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장한 옮김/더클래식 |
러시아 단편작가인 안톤 체호프의 단편작 "어느 관리의 죽음"
여러 판의 단편집이 있지만, 나는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의 '체호프 단편선 1 '로 해당 작품을 읽었다. 단편집의 표제작인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대신 "어느 관리의 죽음"에 더 관심이 간 까닭은 주인공 '이반 드미트리치 체르뱌코프'의 걱정과 불안, 강박이 현대인들, 특히 나의 최근 심리와 어느 정도 일치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좋아하는 오페라 공연 관람 중 우연히 재채기를 하게 되고, 자신의 침이 앞 줄에 앉아 있던 다른 부서의 장관에게 튄 것을 알자 불안에 휩싸인다. 처음에는 그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가벼운 사과를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점점 스스로 강박과 걱정에 휩싸여 상관을 여러 번 찾아가 광적인 해명으로 일관하여 귀찮게 함으로써 상황을 악화시킨다. 참다 못한 상관이 그만 하라며 소리치자, 자신의 소심함과 불안이 발화가 되어 그날 저녁 쇼크사하고 만다.
주인공의 소심함과 쓸데 없는 걱정에 헛움음치다가도 결국 그가 쇼크사로 생을 마감하는 결말에는 웃음이 사라지게 되는 '블랙코미디'라 할 만하다. 요즘 말로 '웃픈' 상황이랄까? 좀 뜬금없는 결말이기도 하다.
결론도 그렇지만,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묘사도 동시대의 다른 문호들(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등)이 풍부하고 수려한 문체와 친절한 설명으로 글을 전개해 나간다면, 체호프의 글은 간결하고 절제된 표현으로 일관한다. 다만, 어딘가 빈 것 같은 문장과 문장, 단어와 단어 사이가 독자의 상상력으로 훌륭히 메꾸어지는 신기한 경험도 하게 된다.
저자가 말했듯 "단순하게 쓰는 것이 재능있게 쓰는 것이다." 라는 주장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역설하고 있다.
고전의 힘이랄까!
<덧글>
코로나 장기화 이후 경제 침체와 전쟁, 내전 등의 불안한 상태, 무엇보다 정치가 국민의 의식 수준과 너무도 동떨어진 요즘같은 시점에 한쪽 귀와 눈은 여전히 세상을 바라보면서 때때로 고전작품이 주는 상상력과 감동에 잠시 쉬어가는 것도 필요하다 싶다.
이런 게 유시민 작가가 자신의 책에서 언급했던 '비더마이어 시대'의 '독자생존전략' 아닐까?
"내가 거기서 본 것은 좌절과 도피가 아니었다. 질긴 희망과 포기하지 않는 기다림이었다." (유럽 도시 기행 2,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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