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 공화국 - 8점
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

대한민국 사회는 온갖 부조리가 판치는 그야말로 '디스토피아'다.

경제, 사회, 문화, 인간성, 균형/발전에 이르기까지 온갖 부조리가 판을 치며 가망이 없다.

 

우선, 서울로 모이는 초집중화. (특히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부가 쌓이고, 격차가 생기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도 점점 악마화 되어 사는 곳에 따라 계급을 나누고, 스스로 차별하기 시작하며 만연한 갑질, 물질 만능 주의에 취하고, 젊은 세대들은 계층 이동 자체를 꿈꾸지 않으며 희망을 갖지 않는다.

 

저자는 이 현상(바벨탑 공화국)의 가장 주요한 원인을 '부의 편중', 그중에서도 수도권 vs. 지방, 자가 vs. 임대, 아파트 vs. 다른 주거 형태 (빌라, 연립주택) 등 '주거' - 지만 '재산' 형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부동산' - 에 관한 편중이 심한 것을 지적한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대안 - 타인의 주장 - 을 꼼꼼히 소개하면서도, 잘 안 되는 이유나 대안의 논리적 약점을 들어 상황의 개선이 불가함을 설파한다.

 

직업이 '비평가'여서인가. 비평은 날카로우나 스스로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는 예의 '강준만'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준다.

2015/05/18 - [서평] - 이해가 되는, 동의할 수 없는 - 싸가지 없는 진보를 읽고

 

책 표지의 저자 설명이 잘 나타내듯, 저자는

'이 시대의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앞장섰다.'

문제는 문제다 라고 외치는 사람. 필요하다.

하지만, 대안을 들고 오는 사람이 좀 더 책임감 있어 보인다.

물론 대안이 없다고 닥치고 있으란 얘기는 아니지만.

 

끝까지 '새드 앤딩(sad endding).' 아쉽다.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0) 2019.10.31
실습과 그림으로 배우는 리눅스 구조  (0) 2019.05.16
마태복음 뒷조사  (1) 2019.03.26
경제의 속살  (0) 2019.01.31
[100자 평] 열두 발자국  (0) 2019.01.02
싸가지 없는 진보 - 8점
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

강준만 교수는 '인물과 사상'에서 오랜동안 주필로 활동하면서 여러 정치인, 지식인에 대한 비평 - 즉, 인물비평에 대한 새 장을 연 지식인이며, 저서를 통해 비평한 김대중과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서 킹메이커라는 별명도 얻은 저명한 저술가이다. (물론, 이번에 밀었던 안철수 후보는 후보 사퇴를 했기 때문에 보기에 따라 2전승 또는 2승 1패의 전적으로 볼 수도 있다.) 다독으로도 유명하며, '강남좌파' 등 새로운 조어(이자 저작)를 생산해 내기로도 유명하다.


그가 이번에 쓴 작품은 '싸가지 없는 진보' 라는 다소 공격적인 제목의 책이며, 책의 주제는 '진보가 집권하기 위해서는 태도가 중요하다' 는 것이다. 진보가 주제도 명확하고 옳은 말을 잘 하지만 그 말이 전달되는 순간 듣는 이의 마음을 얻지 못 하는 방식으로 (싸가지 없게) 전달되기 때문에 지지를 못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논거로 그는 과거로부터는 정동영 대표 시절의 노인 폄하 발언부터 최근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김용민 PD의 욕설 방송 문제, 홍익표 의원의 귀태 발언 등을 들고 있다. 이 책이 현재(2015년 5월) 나왔다면 정청래 의원의 주승용 최고위원 '공갈' 발언까지 논거로 썼을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이해는 되지만, 동의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문제되는 발언의 전후를 따져서 살펴볼 때, 발언 의도는 그게 아니었지만 언론의 프레임에 갖혀 앞뒤 자르고 문제가 부각되었을 수도 있고, 실제 그런 의도를 가지고 말했을 수도 있다. 그게 듣기에 과히 좋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도 동의한다. 하지만 본질에 대한 판단이 우선이고 그것을 포장하는 것은 후순위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인데, 이것을 대중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전제 하에 대중을 위한 언어를 가려서 쓰라는 주문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중에 대해 너무 수준을 낮게 잡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당장 노무현 대통령만 해도 직설적인 화법으로 적도 많았지만 집권했으며, 반대로 문재인 대표는 후보 시절 별다른 설화 없이 대선을 치뤘음에도 근소한 표차로 지기도 했던 것이다. 정청래 의원도 이번 뿐 아니라 세월호 사태와 쌍용차 사태애서 늘 최선전에서 활동하며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최근의 전당대회에서는 일반 국민의 압도적 지지로 최고위원 2위까지 했고 말이다. 일반 대중의 수준은 이미 형식(어투, 화법)과 내용에 대한 구분, 평가를 할 수 있는 위치라는 것이다.


실상, 싸가지 없음의 실체는 어투/화법의 문제라기 보다는 지속가능한 진실성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유시민 작가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실패했다고 보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데, 직설적인 화법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정치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바로 자신의 발언을 지속하여 나가지 못하고 번복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었다. 이 부분은 그가 정치적 경호 대상으로 모시던 노무현 대통령의 이전 정치 경력과도 잘 대비되는 부분이다. 노무현, 그가 누구인가? 꼬마 민주당 시절 자신의 신념을 위해 3당 합당을 반대하고 여권 일색의 부산에서 4전 5기를 실천했던 인물이 아니었던가 말이다. 최근의 강연, 저작 등에서 유 작가의 당시 심경에 대한 변론을 들어 그 결과인 정치적 행보에 대한 평가도 수정한 경우가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자신의 처지에 따라 결정을 번복한 경우(대표적으로 대구 출마) 때문에 그의 다른 선한 의지가 폄하되는 것도 사실이다.


다시 책의 내용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진보가 싸가지 없다는 편견을 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서만 정리해 보고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진보가 편견을 깨려면 첫째로 교조적인 입장을 버릴 것, 둘째로 주장을 순화하여 표현할 것을 주문하는데, 이 부분은 대체로 동의한다. 더불어, 한 가지 추가하고 싶은 덕목이 있는데 옳다고 믿는 것을 대화나 타협의 미명 아래 손바닥 뒤집듯 하지 말것을 추가 주문하고 싶다. 1년이 훌쩍 지난 세월호 사건은 아직 해결의 기미도 보이지 않은 채 감감무소식이고, 정치 스캔들은 연예인의 열애설에 묻히는 것이 일상인 이 시점에 1년 전의 마음, 정치를 시작하기 전의 마음을 가지고 꾸준히 일관되게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 그런 면에서 새누리당은 분업이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도 특기이고 말이다. 야당과 대중에 대해 막말을 하는 사람 따로, 야당의 막말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 따로. 자신의 전문 분야를 나누어 서로 다른 대상에게 공략하는 부분이 잘 조직되어 있는 것 같다. 이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재능인지 빨리 버려야할 나쁜 습관인지는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겠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