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시 기행 1 - 8점
유시민 지음/생각의길

작가 유시민이 유럽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고 도시의 역사, 문화, 작가의 감상 등을 책으로 낸다고 했을 때 매우 기대가 컸다. 특히 1권에서 유럽 역사의 중심지라 할 만한 ‘수도’ 4 도시를 여행한다고 하여 특히 기대되었다.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까지 모두 제각각 역사와 멋을 가진 유럽의 대표적인 도시가 아닌가? 시간과 돈이 부족한 우리 사정에 대도시 위주의 여행은 ‘가성비’ 측면에서 큰 장점이기도 하고.

작가는 젊을 때 시대와 학업, 직업(정치)에 묶여 여행 다운 여행은 해 보지 못 하고 있다가 이제 중년을 넘어 예전에 못한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려고 한다. 물론 비용 측면에서는 젊은 날보다 여유가 있고 시간도 그러하기 때문에 좀 더 느긋한 마음으로 여행을 즐기게 될 것이다. 거기다 작가가 기존에 축적한 배경 지식이야 말 할 것도 없고 그것을 자신의 경험과 묶어 글 쓰는 능력도 탁월하므로 그의 기행문은 생동감 있고 감칠맛 나는, 기대하는 그대로 일 것이다.

글은 예상한 대로 깔끔하고 술술 잘 읽혔다. 여타 여행 서적과 달리 맛집과 유명 여행지 사진으로 도배 되어 있지 않아도, 작가가 보고 들은 풍경과 소리를 글로 표현해 내는 능력이 탁월해 글 읽는 내내 현장의 그림이 머리에 그려졌다. 역사의 시대 순으로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를 간접 여행하고 나면 유럽에 대해 왠 만큼은 안다고 큰소리칠 것도 같다.

한편, 작가는 다음 편으로 지리적으로 가까운 몇 개 도시를 묶어 여행할 거라고 한다. 1편이 ‘가성비’ 위주였다면 2편부터는 그야말로 가보고 싶은 곳을 가 보는 ‘가심비’ 위주 랄까? 다만, 이 책이 2019년에 나왔으니 2편이 벌써 나와야 하겠지만, 아시다시피 ‘코로나 시대’에 여행은 언감생심. 2022년은 훌쩍 넘어야 2편을 기대할 수 있을 듯 하다. 

여담이지만, 아직 유럽 여행을 가 보지 못 했다.
대학 시절 한창 배낭 여행이 유행인 2000년 초일 때, 나는 이미 직업 최전선에서 벤처의 꿈을 키우며 열심히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이후에는 결혼과 육아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쩌다 여행을 계획하게 되면 그건 당연히 가족 여행이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 (그리고 때때로 부모님)의 안전과 편의, 비용을 모두 고려한 끝에 먼 거리의 여행은 꿈도 못 꾸고, 가게 되더라도 정해진 스케줄과 예상한 비용을 미리 설계한 대로 하나하나 이루어 나가는 ‘미션’으로 생각해 여행 가기 전부터 사전 준비와 공부로 지치기 일쑤였다. 작가의 젊은 시절 여행 경험과 비슷하달까?

작가가 대신 공부하고 준비해 준 컨텐츠 넘치는 여행 계획 덕분에 즐겁게 사전 답사하고 왔다. 나이 들어 앞으로의 여행 계획에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이게 먼 미래의 일이라 하더라도 이렇게나마 남의 여행을 내가 가는 것 같이 생동감 있게 글로 읽는 것만 해도 어딘가 싶다.

# 2021년 4월 서평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 - 8점
유시민 지음/돌베개

2014년 출간된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14, 55년의 기록]에서 6년의 시간을 더한 개정판이며, 증보판이다.

작가인 유시민 개인의 역사와 한국 현대사를 엮어 때로는 자신의 터닝 포인트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묶기도 하고,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 즈음에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기술하면서 주관적이지만 현장감있고 또한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공동체적인 사실과 평가를 기술하였다.

