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평 : 


작년에는 희대의 호통쟁이 전원책 변호사가 나와 스튜디오와 내 속을 난장판으로 만들더니, 올해는 신세돈 교수라는 걸출한 인물을 배출하였다.

어느 인터넷 기사가 제목으로 뽑았 듯. 한국이 어디로 가는지는 나오지 않았으나, '토론회는 약간 산으로' 갔다.


인물평 :


1. 손석희 아나운서 - 가재는 게 편?


토론 초반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유시민 작가가 최근 경제 위기 논란에 관해 보수 유력 종합지, 경제지, 종편 등의 과장/과대 보도를 지적하자 '갑분싸' 하더니 '언론사 사장' 모드로 변신. 금번 이슈가 위기라 생각하지 않느냐며 힐난투. 아마도 이번 토론회의 주제가 '꺼리'가 안 된다고 공격받았다고 생각해서 일까? 

전반적으로 진행이 매끄럽지 않았고 (물론 패널의 활약이 기인한 바가 크겠으나) 방청객의 질문이 예년과 달리 적절하고 날카로웠는데도, 의견이나 질문을 끝까지 듣지 않고 끊어 진행을 무리하게 하는 등 예전 '100분 토론 손석희'가 그리웠다.


2.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 - '어공'도 일단은 공무원


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대안 제시가 사라지고, 모든 말의 결론은 "일단 정부를 믿어 달라"는 방어적 태도로 일관. 여전히 논리적이고 일관성이 느껴지긴 하여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학자 시절의 설명 투의 말씨는 바뀌지 않아 듣는 사람이 참을성만 있다면 잘 정리된 의견을 청취할 수 있겠으나, 예의 그 '길게 말하기' 스킬이 여전하여 진행자가 자주 개입하였음. "정리해 주시죠."


3. 신세돈 교수 - 과거지향적 과거인?


호통과 말 끊기로 일관. 필사의 고수?? '민생지수(어디에 쓰고 있는지 모름)'의 창시자?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있는데, 대안이 없는 양반. 대부분의 경제학자, 패널이 그러하듯 비판은 잘 하는데, "그래서 당신의 생각은?" 이라는 질문에 대답을 못 함. 진행자가 '손석희' 인지라 끝까지 대안에 대한 질문을 해서 결국 얻어낸 답이 '국가 주도 경제 사업' 이었음.


토론 초반에 유 작가가 '경제 위기론'을 과장하는 매체 등을 비판하며 10년 전 과거(전임, 전전임 정권 시절)로 회귀시키려는 숨은 의도가 있다고 하자, 자신에 대한 모독이라며 자신은 과거를 그리워하지 않는다고 함. 그런데, '국가 주도 경제 사업'이 제일 활발했던 게 6-70년대(박정희 정권)이고, 국가 주도 경제 성장의 결과로 대기업이 발생하고 이 대기업이 돈줄을 쥐고 풀지 않아 현재 경제 위기의 대표적 양상인 '기업과 가계의 소득 양극화', '개인 간 소득 양극화'가 발생하게 되었다는 점. (그러면 이 분은 10년 전이 그리운 게 아니라 4-50년 전이 그리우신가?)


여러 가지 주장 중 제일 황당했던 것이 '스마트 팩토리'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 '공장 자동화'로도 읽을 수 있는 이 정책의 장점이자 단점이 공장에 일할 사람이 '줄어 든다'는 것인데, 이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현재 경제 위기의 핵심인 '가계 가처분 소득 하락'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음. 이러한 방식을 산업 혁명 시대의 흐름으로 본다면 거부할 수는 없겠으나,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 (예를 들면, 보수/재계가 거품을 물고 반대했던 최저임금 인상, 사회 안전망 강화 등)이 있어야 가능할 제도들인데. 이러한 고민을 패키지로 하지 않는 것은 공염불임.


4. 김용근 경총 부회장 - 왜 나왔을까?


존재감 제로였던 이. 도대체 누구를 대변하려 나오셨는지? 경기가 나쁘고 이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을 대표하는 사람이 맞는지? 자영업자? 현재 어려운 자영업자 대부분은 '자가 고용'만 있는 1인 사업자. (최저 임금은 남의 얘기인 분들) 

마지막에 유시민 작가에게 카운터를 맞는 부분에서만 존재감이 살아남. 이날 토론에서 하이라이트의 한 축(?).


5. 유시민 작가 - 클라스는 영원하다.


토론 초반, 너무 예의를 차려 빙빙 돌려 말하는 투에 약간 실망하였으나, 토론이 중반을 지나면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옴. 

정부 정책에 대한 방해(언론, 기득권)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금년도 정책의 성격에 대해서는 김상조 위원장과도 약간의 견해 차를 보이고, 숨기지 않음.

어수선하고 정리가 안 된 토론 가운데서 마지막 발언으로 하이라이트를 장식.


보수 언론의 기사 중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30년 간 같이 일한 직원을 내보냈다는 경영자'를 언급하며 기업의 반성(?)을 촉구.


"어떻게 30년 같이 일한 직원에게 최저임금밖에 안 줍니까?"


이에 대해 먼저 언급한 한 역사학자의 페북 글로 감상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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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제학자들

저자
이정환 지음
출판사
생각정원 | 2014-10-02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재벌과의 빅딜? 국가의 개입은 어디까지… 짝퉁 경제 민주화와 주...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좌와 우를 가로지르는 경제학과 경제학자들의 향연.

저자인 이정환 기자는 그간 경제학(특히 삼성)관련 기사를 작성하면서 경제학자들마다 저마다의 주장과 이론이 다르고 사안에 따라 모였다가 흩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경제학의 스펙트럼을 분석할 계기를 삼게 된다.

뒤에 소개할 장하준 교수의 "경제학 강의"가 경제학(또는 경제학파) 자체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면 이정환 기자의 "한국의 경제학자들"은 한국판 경제학(또는 경제학자)의 스펙트럼을 더 세밀히 보여준다.


강연, 편론, 기사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자료를 모두 모은 이 책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주제로 저마다의 주장과 이론을 제 3의 비평가의 시각에서 잘 정리하고 있다. 특히 주류이며 승자인 우파, 시장 우선 주의와 함께 왼쪽, 제도주의 경제학 또는 국가주의에 기반한 (마르크스 경제학까지도) 다양한 사조를 소개, 정리하고 있다.


우선, 국가(제도) 주의에 기반한 장하준 교수와 신고전파 시장주의자 김상조 교수를 양축으로 가운데 이병천 교수, 장하준 교수의 왼쪽에 김성구 교수, 그보다 더 급진적인 김상봉 교수, 김상조 교수의 오른편에 장하성 교수와 김정호 교수를 나열하여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에 이르는 다양한 주장을 함께 싣고 있다. 그 외에도 각 주장의 대표 학자들에 대한 소개도 빼 놓지 않는다. 이 뿐인가, 삼성 경영권 승계의 핵심인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관점에서도 삼성을 바라봄으로써 각 주체들의 관점을 모두 싣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있는 저작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도서정가제" 시행과 맞물려 굉장히 싼 가격에 살 수 있었는데 이 상황이야말로 국가의 제도의 허점과 시장의 전횡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입법부의 몰이해와 출판업계의 상술 때문에 저자의 순수한 의도가 퇴색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뒷맛이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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