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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의 2009년작 "천년의 금서"를 보았다.
김진명은 독자의 평가가 극과극을 달리는 작가다. 일각은 우리 민족의 잃어버린 역사와 자긍심을 일깨우는데 탁월한 소질을 가진 작가라고 칭송하고, 일각은 역사를 왜곡하여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고 주류 사학과 다른 주장을 하기 때문에 엉터리라는 것이다.
어찌되었던 김진명의 글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을 떨리게(좋은 의미의 설레임이든, 불편부당함을 느끼는 심기불편이든) 하는 작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번에 읽은 "천년의 금서"는 환단고기 중 단군세기를 모티브로 하여 풀어낸 고조선 이전 우리 민족에 대한 이야기다.
책의 주인공 이정서는 친구인 미진의 죽음으로 인해 이 사건에 발을 담그게 되고 미진의 죽음이 또 다른 친구인 은원의 연구 주제(한국의 고대사, 삼한의 유래)와 닿아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은원 역시 위험에 처해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은원을 구하고, 미진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밝히기 위해 사건에 뛰어든 정서는 미진과 은원의 연구가 한국, 나아가 동아시아 고대사에 중대한 사건을 밝혀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되고, 결국 은원과 협력하여 한국의 고대사에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다.
책은 우리 민족의 고대사와 주변국간의 역사를 풀어내지만, 의례 나오는 사대주의에 빠진 약한 민족이 아니라, 중원을 호령한 민족으로 그려지기에 일반 독자들을 즐거운 상상을 하며 책을 읽을 수 있다. 다만, 직업이나 전공이 역사와 관련 있는 사람이라면 우려가 기대를 앞설 수 있다는 점이 책의 가장 큰 결점이라고 하겠다.
확실한 고증 없이 단군세기의 일부 사건을 진실로 서술한다거나, 이미 오류가 드러난 바 있는 주장을 여과 없이 싣는다거나 하는 점 등이 그렇다.
이번 책은 소설의 측면에서도 한가지 큰 결점이 있는데, 주인공 이정서가 초인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정서의 손에 사건이 들어온 이상 해결되지 않을 수 없다는 인상이 글의 초반부터 풍겨나는 점은 책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하였다고 본다.
어찌되었건 우리 민족의 고대사는 자료 자체도 빈약하고, 그 자료마저도 이해당사자인 주변국의 사서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과장이나 왜곡이 일부 포함되었다고는 하나, 고대사를 다룬 소설이 나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나고 생각한다.
역사학계에서도 작가 김진명을 우리 역사를 왜곡하는 역사문외한, 역사불한당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주류 사학계가 인정하는 역사를 재밌게 서술하는 컨텐츠-이를 테면, 소설-를 많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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