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주간 애플과 어도비 이슈를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을 내가 쓰는 것보다 더 잘 정리해 준 글이 있어 감상을
덧붙이고자 한다.

내 주된 관심사는 애플과 어도비 사이의 냉기류에도 있지만, 일부 이 사안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도 있다.

찬반 양론이 팽팽한 가운데 있고, 때로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도 있어 말하기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사견이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 설을 풀어 본다.

(저는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제가 아래에서 풀어볼 찬성측의 주된 이유로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찬성의 입장에 대해 반대하시는 분들에게는 제 글이 불쾌한 글이 될 수도 있으므로 스킵을 권합니다.)

찬반 양론에 서 있는 사람들은 각각 자신의 이익에 찬동하는 방향에 서 있다.
뭐 당연한 얘기이긴 하겠다. 내게 이익이 되지 않는 주장을 할 이유따위 없잖겠는가?
그런데, 조금 더 바라보아야 할 것이 다음 분류이다.

대체로 소비자(애플의 소비자이든 기존 데스크탑 환경의 플래쉬 소비자이든)의 입장에 가까운 사람들은 애플의
결정에 찬동하고, 개발자(애플이든 플래쉬이든, 심지어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이 보이는 안드로이드 개발자들도!)의
입장에 가까운 사람들은 애플의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한다는 것이다.

물론 내 주변의 협소한 네트워크에서 관찰한 결과이기 때문에 분석이 틀릴 가능성이 농후한 점 인정한다. 그런데,
이러한 관찰의 결과를 쉽게 내버리지 못하고 내 주장으로 갈음하는 점은 각 찬반의 결과로 인한 영향이 소비자와
개발자에게 서로 다르다는 내 추측 때문이다.

애플이 플래쉬를 거부하는데 찬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비자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했다. 찬성하는 대부분의
이유가

1. 플래쉬는 품질 편차가 너무 커서 안정적이지 못 하다. -> 사용자의 관점
2. 플래쉬는 리소스 잠식이 심해 배터리 소모가 빠를 것이다. -> 사용자의 관점
3. 플래쉬는 터치 기반의 UX에 최적화되지 않았다. -> 사용자의 관점

위와 같다는 것이다. 이 중 몇가지는 애플 또는 jobs가 주장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반해 같은 이슈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a. 플래쉬도 아이폰 또는 모바일 환경에 맞게 진화할 수 있다.
b. 플래쉬든 앱이든 사용자가 선택가능하도록 오픈해 두어야 한다.

첫번째, 모바일 환경에 맞게 진화할 수 있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아직까지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쓸 이유가 없다는 말이
된다. 스마트폰이 아직까지도 얼리 어댑터만의 전유물이라면 모르겠으되 이미 대중화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는
소비자가 불편함을 감수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두번째, 사용자의 선택에 맞겨 두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소비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할 것이다.
소비자는 사용상의 불편함이 없다면, 기존의 것에 대한 호감도가 새로운 것에 대한 것보다 높은 편이라고 본다.
적어도 기존의 것이 심각한 불편함을 초래하지 않는 한 사용자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잘 견디며 쓴다는
것이다. 있던 것이 없어졌으면 모르겠으되, 애초에 제공하지 않던 것들을 계속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여 특별히 불만을
가지는 사용자는 별로 없다는 얘기다.

사실, 위의 두가지 이유는 개발자의 입장에서 견지하는 반대의 이유는 아닐 것이다. 나는 개발자가 애플의 정책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c. '현업에 종사하는 플래쉬 개발자나 자바 또는 다른 언어로 앱스토어에 진입하려던 개발자에게 진입 장벽이 생겼기
때문이다' 라고...

숱하게 돌을 던지는 소리가 들린다마는 얘기를 꺼낸 김에 마져 끝내야 겠다.
결국 사용자 입장에서 플래쉬를 쓰건 쓰지 않건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플래쉬를 이용하여
앱을 제작하도록 도우는 CA (computer aided) 툴(?)을 어도비가 만들었고, 그걸 플래쉬 전문 개발자들이 사용하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플래쉬로 개발된 프로그램을을 포함하여 그 외에 다른 언어로 개발된 프로그램들을
쉽게 포팅하여 앱으로 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던 수많은 개발자에게 애플이 뒤통수를 쳤기 때문에 그것도 아주 세게
쳤기 때문에 격렬한 반대를 쏟아 놓는 것 아니냐고..

이렇게 분석하는 본인도 개발을 하고 있는 사람이고, 언젠가 모바일 앱을 개발하며 먹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데,
왜 제 살을 깍아 먹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개발자이면서도 애플의 입장을 찬성하는
쪽이다. 왜냐하면, CA 툴들로 인해 대다수 개발자들이 개발을 쉽게 하게 되었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더 신경을
쓰게 되었던 점은 긍적적이지만, 반면 개발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결과가 발생했고 그에 따라 시장에의 공급이
과잉하여 개발자에 대한 대우가 공급에 반비례하여 낮아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의사들과 비교해 보면 제일 쉬울 꺼 같은데, 의사는 외과/내과를 동시에 마스터하기가 쉽지 않지만 아니 거의 없지만,
IT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쪽에서는 어떤 분야든 어떤 언어든 쉽게 습득하고 시장에 진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경계의 파괴가 우리 스스로 우리의 가격을/ 대우를/ 지위를/ 낮추는 데 일조했다고 본다.
물론, 의사의 경우 환자의 생명을 담보하는 그래서 전문성이 어느 곳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강변할 수 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는 생명을 담보하지는 않더라도 진짜 전문성을 우선시하면 안되는 것일까?
항상 납기에 시달리고, 요구 사항 변경에 허덕이고, 개발사가 개발사를 부려 먹고(턴 키 방식) 그래야 하는 것일까?
의사와 같이 전문성을 인정하고 믿고 환자를 맡기듯 맡길 수는 없는 것일까?

그 첫번째 시도로 스스로 경계를 허물고 경쟁에 내 몰리는 CA 툴과 같은 전문성을 향상시키지 못 하는 환경을 고치는
것이 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애플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 없이 애플의 결정에 찬성하는 것이다.

어설픈 논리로 찬성의 변을 밝혔지만, 내 의견을 차치하고라도
결국 애플이든 어도비이든 찬성의 소비자이든 반대의 개발자(라고 글쓴이 본인만 생각할지도 모르는)이든 결국은
모두 자신의 이익에 따라 찬반의 주장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선악의 개념은 여기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 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 답글은 사양합니다. 상처받기 싫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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