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노회찬 어록 - 강상구 지음/루아크 |
지난 해 여름, 노회찬 의원이 영면하시고 벌써 1년하고도 두 번의 계절이 바뀌었다.
그 사이에 뜨거웠던 여름과 차디찬 겨울을 지나 다시 여름을 나고 겨울이 왔다.
그가 추구했던 세상이 조금 더 가까이 왔는지 되돌아 본다. 지난 여름 그가 허망하게 가고, 금년에는 또 다른 종류의 린치를 보면서 아직도 그가 바라는 세상, 우리가 원하던 세상은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그의 지근에서 그를 지켜보던 친구이자 동지 '강상구' 씨가 그의 어록들을 모아 만든 책, "언제나, 노회찬 어록"을 읽으며 그를 그리워 하고 그의 삶을 짧게나마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 기억에 노회찬이 세상에 등장한 첫 장면은, 어느 토론에서 소위 "불판 갈이"로 시청자들을 흔들더니 급기야 김종필 자민련 총재를 재치고, 마지막 순번의 비례대표를 차지하면서 였다. 그 때 방송에서 넙대대한 얼굴에 안경 너머 안광을 밝히며, 호통 하던 모습이 뇌리에 박혀 10년 이상 그를 눈여겨 보고 지지했었는지도 모른다.
50년 동안 썩은 판을 이제 갈아야 합니다.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 먹으면 고기가 시커메집니다.
판을 갈 때가 이제 왔습니다.
그 이후로 국회의원으로써 그의 활약상, 시민과 특히 사회 약자들을 바라보던 그의 따뜻한 배려, 여성을 존중하는 마음, 불의에 맞서 자신의 지위(국회의원)까지도 거는 담대함 등을 보면서 더 매료되었던 것 같다.
특히 그의 당대표 수락 연설 "6411번 버스 투명인간"은 그의 사후 전국적으로 회자되면서 더욱 그를 그리워하도록 만든다.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중략)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 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 달에 85만 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그들을 위해 사는 것이 공인인 국회의원으로써 본인의 의무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했던 그를 기억한다.
지난 여름 두 가지 사건이 깊이 뇌리에 박혀 있다.
하나는 누구나 알고 있는 '조국' 이슈다. 이 사태에 대해 노회찬 의원이 검찰과 기자, 보수 정당을 위시한 기득권 세력에게 어떤 말을 했을까 상상해 보곤 한다. 아마도 그가 날리는 촌철살인은 막혔던 우리네 가슴을 짧게나마 시원하게 뚫어줬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는 사람만 관심이 있을 '톨게이트 노동자' 이슈다. 그가 지키고자 하는 '투명인간'들을 위해 그가 싸웠을 것을 생각하니 그가 너무 일찍 우리와 세상을 달리 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먹먹해 진다.
"사람을 믿고 사람에 의지하면, 반드시 실망하게 된다" 고 하는데, 그가 없어 그를 의지하지 못 해 아쉬운 시절이다.
# 19년 11월 서평
# 그리고, 그가 추구해 마지 않았던. 6411번 투명인간들을 대변하기 위한 법(연동형 비례대표제) 과 특권에 의한 반칙을 막는 법 (공수처법) 이 통과되었다.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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