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특위 재판정 참관기 - 8점

김흥식 엮음/서해문집


재판정 참관기 시리즈의 4 편인 '반민특위 재판정 참관기'를 2024년이 끝나가는 지금 읽는다.

반민특위는 재헌국회의 전신인 과도입법의원에서 추진되었다가 미군정에 의해 무산된 후, 재헌국회에서 특별법이 제정되어 비로소 그 활동을 시작하였다.

조사,수사,재판에 이르기까지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기존의 기득권 시스템과 별개로 활동하다가 대통령 이승만과 친일 기득권 세력에 의해 좌절, 해체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 안타까운 역사적 사실을 '박흥식'이라는 다소 생소한 인물의 재판을 통해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박흥식'이라는 인물은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친일행위자이지만, 반민특위의 1호 조사자일 만큼 경제적으로 일본과 결탁하여 사리사욕을 챙기고 일제에 부역한 인물이다.

그를 우리가 익히 아는 여타의 친일 정치인 혹은 친일 지식인보다 먼저 다루는 이유는 그가 1호 조사자일 뿐 아니라, 그 이후에 조사하고 수사한 인물들의 자료나 수사, 재판 진행이 반민특위를 방해하고 해체하는 과정에서 소실되고 흐지부지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의 조사,재판 자료가 가장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박흥식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그의 범죄가 드러났음에도 반민특위가 해체된 후 재개된 대법의 단심 재판에서 무죄 방면되는 결과를 맞는다. 

그 사이에 앞서 얘기했던 반민특위에 대한 방해, 해체가 큰 이유가 되었음은 두 말할 여지가 없다.


책은 이 외에도 '이종형'과 '노덕술'에 대한 기사와 간략한 심문조서로 둘을 다룬다. 

이 둘은 각각 '밀정' 혐의와 '고문경찰'로 재판정에 서지만 앞서 이야기한 박흥식과 마찬가지로 최종 무죄 방면된다.

'이종형'은 영화 '암살'의 '이정재'와 같은 밀정 역할을 하였고, '노덕술'은 일본경찰 하의 고문경찰로 악명 높았지만, 둘은 각각 국회의원으로 헌병으로 승승장구한다.


이 책을 최근 여러 해 동안 구하려 하였으나, 기회가 없다가 지난 11월에 손에 넣었는데 뜻하지 않은 12월을 보내면서 올해 이 책을 미루지 말고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라우마'일 수도 있겠으나, 이미 지나간 사건에 대해서 복기하고 앞으로의 비슷한 건에 대해서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필요를 느낀다.


빠르고 올바른 결과를 원한다.

 

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 -
8점홋타 슈고 지음, 윤지나 옮김/서사원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대별되는 특징으로 자아, 생각하는 힘을 꼽는 경우가 많다.

다만, 현대 사회는 이제껏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정보와 기술의 발전 속도가 생각(만)하는 것을 오히려 단점이자 치명적인 약점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보고, 단순하게 생각하기(think simply)를 모티브로 여러 심리학, 정신분석학, 뇌과학, 행동경제학의 연구 사례를 통해 실천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1장에서는 생각이 많아지게 되는 이유와 이의 폐해, 생각을 단순하게 하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 등을 소개하고, 2장부터는 행동의 최적화, 불안의 극복(3장), 생산성 향상(4장), 긍정적 행동의 효과(5장), 뇌와 몸, 마음의 상관관계(6장), 실천방안(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최근 일련의 경험을 통해 1장과 3장, 6장 등을 주의깊게 살펴 보았다. 어쩌면 뻔한 소리 같으면서도 '생각보다 행동'이라는 큰 주제 아래 우리의 행동 변화가 우리의 마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최신 연구 사례를 통해 증명하기에 '속는 셈 치고' 라도 한번씩 따라해 봄직 하다.

 

각 소주제의 끝에는 (how to unthink)를 팁으로 제시하고 있으므로 책을 읽을 여유나 상황 조차도 어렵다면, 책 곳곳의 강조한 밑줄과 해당 팁을 참고해 보면 좋겠다. 심리학서로는 드물게 만 2년 사이에 초판 22쇄 (내 책 기준)까지 찍은 베스트셀러인데, 이제야 필요에 의해 읽게 된다. 

