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 8점
요시노 겐자부로 지음, 김욱 옮김/양철북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최근에 극장에서 개봉되어 불경기임에도 100만이 훌쩍 넘는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애니메이션(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과 동명인 이 작품은 노감독이 마지막 은퇴작 제목으로 정했을 만큼 (소년 시절) 그에게 영향을 끼친 작품이며, 그 뿐 아니라 일본 청소년들의 필독서라 한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오랜 팬으로 그의 은퇴작을 기다리며, 원작을 미리 읽어두려고 일독하였다.

 

주인공인 중학생 '코페르' (별명)는 (인간 사이의) 관계, 꿈, 우정, 왕따와 학교폭력 등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그의 외삼촌과 대화와 필담을 통해 나누며 자신의 정체성(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들과 대등한 나)과 가치관(평화와 신의)을 성립해 나간다.

그 나이의 사람이 겪을 만한 일들을 주인공이 경험하고 그의 멘토와 대화를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해 나간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진부하고 뻔한 교훈을 담은 이야기일지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의 출판 시기를 생각해 보면 이 뻔하디 뻔한 이야기가 굉장히 놀라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하나의 사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거의 90여년 전, 1937년에 출간되었다. 이 때는 유럽의 파시즘과 더불어 일본제국에는 군국주의가 확산되면서 전쟁을 미화하며, 약육강식을 당연한 시대정신으로 여기던 때였다.

일본의 뜻있는 지식인 (저자인 요시노 겐자부로를 포함하여)들은 사회의 분위기를 개탄하며 청소년들이라도 이 전쟁의 광기에서 지켜내고자 이 책들을 발간했으며, 전쟁이 본격화되자 오랜 기간 금서로 지정되는 등 어려움을 겪다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고전이 된 것이다.

 

전후 반세기가 훌쩍 지난 요즘이지만, 이제는 전쟁만큼 무시무시한 자본의 지배로 인강성이 억눌리고 말살되는 엄혹한 시대다. 

고리타분하지만 묵직한 울림이 있는 책이 더욱 간절한 시대이기도 하다.

 

참고로 극장의 그 애니메이션은 제목과 주제의식만 빌려왔을 뿐 책의 줄거리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그래도 자체만으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

 

2023년 10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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