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즈음에 SBS에서 방영한 이승환 콘서트 '진짜' 실황. 감상 후기. 게을러서 이제야 정리해 놓는다.)
결혼 생활 9년, 두 아이의 가장, 삼십대 후반의 나이. 어느 것 하나 문화 생활과는 거리가 먼 단어이다. 가수의 콘서트를 직관한 것이 언제였던지. 관람이 아닌 시청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응4' 및 일련의 드라마가 끄집어낸 90년대 음악과 시대에 대한 향수는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무한도전의 시즌 코너로 인기몰이)를 기점으로 공연 문화에까지 재점화되었다. 토토가의 출연진 중 쿨(cool)과 지누션 등 출연진을 보연서 옛 추억에 빠진 사람들이 많은데, 내 학창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한 가수는 이승환(승환옹, 공장장님 등)이었다.
국민학교(당시) 6학년에 처음 들여 놓은 전축(아남 나쇼날로 기억)의 LP를 사러 가서 첫 구매한 2장 중 한 장은 양희은씨의 베스트 앨범이었고 나머지 하나가 'BC603' 가수 이승환의 첫 앨범이었다. 처음 들었던 전축의 스테레오! 서라운드! 스피커에서 나오던 승환옹의 청아한 음색이란. 그 때부터 20여년 혹은 그 이상 팬을 예약한 것인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이승환이란 가수의 이름에는 어떤 시각적 이미지나 청각적 이미지보다 우선 후각이 먼저 반응한다. 공연장의 밀폐된 공간에서 공연이 시작할 때 주인공인 가수가 등장하기 전의 긴장된 순간, 등장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대장치에서 흘러나오는 연기의 약간은 매캐하면서도 시원한 내음.
90 몇년도일지 정확하지 않은 어느날 고향의 테마파크(우방랜드 현재 이름은 모름) 야외공연장을 찾아 공연 시작 3-4시간 전부터 줄을 서 공연을 관람했던 기억, 한 밤을 수놓던 폭죽의 매캐한 내음. 화려한 불빛.
2000 몇년의 겨울. 올림픽공원 펜싱 경기장에서 더 가까운 곳에 자리잡지 못해 서운했던 기억.
아마도 그와 공연은 떼어놓을 수 없는 연상 작용의 결과.
이 모든 기억에 지금 옆에 있는 이 사람이 있어 더 행복한 기억이었다. 이 담에 애들이 크고 집사람과 둘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공연해 주길. 또한. 그러기 위해 save the DF!!!
10대와 20대, 음악의 즐거움을 잊어버진 지금 30대에도 가끔 따라 부르는 그의 노래를 공연장에서 듣는다면, 화면에 비치는 관객의 대부분은 내 또래이던데. 무래 아래 관객의 생각도 TV를 지켜보는 나의 생각과 비슷할 거라는 느낌에 동질감과 유대감이 극대화 되는 밤이다.
승환옹, 오래 같이 갑시다.
# 불혹을 훌쩍 넘겼어도 음악에 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당신 모습이 참 좋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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