 

불교에서는 오랜 가르침으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했는데, 여기에 이 책의 해석을 덧붙이면, '일체유행조(一切唯行造)' 쯤 되려나.

 

#2024년 11월 서평

아마존 웹 서비스 부하 테스트 입문 -
6점나카가와 타루하치.모리시타 켄 지음, 박상욱 옮김/제이펍

 

PAS-KS의 클라우드 단위 성능 측정이 필요해 예전에 사 두고 읽다 만 책을 다시 꺼내 보았다.

(클라우드의 특성상 H/W preset에 따라 S/W의 최대 성능이 천차만별이라 미리미리 성능 측정을 해 두어야 했는데, 시간이 나지 않았다.)

 

해당 책은 AWS 운영 전 필요한 '부하 테스트' 시나리오와 병목 발생 시 대응 경험을 정리한 책인데, 일본인이 작성한 책들의 특징 그대로 매우 꼼꼼한 내용이 인상적이다.

부하 테스트를 위한 시나리오 구성과 테스트에 사용되는 툴의 소개, 각종 병목에 대한 해결책을 상세히 정리했다.

다만, 책의 출판 년도가 2018년으로 벌써 7년 가까이 지나서 새로운 H/W preset과 서비스에 대응하지는 못 하고, 무엇보다 테스트 트래픽의 과금에 관한 문제가 해결책으로 제시되지 않은 점이 부족하다.

아쉬운 대로 "AWS 비용 최적화 바이블"을 통해 저렴한 과금 비용에 관한 학습을 병행하며 테스트를 진행하면 될 듯 하다.

(열심히 읽고 실원들에게 전파하려 한다.)

 

AWS 비용 최적화 바이블 -
6점엘리 만수르.야이르 그린 지음, 강전희 외 옮김/한빛미디어

#2024년 9월 서평

 

켄트 벡의 Tidy First? 세트 - 전2권 -
8점켄트 벡 지음, 안영회 옮김/한빛미디어

 

익스트림 프로그래밍 (XP)의 창시자이자, 애자일 선언의 서명자이며 테스트 주도 개발 (TDD)를 주창해 온 '개발자들의 아이돌' 켄트 벡이 자신의 설계 사상과 노하우를 담은 책 (Tidy First?)를 출간했다. 한국에는 역자 (안영회)와의 대담, 역서를 작성한 소회 등을 담은 특별 부록도 함께 출간했다.

책의 두께는 상상보다 더 앏고, 책의 장수에 비해 가격은 꽤 높게 책정되어 있지만, 내용은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

 

책은 코드 정리법과 관리법 등을 담은 32가지의 실전 사례로 채워져 있으며, 책 제목 (Tidy First!?)과 같이 간결한 내용이나 함의는 책 분량과 반비례한다.

매너리즘에 빠진 중급 이상 개발자, 좋은 습관이 필요한 초급 개발자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2024년 8월 서평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
8점유시민 지음/생각의길

 

'지식소매상'

이 책의 저자인 유시민이 자신을 칭하는 표현이다.

최근, 여행과 과학에 관해 새로 익히거나 발견한 사실에 대한 감상을 주제로 글을 써서 책이 나올 때마다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고 있다.

그의 글은 아주 쉽게 읽히고, 간결한 문장으로 유명하다.

 

노무현시민재단의 주간 팟캐스트 '알릴레오'와 때때로 TV, 라디오, 유튜브 방송에서 토론, 대담 프로그램의 출연자로 얼굴을 비치며

매년 '신뢰하는 언론인'(시사인 조사)에 이름이 빠지지 않는 방송인이기도 하다.

 

그가 늦봄과 초여름 사이에 츨간한 책(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 화제다.

표지부터 도발적이다. 분석과 결말은 더 파격이다.

그의 저작을 통틀어 이토록 직접적으로 어느 대상에 대해 비평한 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운명'에 대해 상세히 썼다.

이 외에도 '언론 환경', 그와 인연(악연)인 두 인물에 대해서도 썼다.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을 볼 때, 그 '예언'적 결말이 우려된다.

대한민국의 건투를 빈다.

 

#2024년 7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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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을 위한 행동경제학 -
8점마티아스 수터 지음, 방현철 옮김/비아북

 

최근에 주목 받고 있는 경제학 분야인 행동경제학을 직장생활의 여러 방면에 걸쳐 접목하여 소개하는 책이다.

