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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철학자인 한병철의 피로사회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현대 성과 사회에서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착취당하고 있음을 주장한다.
즉, 과거 규율 사회에서 노동은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착취하면서 발생하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뉜 행위라면 현대에 와서는 스스로의
결정으로 자신이 자신을 착취하는 이른바 자기 착취가 행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 형태의 이면에는 규율사회(부정성에 근거한,
경계가 확실한, 피아가 구분되는) 시대에서 성과사회(긍적적 요소가 과잉한, 주도적 자아를 강조하는) 시대로 사회 형태가 넘어가는
과정에 이유가 있다. 이러한 시대 변화는 개인의 쉼과 자기 성찰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오로지 성과에 심취해 자기 착취 혹은
도핑까지도 서슴지 않게 만든다고 진단하고 있다.
철학서인 만큼 문어체가 주는 딱딱함과 난해한 표현이 얇은 책을 읽기
어렵게 만든다. 더욱이 독어 원문을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는 어색함도 책을 읽기 어렵게 만드는데 한몫 한다고 본다. 그럼에도
책을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피로하고 성과에 목말라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이유를 이 책보다 더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 없기 때문이다.
철학서이니만큼 현상에 대한 분석은 있으되, 해결책 제시는 좀 약한 감이 없지 않나 싶은데
저자의 주장(또는 역자의 해석)은 이러한 현상에 대한 개개인의 인식 자체가 문제 해결의 시작이며 시대적 현상을 거스를 수 없는
만큼 현상을 인식한 개개인이 자각과 반성을 통해 성과 사회의 끝없는 유혹을 뿌리치자는 것이다. 뭐,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이지
않을까..
어쨋든 성과사회에 끝없는 자기착취에 무심고 피로와 우울에 쌓여 있으면서도 원인을 외부로 돌리게 되는
현실에서, 적어도 피로사회의 일원인 내가 왜 피로한지, 원인이 누구에도 있지 않고 피로 사회를 살아가는 나에게 있음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이 가지는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라고 쓰고, 다시 읽어야 함. 너무 어려움. 머리 회전이 빠릿빠릿하던 대학 때도 안 읽은 철학서를 읽으려니 머리가 터질 것 같고 피로함 ㅡ.ㅡ)
2013-01-15 http://tinyurl.com/a3p7cxq 같은 책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장정일 작가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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