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함무라비 - 8점
문유석 지음/문학동네

최근에 재미있게 시청하는 드라마 2개가 있다. 두 작품 모두 법정, 더 엄밀하게는 판사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책이 원작인 '미스 함무라비'다. (다른 하나는 '무법 변호사')
원작인 '미스 함무라비'는 현직 판사인 '문유석' 씨가 '한겨레' 신문에 연재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그 동안 쉽게 접할 수 없던 법원 내부 판사의 일을 듣는 것만으로 참신하다 할 만 하다. 책과 드라마로 만들어지기까지 했으니 소재의 신선함이야 말해 무엇하랴.

책 제목인 '미스 함무라비'는 주인공 중 한 명인 초임 판사 '박차오름'의 별명이다. 이름이 말해주듯 매사에 '옳음' 정의를 추구하는 열정적인 인물로 소설의 다른 주인공인 '임바른' 판사와 '한세상' 부장 판사와 함께 서울 중앙 지법 민사 44부를 담당하고 있다.

법원과 판사하면 의례 떠오르는 '법봉'과 '형사재판'을 두고, 민사 합의부를 소재로 택한 이유는 뉴스로만 접하는 법원이 아닌 우리 실생활에서 한 번은 연관될 수 있는 사건/사고를 통해 법원을 재평가해 보자는 의미라는데, 그 이유 말고도 작가의 직업적, 개인적 성향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형사 사건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하게 갈린다. 사건을 지켜보는 제 3자인 국민들도 피해자에 동정하고 가해자를 비난하는데 익숙하다. 하지만, 민사 사건은 원고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경우도 있고, 다른 관점에서 볼 여지가 많은 형편이다. 하물며 판사는 이러한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때로는 둘 사이를 중재하기도 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판결해야 하니 소송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비난의 화살이 법원으로 돌아오는 현실을 소설의 세 주인공을 통해 조금은 변호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소설과 드라마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은 몇 개를 제외하고는 재판 과정과 판결이 외부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생각할 지점이 있다는 것에 동의하게 된다. 잔상이 남는다고나 할까?

다만, 판사라는 직업에 대한 애착 인지, 너무 자기(조직) 중심적인 변호도 보이는 점은 아쉽다. '전관 예우'에 관한 에피소드 (법조 브로커들의 농단으로 포장되고 정작 당사자인 판사는 별다른 고민이 없다)나 유명 사학 재단 후계자의 성폭행 사건 (1심에서 법정 구속을 시킨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집행 유예거나 무죄가 되겠지) 은 현실 인식과는 약간 차이가 있는 내용이 아닌가.
특히, 전임 대법원장 하에서 이루어진 '사법 거래'와 '뒷조사' 뉴스를 접하는 요즘에는 더 그러하다.
작가가 바라고 그리는 판사와 법원은 잔잔한 '휴머니즘 드라마' 라면, 현실은 '하드 보일드 액션' 또는 '호러'라고 할까?


# 드라마는 주인공 캐스팅 부터 소재에 이르기까지 소설을 충실히 따를 뿐 아니라 현실 세계를 좀 더 반영하는 내용이 추가되어 더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소설의 저작 시기가 2016년이고 현실은 2018년인 것이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내부자의 시각이니 '미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을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20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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