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선진국 - 8점
박태웅 지음/한빛비즈

전 KTH 부사장이며, 현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인 저자 박태웅이 기고한 칼럼과 평소의 생각을 모아 만든 책.

(제목인 [눈 떠보니 선진국]은 그가 매체에 기고한 [눈을 떠보니 선진국이 돼 있었다]라는 칼럼에서 가져온 것.)

 

어느 날 갑자기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한국이 지난 날 Fast Follower로써 애써 모른 척 생략하며 지나왔지만 선진국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들과, 앞으로 한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저자의 탁견이 드러난 책.

책에서 저자는 "선진국은 정의를 내릴 줄 아는 사회"이며 "HOW" 보다 "WHY"를 중요시해야 하고, 학교에서 노동법과 협상을 가르쳐 "민주 사회의 건강한 일원이 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랜동안 IT업계에 몸담아 온 만큼 공공 데이터에 대한 견해도 놓치지 않아야 할 중요한 제언이다.

 

코로나19 전과 후의 세계는 매우 많이 바뀌었고,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이런 전 세계적 위기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위기에서 덜 휩쓸리고 살아갈지에 대해 고민했다면, 최근에는 위기가 곧 기회가 되거나 위기 자체가 우리에게는 큰 영향이 없는 결과를 자주 보고 있다.

외부에서 한국을 선진국으로 '인정'하고 일부는 '동경'하고 일부는 '경계'하기 시작하는 이 시점이다. 다시 주저 앉을 것인지, 선진국의 반열에서 다른 강자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버티고 서 있을 것인지는 앞으로 우리가 마음가짐, 자세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시점에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하고, 가치가 있는 중요한 고민거리이다. 저 마다의 자리에서 내가 선진국 대한민국의 일원으로써 어떤 사고와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 생각거리를 던져 주는 책.

 

# 저자가 기자 출신이면서 오랜 기간 IT 계열에서 종사해 왔기 때문에 최신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주장을 전개하는 것도 일품이다. 어려운 주제를 읽기 쉽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작가의 책.

 

# 2021년 10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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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 동일시 - 8점
강수돌 지음/사무사책방

강수돌 교수의 '강자 동일시'

우리 사회의 불공정한 공정 현상을 누구보다 잘 분석하고 함께 행복한 세상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책의 주요 의제와 저자의 주장은 큰 글씨로 책의 군데군데에 드러난다.


다음은 그중 저자가 주제인 '강자동일시' 와 현시국의 화두인 '공정'에 관해 논한 부분이다.


<강자동일시> p.152 ~ 153

우리에게는 자신은 승자가 아니면서도 꼭 승자 편에 서서 마치 승자가 된 것처럼 행동하고, 또 반드시 승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성공에 대한 집착과 함께 '강자 동일시'로 발전합니다.
약자가 노력 끝에 승자 집단에 들기만 하면 보상이나 받으려는 듯 '악랄한 강자'가 되어 이제는 반대로 약자를 아주 무시하고 억압합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부자 숭배 심리나 권력자 숭배 심리가 강한 것도 이 '강자 동일시' 심리에서 나온 겁니다.
이 '강자 동일시' 안에는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강자를 숭배하고 복종하며 추구하는 심리가 있고, 시회적으로는 체제 경쟁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당연시하며 자본주의가 영원할 거라고 믿는 심리가 있지요.
잘 들여다보면 모든 '강자 동일시'의 밑바탕엔 두려움(fear)이 있어요. 죽음의 두려움, 배제의 두려움, 탈락의 두려움 등이죠. 왜 그럴까요? 삶에서 맞닥뜨린 온갖 종류의 거대 폭력 때문이죠.
예를 들어, 6.25 한국전쟁, 제주 4.3, 광주 5.18 만주화운동, IMF 외환위기, 세월호 참사 같은 한 개인을 넘어선 역사와 사회체제의 구조적 폭력들이지요. 개인으로서는 도움지 감당할 수 없는 폭력이죠.
그런 폭력의 경험과 그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트라우마로 고정됩니다. 이 트라우마가 고정되면 언제 어디선지 꼭꼭 숨어 있다 갑자기 나를 덮쳐 내 삶을 파괴하고야 말 '두려움의 괴물'이 늘 우리를 괴롭힙니다.
죽음, 탈락, 배제, 루저 등에 대한 공포, 이걸 회피하려는 실리적 전략이 '강자 동일시'로 나타나는 것이죠.
1등 강자를 따르면, 1등 강자가 되면, 그 역사의 폭력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거든요. 아니 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늘 '1등 강박증'인 '강자 동일시'에 빠져 살게 됩니다.


