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카트 멘쉬크 그림/문학사상사 |
"상실의 시대"와 "댄스 댄스 댄스" 이후, 일종의 번아웃을 겪고 있던 작가가 재기하는데 기여한 단편 중 하나. (다른 하나는 "TV 피플"이라 한다.)
주인공은 가정주부로써 살림과 남편과 아이의 뒷바라지, 자신을 위한 소소한 시간을 루틴처럼 일정하게 보내던 평범한 이였다.
어느 날 밤, 가위에 눌렸다 깬 이후로 더 이상 잠이 오지 않기 시작한다.
긴 밤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시간으로 보내기 시작하면서 주인공은 전혀 피곤하지도 않고 낮의 삶과 밤의 삶을 이어 나간다.
주로 러시아 소설 읽기와 야간 산책 등으로 보내는 밤의 시간이 온전히 자신의 시간임을 느끼며, 자유를 만끽한다.
스스로 뭔가 잘못된 생체 리듬이라는 것을 알지만, 병원에 갈 생각도 가족에게 이야기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시간이 방해받을까 봐)
점차 낮의 삶은 자신이 원하는것과는 다른 숙제와 같다는 느낌을 받으며 사랑스럽고 행복한 가족이 자신의 변화를 느끼지 못 하는 무심한 존재들임을 서서히 각인하며 자신만의 시간(밤)에 점점 집중해 갈 때 쯤, 문득 나선 드라이브에서 불한당들의 습격을 받으며, 현실에서 극도의 공포로 패닉 상태에 빠지며 이야기가 끝난다.
주인공은 마지막 장면에서 죽음과 잠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데, 죽음이 잠(무의식)의 영속한 것이 아니라, '암흑 속의 각성'이라면 어떨까라는 막막한 느낌을 토로한다.
또, 괴한들의 습격을 통해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듯한 늬앙스도 풍긴다.
잠을 주제로 한 작가의 상상과 작품 집필 당시 작가의 상황이 겹쳐지면서 공감하며 읽었다. (최근에 불면으로 조금 고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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