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 세대까지만 해도 평생직장에 관한 개념이 확고했었지만, 최근 십수년 IMF와 금융위기 등을 계기로 우리 사회도, 고용 유연성 강화(라고 쓰고 고용 안정성 약화라고 읽음)에 따라 또는 자신의 커리어 패스 관리 차원에서 타의반자의반 "이직"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최근에도 가까운 지인이 자신의 이직을 알리며, 만 9년간 (2003,10 ~) 한 직장에서 어떻게 보면 청춘을 낭비한 것 같기도 하고, 정체된 것 같기도 한 나의 커리어를 우려 섞인 눈으로 보라보는 일도 있었다.
여기서 나의 커리어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은 아니고, "이직" 문제가 교계에서도 화두가 되기에 내 생각을 말해 보고자 한다.

아침 출근 시간에 한참 아이와 자고 있을 집사람에게서 문자가 왔다. 쇼킹 뉴스를 알려주겠다는 그의 전언은 현재 출석하고 있는 교회(이하 강남교회)의 담임 목사께서 "청빙" (교계 용어로써 쉽게 사회인의 용어로 풀면 "이직"과 같다.) 되어 근처의 다른 교회("삼일교회")로 가신다는 내용이었다. 이로 인해 교회가 발칵 뒤집히고, 담임 목사의 목회 지속을 위한 특별 기도회가 열린다고 한다.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7837

사실 "삼일교회"는 이 교회를 출석하기 전에 출석을 심각하게 검토할 정도로 수도권 나아가 한국 교회 내에서 영향력과 교세, 담임 목사의 인지도가 큰 교회였다. 담임 목사의 성추문으로 한창 시끄러워서 교회 출석을 포기하고 신경을 끊었는데, 문제가 되었던 담임 목사의 사임(나는 이 일을 "해임"으로 처리해야 했다고 생각)으로 일단락나는 듯 하더니, 담임 목사 청빙 문제로 또 한번 이슈가 될 모양이다.

사실 나는 "이직"에 대해 꽤나 관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현재 내가 "이직" 안?못? 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내가 이직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좀 더 정리해서 얘기할 기회가 있을 예정이다?)

사람이 항시 같은 일을 할 수 없고, 흥미도 바뀌며, 관심 사항과 업무가 일치되는 것만큼 생산성, 효율성이 좋아지는 요소도 없을 뿐더러, "이직"을 통해 자신의 커리어 관리에도 도움이 되고 능력도 향상된다면 "이직"을 말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 생각은 일반적으로 개인이 이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잡을 때 부합되는 사항이고 목회자를 위시한 '성직자',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공직자' 등의 "이직"은 좀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다. 당장 생각나는 두 직군 모두 공공의 선과 이익을 우선시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선택이 공공의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 하는 부분은 매우 중요하고, 선택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성직자와 공직자의 선택 기준이 달라진다고 보는데, 공직자의 경우 공공 다수의 편리, 이익이 먼저 도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성직자의 경우 다수의 이익이나 편리보다는 소수의 불이익과 불편을 보듬어 주는 방향으로 선택이 집중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공직자나 성직자에게 개인의 자유를 너무 제한하는 의견이라고 본다면, 맞는 얘기다. 나는 그러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만이 공직자나 성직자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삼일교회의 "청빙"과 우리 교회 담임 목사의 "피청빙"을 보면서 교회와 개인 각각에게 아쉽고 안타깝다.
첫번째, 삼일 교회는 목회자의 개인 비리를 통해 교세나 영향을 등을 잃은 바 크고, 지금까지도 내홍을 겪는 등 충격이 큰 것은 이해한다. 또한, 전임 목회자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개척 교회를 세웠다는 점에서 교인들의 유출 또한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렇기에 "청빙" 목표를 "비슷한 목회 방향을 가지고 있는" 우리 교회 담임 목사로 결정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만 이유라고 볼 순 없는 점 밝힌다.) 그렇지만, 시스템이 재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 인사를 끌어다, 그것도 당회와 공생 관계에 있는 담임 목사에게 시스템 정비를 맡긴다는 것은 여간해서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청렴한 평가를 받은 외부 청빙자가 시스템에 물들어 전임 목회자와 비슷한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우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현재와 같이 임시 당회장과 같이 임기가 제한적인 인사를 통해 (예를 들면, 김동호 목사 같은 분이 목동의 어느 교회에 임시 당회장으로 가셨듯이, 아 이 시도도 실패였던가? ㅡ,ㅡ), 시스템을 갈아 엎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현 임시 당회장의 역량이 일천하다는것은 주지의 사실이니 참 안타깝다.) 또한, 삼일교회와 강남교회는 지리상 그리 먼 거리에 있지도 않고 (강 건너면 바로), 목회 방향도 비슷해서 (청년 사역), 목회자의 이동으로 소위 "카니발라이제이션(동족 포식)" 현상(교인 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배려도 부족해 보인다.
두번째, 담임 목사의 개인 처신 문제이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 본인의 해명을 듣지도 못 했으니 구체적인 비판은 삼가하련다. 또한, 들리는 말로는 오래전부터 기도하며 숙고했다고 하니 오늘 아침 이 이야기를 들은 내 사고과 비교할 바 없이 깊은 사색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다만, 위에서도 밝혔듯이 성직자의 "이직"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다수의 이익과 편리보다는 소수의 불익과 불편을 먼저 되돌아보는 선택이었으면 했는데, 이번 "청빙" 건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강남교회에서 "원로"가 될 수 있는 20년에서 1년 모자란 시기에 "청빙"을 결정한 것이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했다고 볼 수 있는 점은 일부 이해가 되지만, 결국 더 큰 교회 더 좋은 지원 환경으로의 "이직"을 결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만약, 청빙처가 삼일교회가 아니라 지방 소도시의 개척교회나 개척교회는 아니더라도 재정이나 교세가 그리 크지 않은 곳이었다면, 흔쾌히 담임 목사의 청빙을 축복하고 지지했을 것이다.그러나, 현재 모양세는 얼마전 이직을 결심한 내 지인과 다를 바 없는 개인의 영달을 위한 "이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점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것이다. 왜 "이직"이라는 일반적인 용어를 쓰지 않고 "청빙"이라는 초청의 형식을 빌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이 글은 아침에 집사람으로부터 뉴스를 접하고 몇 개의 인터넷 기사를 뒤져본 다음 쓴 글이라, 근거도 희박하고 내용 정리도 잘 안 되어 있다. 또한, 목회자의 "청빙"을 다루는 글이면서도 전혀 성경에 입각한 해석이 들어가 있지 않은 신앙의 입장에서도 부족한 글이다. 이 글이 이번 주 담임 목사의 설교(또는 설교를 가장한 변명일지라도)를 통해 해소되어, 공개되지 않고 사장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개인의 일이 아닌 교회와 타인을 위한 기도를 오랜만에 드려볼까 한다.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뜻 안에서 잘 처리되길 기도한다.

아무튼, 이쪽이나 저쪽이나 바야흐로 "이직"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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