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보커터 - 김내훈 지음/서해문집 |
- provocateur : 선동가, 도발자
- provoke : 자극하다, 화나게 하다, 도발하다.
이 책은 '선동가, 도발자'로 번역되는 '프로보커터'에 관한 책이다. 프로보커터의 기원과 한국의 대표적 프로보커터들 (그 중에는 동의되지 않는 인물도 있지만) 그리고 그들과 우리의 미래를 '디스토피아'적 시각에서 비평한다. 최근 이슈화된 특정 '유튜버'부터 과거 지면과 블로그로 '흥'했던 유명 '시사평론가' 까지 저자는 비평하는 대상에 대해 시대와 매체를 넘나든다.
'프로보커터'는 유행어로 번역하면 '관종', '어그로꾼'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이와 약간 다르고 최근에 정의된 '사이버 렉카'가 더 적절할 듯) 자극적인 영상과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를 다루면서 초기 구독자를 모으고, 이들의 만족과 자신의 목적 (대체로 돈과 정치적 영향력)을 위해 비난 대상(인물과 사건을 가리지 않는다)을 찾고 구체화시켜 실행한다. 여기에는 주제와 맥락이 상관없고, 다만 더 자극적이고 추종자를 만족시킬 방법의 참신성만 중요하다. 이를 통해 지지자들의 성원(영향력)과 '돈'을 얻는다.
저자는 원조격인 미국의 사례와 우리를 대비시키는데, 그만큼 미국과 우리 모두 공히 '프로보커터'의 폐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작가는 미국이 우리보다는 더 심각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편인데, 나는 반대로 우리의 현실이 더 암울해 보인다. 미국은 매스 미디어가 그들과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외려 대척점에 있다는데 우리는 주요 매체가 (진보와 보수 성향을 불문하고) 프로보커터를 자신들의 기사 소재를 제공해 주는 '정보원'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오히려 언론 스스로가 프로보커터가 되고자 하는 현상(익명의 관계자 전언, 따옴표 저널리즘)은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저자는 '프로보커터'의 폐혜를 완화하기 위해 우리의 언행을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차이를 두고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면서 책을 마무리 하는데, 나는 그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언론이 '정상화'되지 않거나 사람들이 저들에 싫증을 내지 않는 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새로운 프로보커터가 계속 등장할 것이기 때문) 이 현상은 점점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슬프다.
# 2022년 3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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