하지 않을까' 고개가 설레설레 저어지는데 조민의 글과 거기에 깃든 생각을 보니 '그 아버지에 그 딸'이란 생각에 대견하고 기특한 마음이 든다.

그의 아버지가 더 이상 연구자의 길을 걷기 어렵고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삶의 길을 찾게 되었듯, 그녀도 새로운 삶에 충실하고 하고자 하는 바를 잘 이루어 갈 수 있도록 응원한다.

 

2023년 9월 서평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 - 6점
김성연(우디) 지음/한빛미디어

세상의 모든 서비스가 핸드폰 안(?)으로 들어가고, 세상사 모든 일을 핸드폰 사이즈에서 처리하다 보니 그 작은 화면 안에서도 사용자의 이목을 끌만한 무언가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같은 종류의 일을 하는 서비스가 기껏해야 1-2개 수준이던 아날로그 시대에서 이제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같은 일을 하는 서비스가 생기기도 하고 그만큼 없어지기도 한다. 말 그대로 무한 경쟁의 시대.

 

옛날 서비스는 기능에 충실하고, 한 화면에 중요한 대부분의 것을 보여주면 되었다. (물론 그 당시도 unix의 small is beautiful 철학이 있었고, google의 단촐한 검색 화면이 이슈화되기도 했다.) 요즘은 간결한 화면에 주요한 것만 보여주거나 사용자의 편의성을 따지는 정도가 서비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척도이다. 그만큼 '디자인'에 목숨을 거는 시대라는 것이다.

나를 포함 시스템 개발자 출신들은 대체로 기능 완성에 집착하지 미적 감각과는 거리가 멀어서 요즘 트렌드에 발 맞춰 가려면 수박 겉핧기라도 '디자인'에 관해 알아야겠다는 심정으로 이 책을 열었다.

 

책은 디자이너 경력 10여년에 글쓰기와 커뮤니티 운영을 하는 작가의 연재글을 모아 책으로 낸 것이다. (해당 출판 프로젝트의 대상이라 한다.)

책을 시작하며 기대하기는 이 책을 통해 디자인에 관해 무지한 나를 느끼고, 현재 나에게 필요한 디자인적 관점 혹은 감각을 1이라도 덧붙이고자 한 것이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드는 생각은 글 제목에 언급한 대로 '디자인 만물설'에 관한 여러 편의 강의를 들은 느낌이다. 

1장에서 UI와 UX를 설명할 때까지만 해도, [토스]나 [넷플릭스]의 디자인적 요소를 설명할 때까지만 해도 보통의 디자인 관련 책인줄 알았다. 그런데 점점 '기획'과 '마케팅'을 넘나드는 해설이 나오더니 2장에서 개발 방법론에 관한 설명에 이르러서는 세상의 모든 서비스와 프로젝트가 '디자인'을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믿고 있는 듯 했다. 내가 익히 알아왔던 '기술'부터 잘은 모르지만 중요하다고 느끼는 '기획', '마케팅'의 영역까지도 디자인 그 자체, 혹은 디자인에 종속된 개념으로 이해하고 믿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다.

세상이 아무리 b2c 기반의 '서비스' 중심으로 돌아가고 위에서 쓴 대로 "디자인이 중요한 서비스의 기준이 되었다" 해도 '기능'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기획(목적)이 불분명한 제품 혹은 서비스는 겉만 번지르 하거나 가볍고 트랜디하다고 하여 사용자의 선택을 못 받을텐데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무리하게 '개발', '기획'이나 '마케팅'의 영역이라 오랜 기간 합의된 것도 '디자인'이라 주장하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저자가 디자이너 후학들에게 보내는 미래 핵심 디자이너들의 '매니페스토'같은 인상도 받았다. 솔직히 아직까지 나는 '디자인'을 제품(혹은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기 보다는 보조 개념(혹은 하위 개념)으로 보았는데, 저자는 나와 같은 올드한 다수의 시각을 거부하는 듯 하다. 오히려 디자이너들이 주도적으로 디자인을 프로젝트의 핵심 개념으로 세우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동료 혹은 고객)이 디자인을 다른 역할의 상위 개념으로 바라보기를 원하는 듯 하다. 핵심 목적이 이것(매니페스토)라면 독자가 디자이너 및 디자이너 관계자인 전제 하에 적절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호평 일색이던 추천사 대부분도 현직 디자이너거나 디자이너 출신이어서 그런 것일지도.

 

저자의 프롤로그를 믿고 더 이상 책을 읽지 말았어야 했나?

 

저자는 프롤로그 말미에 "'장식적인 의미의 디자인과 크게 관련 없어 보이는' 이 책의 다섯 개 장은 현재 '가장 트렌디한 디자인 사고방식'을 담고 있다."고 했다.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정확히 다섯 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의 모든 장을 통털어 전통적인 디자인 혹은 개선된 디자인 개념 혹은 기법이 아니라, 혁신적이고 (한편으로 꽤나 파괴적인) 가장 트렌디한 디자인 '사고방식'을 담았다고 선언한 것이다.

프롤로그의 마지막 문장은 미래에 어떤 경험을 예견하는 것 같아 섬뜩하기까지 하다.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디자인 사고의 매커니즘을 알아둔다면 여러분이 일하는 모든 영역에서 분명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사고를 하는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이란... (저자는 5장에서 커뮤니케이션도 디자인의 일환이라 말한다.)

 

초기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독서에 힘이 빠지지만, 이 또한 좋은 경험(안티패턴)이 아닐까 싶다.

 

디자인 관련 책이기 때문에 책의 디자인에 관해서도 간단히 언급해 둔다.

 

1. 책 사이즈는 정당한 것 같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너무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국판'에 가까운 판형(140x200). 그런데 굳이 '국판'을 따르지 않고 '국판'에 가깝게 만들었을까? 책을 서가에 꽂을 때 가지런한 편이 좋은데.

2. 책등보다 책배 쪽으로 글을 치우치게 하여 가독성을 키우려 한 점은 (의도가 맞다면 이해되나) 책이 두껍지 않은 관계로 그닥 효과적이진 않은 것 같다.

3. 쪽번호와 각주가 각각 가독성이 떨어지는 크기와 색상인 점은 좀 아쉽다.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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