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 김제동 지음/위즈덤경향 |
이런 경향의 책이 많이 나오는 것인지 내 독서 목록에 이런 종류의 책이 걸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들어 인터뷰를 책으로 엮은 또는 인터뷰의 형식을 빌어 책을 지은 '인터뷰북'을 많이 읽고 있다. 예를 들면 '진보집권플랜', '닥치고 정치', '직설', 그리고 이 책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이다.
사실 처음 인터뷰북을 본 후에 든 첫 감상은 '책 참 쉽게 쓰네.' 였다. 별 내용도 없으면서 지면만 낭비하는 신변잡기적인 질문이 반 이상을 이루고 질문자의 내공에 따라 인터뷰의 질이 확연하게 차이나는 분야가 인터뷰 아니던가 말이다. 그런데 최근 인터뷰북을 읽으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첫째, 대화를 글로 옮기는 구어체의 편안함, 둘째, 인터뷰 형식이 주는 주제 이동의 자연스러움 등 때문이다.
사실 요즘 들어 형용사와 부사로 범벅이 된 글을 읽을 때마다 주제가 중요한 것인지 글쓴이의 어휘력이 중요한지 헷갈릴 때가 많은데 대화체에서는 그런 겉치레 표현이 나올 가능성이 적으니까 - 생각해 보라, 사람을 앞에 놓고 그런 문어체의 수사를 덧붙여가며 얘기한다면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얼마나 곤혹스럽고 소위 재수없겠는가? 특히나 김제동의 인터뷰이는 그의 선배 혹은 그의 친구나 동료가 많고 처음 만나는 사람보단 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일상적이고 신변잡기적인 얘기로부터 시작해 인터뷰의 목적을 달성해 가는 느낌이 강한데 이는 여타 전문 인터뷰어가 가지기엔 전문적이지 못한 약점일 수 있으나 방송인 김제동이 가지면 장점이 되는 아이러니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인터뷰 자체가 두서없이 진행되는 인상 - 주제에서 주제로 넘어가는 연결 고리가 약하다는 느낌? - 이 있는데 이 또한 우리가 평상시 친구와 대화하다보면 자연스레 뜬금없는 질문을 하기도 하고, 그러면 이전 주제는 묻히고 새로운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 등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친근감이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내용을 좀 들여다 보면 이 책은 경향신문에 연제되는 기획기사 "김제동의 똑똑똑"을 모아 펴낸 책으로, 그가 책머리에 밝혔던 것처럼 그만큼 이야기에서 주도권을 안 놓는 직군이 없는데 - 그는 사회자/MC 이다 - 남의 이야기를 주로 들어야 하는 인터뷰어의 역할을 맡게 되어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 보인다.
인터뷰 초기에 김제동에 관련된 이슈가 워낙에 커서 - 그는 공중파 방송에서 짤렸다 (대외적으론 스스로 그만두었다고 하지만, 책 이후에 진행된 인터뷰 중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진행한 인터뷰 전문을 보면 그도 짤린 걸 인정하고 있다 ^^) - 이기도 하고, 그의 인터뷰 전체를 가로지르는 주제 - 나는 왜 결혼상대자가 없는가 - 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지면에 담을 수 있는 인터뷰 대상자의 내용에 집중하지 못하는 단점도 발생한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인터뷰어가 이만큼 인터뷰이와 가깝게 동시에 한 주제에 다가간 적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총 25명의 인터뷰이를 만났는데 이 책 이후에도 계속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으니 내년 여름쯤에는 또 한 권의 책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인터뷰이는 매체의 성향상 대체로 진보적 인사나 김제동의 주변 연예인이 많은데, 간혹 정부 여당의 인사를 만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유인촌 전 장관이나 남경필 외통위원장 같은 경우인데 그런 경우에도 기계적으로 질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 중간중간 독백의 형식을 취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밝혀 균형을 잡고자 하는 모습이 책에서 보인다. 또한 인터뷰 기술이 점점 늘어가는 점도 책에서 보인다. 특히 언더그라운드나 공중파 시절 때 소통을 잘 하는 사회자라고 스스로 평가했겠지만, 공중파에서 하차하고 인터뷰어와 토크콘서트를 진행하는 지금 진정한 소통을 배우고 이뤄가는 느낌을 자각한다는 고백이 인상적이다. 성숙!!
매주마다 사건과 이슈를 찾는 이 책은 매우 현장감있고 사실적으로 이슈의 중심을 찾아 나선다. 최근 책을 읽는 중간 박원순 시장의 당선과 - 박 시장은 이 책의 등장인물 중 1인이다 - 본인의 인세 7000만원을 아름다운 재단에 쾌척하는 뉴스를 본다. 인세 기부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라니 그의 책이 계속 대박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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