작가의 필력이 탁월하고 문장도 간결해서 술술 읽히는 재미가 있고,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견해에 대부분 동의하기 때문에 공감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

이번에 개정증보된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은 지난 편에 비해 시간상으로는 대략 10% - 6년의 시간이 추가되었지만, 이 6년의 시간동안 어마어마한 한국 현대사가 추가된 통에 아예 새로운 책 (2권 또는 별권)으로 내도 될 뻔 하였다. 촛불 혁명과 탄핵, 한일 무역 분쟁과 코로나19까지 새로운 사건과 이 사건을 통해 작가의 시각과 평가가 점차 바뀌는 부분까지 기존의 책과 다른 새로운 책 한 권이 저작 목록에 추가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목차는 예전 것이 좀 더 쉽게 와 닿았지만.)

무엇보다 개정 전 책을 보면서, "일생에 나도 그와 같이 나의 개인적인 생애와 한국의 현대사를 연결하는 정리를 할 수 있을까?" 부러워하며 읽었는데, 개정판에서는 "그와 내가 함께 겪은 지난 6년 간의 사건들"을 접하면서 '그' 만의 한국 현대사가 아닌 '그와 나와 우리'의 한국 현대사임을 아파하며, 한편 자랑스러워하며 읽을 수 있었다.

2025년 즈음 새로운 개정증보판을 기대한다.

 

# 2021년 3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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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작년에는 희대의 호통쟁이 전원책 변호사가 나와 스튜디오와 내 속을 난장판으로 만들더니, 올해는 신세돈 교수라는 걸출한 인물을 배출하였다.

어느 인터넷 기사가 제목으로 뽑았 듯. 한국이 어디로 가는지는 나오지 않았으나, '토론회는 약간 산으로' 갔다.


인물평 :


1. 손석희 아나운서 - 가재는 게 편?


토론 초반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유시민 작가가 최근 경제 위기 논란에 관해 보수 유력 종합지, 경제지, 종편 등의 과장/과대 보도를 지적하자 '갑분싸' 하더니 '언론사 사장' 모드로 변신. 금번 이슈가 위기라 생각하지 않느냐며 힐난투. 아마도 이번 토론회의 주제가 '꺼리'가 안 된다고 공격받았다고 생각해서 일까? 

전반적으로 진행이 매끄럽지 않았고 (물론 패널의 활약이 기인한 바가 크겠으나) 방청객의 질문이 예년과 달리 적절하고 날카로웠는데도, 의견이나 질문을 끝까지 듣지 않고 끊어 진행을 무리하게 하는 등 예전 '100분 토론 손석희'가 그리웠다.


2.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 - '어공'도 일단은 공무원


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대안 제시가 사라지고, 모든 말의 결론은 "일단 정부를 믿어 달라"는 방어적 태도로 일관. 여전히 논리적이고 일관성이 느껴지긴 하여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학자 시절의 설명 투의 말씨는 바뀌지 않아 듣는 사람이 참을성만 있다면 잘 정리된 의견을 청취할 수 있겠으나, 예의 그 '길게 말하기' 스킬이 여전하여 진행자가 자주 개입하였음. "정리해 주시죠."


3. 신세돈 교수 - 과거지향적 과거인?


호통과 말 끊기로 일관. 필사의 고수?? '민생지수(어디에 쓰고 있는지 모름)'의 창시자?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있는데, 대안이 없는 양반. 대부분의 경제학자, 패널이 그러하듯 비판은 잘 하는데, "그래서 당신의 생각은?" 이라는 질문에 대답을 못 함. 진행자가 '손석희' 인지라 끝까지 대안에 대한 질문을 해서 결국 얻어낸 답이 '국가 주도 경제 사업' 이었음.


토론 초반에 유 작가가 '경제 위기론'을 과장하는 매체 등을 비판하며 10년 전 과거(전임, 전전임 정권 시절)로 회귀시키려는 숨은 의도가 있다고 하자, 자신에 대한 모독이라며 자신은 과거를 그리워하지 않는다고 함. 그런데, '국가 주도 경제 사업'이 제일 활발했던 게 6-70년대(박정희 정권)이고, 국가 주도 경제 성장의 결과로 대기업이 발생하고 이 대기업이 돈줄을 쥐고 풀지 않아 현재 경제 위기의 대표적 양상인 '기업과 가계의 소득 양극화', '개인 간 소득 양극화'가 발생하게 되었다는 점. (그러면 이 분은 10년 전이 그리운 게 아니라 4-50년 전이 그리우신가?)