 

주류 경제학은 '인간은 주어진 환경에서 언제나 경제적으로 합리적 판단을 한다'는 소위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개념 기반으로 성정하여 왔다. (물론 모든 경우에 그러하다 맹신하지는 않지만) 행동경제학은 이러한 주류 개념에 반하는 여러 사례들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되고 발전한 새로운 학파로 '현실의 인간은 비합리적인 경향이 꽤 드러난다'는 가정 하에 현실을 관찰하고 실험 데이터를 수집한다. 

단지 비합리적이라는 주장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정 패턴을 가지고 있음을 예의 '관찰'과 '실험'을 통해 증명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기에 최근에는 주류 경제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현실 세계의 비합리적 현상 중 '직장생활'과 관련된 여러 주제에 대한 소개와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크게 커리어, 채용, 관리자, 임금, 시장윤리, CEO의 리더십 등에 관해 8장(부)에 걸쳐 다양한 실제 상황과 그에 대한 연구(실험), 해법을 제시한다. 

각 주제의 제목과 내용은 대부분 주류경제학 (또는 경영서적)에서 봤음직한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것이지만, 일부는 굉장히 파격적이고 참신하다 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면, '키와 연봉의 상관 관계'라거나, '대표의 연설력과 매출 간의 관계' 등은 귀가 쫗긋해질 만한 주제이다.

 

틈나는 대로 조금씩 읽으며, 직장 생활 중 이해가 안 가는 상황에서 복기해 봄직한 내용이다.

혹시 아는가? '연봉을 2배로 받지는 못 하더라도, 왜 못 받는지는 이해할 수 있다'던가 '인센티브 없이 생산성을 10-20%는 너끈히 올릴만한 방법'이 떠오를지도.

 

직장 내의 각 구성원이 모두 읽어볼 만 하다.

 

#2024년 6월 서평

본격 한중일 세계사 18 -
6점굽시니스트 지음/위즈덤하우스

 

1890 ~ 1900 년 사이 한중일의 역사를 다룬 ‘본격 한중일 세계사 18’권을 읽었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세기말, 한국/중국/일본은 각각 입헌운동과 광무개혁/의화단사건/내각정부의 첫발을 딛는다. 
각국의 처한 사정이나 시작점이 다르긴 하겠으나, 지도자(또는 리더그룹)의 한순간의 오판으로 민심을 잃거나 상황이 역전되는 것을 보면서 리더의 자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는다.
조선의 민중들이 ‘만민공동회’에 희망을 품었다가 어설픈 정치질(박영효 복권 시도)에 한순간 지지를 거두어 들임은 얼마나 민심의 흐름이 도도하고, 또 기대한 만큼 실망의 깊이도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벌써 100여년이 훌쩍 지난 옛날 이야기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되풀이되는 이야기인 것 같고 그 판단 미스로 인한 조국의 망조가 눈에 선하여 섬뜩하다. 

부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2024년 5월 서평

문재인의 독서노트 - 6점
문재인 지음/평산책방

책을 사랑한 대통령.

이 책은 정치 입문 초기 지지자들과 소통의 일환으로 시작된 책 소개 글이 대통령 퇴임 후까지 이어져 100여 편이 넘어가자 이를 묶은 일종의 책 소개 모음이다.
대체로 책을 읽은 감상을 짧게 적은 단문이 많고, 때때로 자신의 현재 상황 (또는 국가적 사건)과 과거 경험을 엮어 책을 소개하기도 한다.
책은 대통령 취임 이전과 재임 중, 퇴임 후로 나뉘어져 있는데, 시간상 분류가 그러할 뿐이고 책의 종류나 감상이 시기에 따라 차이나지는 않는다.

책을 통해 세상을 알고, 세상과 소통한 대통령. 퇴임 후에도 책방 사장으로 사랑하는 책과 함께하는 사람.
책과 작가에 대한 그의 해석에 동의하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지만, 단연코 책에 대한 애정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삶의 방식에 대한 견해도 그러하다.)

'위'로부터 '아래'까지 이 나라의 국민 대부분이 1년에 1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새삼 놀라울 것도 없는 뉴스가 전해지는 요즘, 그의 독서가 더욱 궁금하다.

 

#2024년 4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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