<공정> p.200

'정의도 그렇습니다. 경쟁 자체가 문제인데, 마치 '공정 경쟁'이 정의인 것처럼 여기게 되는 거죠. 예를 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바꿔준다는 데 대해서 졍규직이 반대합니다.
"정규직이 되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어려운 시험을 치르고 들어왔는데, 너희들은 공짜로 정규직이 되려고 해! 양심도 없어!" 이런 식이죠. 물론 그들의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만, 그것은 정의가 아닙니다.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로 근로 형태를 나눈 것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 '공정'은 '공정'이 아닙니다. 그때 '공정'은 '불공정을 인정하는 공정'일 뿐이지요. 말하자면 '가짜 공정'입니다.
'비례성의 원리', 노력한 만큼 받는다는 것은 언뜻 정의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유리한 위치를 점유한 사람들의 입장만을 존중하는 '공정'일 뿐입니다.
그것은 '공정'이 아니라 자본의 논리에서 나온 교활한 성과주의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강자동일시, 이를 강화하는 돈중독, 일중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사람이 서로 연대하며 중독에서부터 깨어나길 권한다.
무엇보다 대안을 제시하고 논의의 시작으로 제안하는 부분은 대안 없는 비판을 일삼으며 언론의 관심과 개인 영달을 꾀하는 소위 진보인사들의 책보다 백배 더 유익하다.


개인적으로는 피케티나 센델과 견줄만한 책으로 보이며, 일독을 권한다.

# 참고로, 책을 읽으면서 단락 구분이 안 되어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의 스타일이 원래 그런가 싶지만, 계속 읽다 보면 실제 음성 지원이 되는 듯 하여 술술 읽혀졌다.

# 2021년 6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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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다, 명저다, 베스트셀러로 손색이 없다.

2010년과 2011년 초반을 거쳐 가장 유명했던 책 2권은 아마도,

마이클 샌댈의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 6점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김영사

와 바로 이 책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 4점
김난도 지음/쌤앤파커스

일 것이다.

이 책들이 왜 유명해졌겠느냐는 2011년 초 거의 모든 대담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였고,

독자들(넓게는 책을 읽지 않은 국민들도 포함하여)의 생각 기저에

1) 도대체 우리 나라의 정의란 무엇인가?
2) 왜 내 청춘은 고달픈가?

가 바탕이 되어 이 책들의 흥행(또는 열광?)을 이끌었다고 분석하던 기억이 난다.

두 책의 공통점은 2010년 베트스셀러였다는 것 외에 몇가지 더 있는데,
그 중 몇은 대부분 공감할 것이고 몇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1) 2010년 베스트 셀러다. - 이건 팩트니까.
2) 유명 대학 교수가 썼다. - 이것도 팩트
3) 사회의 결핍에 대해 썼다. - 이것도 팩트
4) 재미있게 썼다. - 작가의 문제 제기 능력, 저술 방식 등이 참신하고 이해력이 떨어지는 나 같은 사람도 이해하기 쉽도록 썼다.
5)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찜찜한 구석이 남는다. - 이건 주관적 의견
6) 책을 다 읽지 못 했다. - 이것 역시 주관적 의견

1-4는 대부분 공감할 것인데, 왜 이런 좋은 책을 읽으면서 5-6과 같은 결과에 도달하게 되었을까? 생각이 정리되지 않던 차에

ㄱ) 김어준 총수의 모 논술학원 강연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Ttwi6E-6pHw
ㄴ) 유종일 박사의 인터넷 대담 중 언급
http://www.youtube.com/watch?v=H3bqs489Tfg&feature=related
ㄷ) 트랙백에 건 '아프니까 청춘이다' 리뷰
http://blog.ohmynews.com/specialin/rmfdurrl/359123

를 보면서 무릎을 쳤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구나'

5-6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된 두 책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7) 정의와 청춘의 아픔에 대해 얘기하면서, 사회 부정의와 청춘을 아프게 한 주체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
8) 그러한 부정의와 피의자에 맞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에 대한 답을 내려주지도 주체적으로 답을 찾도록 도우지도 않는다.

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두드려 맞는 사람을 계속 동정은 하지만, 그 상황을 맞서 같이 싸워주지는 않는 대부분의 구경꾼과 같은 심리랄까? '많이 아프지' 라 위로하다가도 정작 가해자가 나타나면 자리를 피해버리는 이웃과 다를 바 없는, 그러면서도 "아프냐고 물어본 것" 하나로 자신은 상도 타고 유명세도 얻고, 실제 맞은 사람은 맞선 사람은 난데.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정리해 본다.

물론 두 책이 히트하면서 사회에 공헌한 바 크다. (대담 프로에서 많이 다룬 내용들) 하지만, 이런 식의 관찰을 통한 공헌이 아닌 현실 참여를 통한 공헌을 두 저자에게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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