여러 가지 주장 중 제일 황당했던 것이 '스마트 팩토리'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 '공장 자동화'로도 읽을 수 있는 이 정책의 장점이자 단점이 공장에 일할 사람이 '줄어 든다'는 것인데, 이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현재 경제 위기의 핵심인 '가계 가처분 소득 하락'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음. 이러한 방식을 산업 혁명 시대의 흐름으로 본다면 거부할 수는 없겠으나,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 (예를 들면, 보수/재계가 거품을 물고 반대했던 최저임금 인상, 사회 안전망 강화 등)이 있어야 가능할 제도들인데. 이러한 고민을 패키지로 하지 않는 것은 공염불임.


4. 김용근 경총 부회장 - 왜 나왔을까?


존재감 제로였던 이. 도대체 누구를 대변하려 나오셨는지? 경기가 나쁘고 이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을 대표하는 사람이 맞는지? 자영업자? 현재 어려운 자영업자 대부분은 '자가 고용'만 있는 1인 사업자. (최저 임금은 남의 얘기인 분들) 

마지막에 유시민 작가에게 카운터를 맞는 부분에서만 존재감이 살아남. 이날 토론에서 하이라이트의 한 축(?).


5. 유시민 작가 - 클라스는 영원하다.


토론 초반, 너무 예의를 차려 빙빙 돌려 말하는 투에 약간 실망하였으나, 토론이 중반을 지나면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옴. 

정부 정책에 대한 방해(언론, 기득권)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금년도 정책의 성격에 대해서는 김상조 위원장과도 약간의 견해 차를 보이고, 숨기지 않음.

어수선하고 정리가 안 된 토론 가운데서 마지막 발언으로 하이라이트를 장식.


보수 언론의 기사 중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30년 간 같이 일한 직원을 내보냈다는 경영자'를 언급하며 기업의 반성(?)을 촉구.


"어떻게 30년 같이 일한 직원에게 최저임금밖에 안 줍니까?"


이에 대해 먼저 언급한 한 역사학자의 페북 글로 감상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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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봤어? - 6점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정의당 평당원(이라지만 네임드인) 3명이 진행중인 팟캐스트인 "노유진의 정치카페"가 책으로 엮여져 나왔다.


매주 방송되는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 세 명이 진행하는 정치분야 팟캐스트이자 시사 팟캐스트인데,

그 주의 중요 이슈를 주제로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한다. 1부는 정치 위주의 뉴스 분석, 비평이 주를 이룬다면,

2부에서는 초대 손님을 모시고 사안별 심화토크를 진행한다.

이 책은 2부에 해당하는 토크를 글로 엮었으며, 그 중 14가지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지는 내용을 추렸다.


목차를 살펴 보면,


1. 이 시대에 필요한 은총은 뭔가요교황과 미래의 지도자 

2. 전쟁 없는 70년, 끝까지 갈 수 있을까구시대적 안보의 한계 

3. 왜 우리는 작은 권력에만 분노하는가땅콩과 실세 

4. 21세기 자본은 어디로 가는가피케티와 부의 불평등 

5. 우리 이런 거 먹고 살아도 괜찮을까유전자조작과 규제개혁 

6. 그들은 왜 스스로 나쁜 놈이 되려 하는가극우와 일베 

7. 우리 모두 국민기업 지킴이가 됩시다포스트 스마트 시대와 삼성 

8.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그다음은 어디핵 사고와 전기요금 

9. 북한이 무서워? 우스워?형제와 웬수 사이, 북한인권법 

10. 스무 살 넘어도 공부만 하는 인생을 언제까지시험, 학교, 교육은 어디로 

11. 두려워 말라, 검열하는 자들은 나약한 자들이다카톡과 사생활 

12. 저도 나라에서 주는 용돈 받을 수 있나요?기초연금과 의료민영화 

13. 인간이 이기적인 건 당연한 건가진화심리학과 생존 본능 

14. 1등과 꼴찌의 성적표도 바뀝니까?‘쎄’누리당과 진보정당


등 한 번쯤 고민해 봤거나, 당시 이슈가 컸던 주제를 중심으로 3명의 논객과 초대손님이 때로는 치열하게 논쟁하고 또는 냉철하게 사안을 정리한다.

특히 환경(핵사고)에 관련된 사안이라던가 사회복지(기초연금)에 관련된 사안 등은 진보 진영이기에 과감하게 주장할 수 있고,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여러 번 보아도 유익하다.


듣는 것에서 벗어나 글로 만나도 유익한 책이다. 듣는 것과 읽는 것 모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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