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유화를 멈춰라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미헬 라이몬(Michel Reimon),크리스티안 펠버(Christian Felber) / 김호균역
출판 : 시대의창 201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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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 홍역을 치뤘던 한미 FTA가 추가 협상을 했다고 하여 국민들의 우려와 원성이 끊이지 않았다. 자유 무역 협정 FTA의 속에는 재화는 물론 서비스에 대한 자유 무역도 포함된다고 하니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 뿐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받는 일반 국민들도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에 읽은 책 '미친 사유화를 멈춰라'는 이러한 서비스, 특히 공공의 안녕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공공제의 사유화(혹은 자유화)를 비판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수도, 철도, 도로, 의료, 국방, 치안 등 국민 생활에 필요한 기본 공공제를 민영화하였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비관적 결과들을 실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영국의 철도나 수도가 사유화되어 국민들에게 실제적으로 어떠한 피해를 입혔는지 뿐만 아니라, 잠정적으로 황폐화된 공공제 서비스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추가적으로 얼마나 큰 국민적 희생을 요구하는지에 대해서도 다룬다.

 

 의료 부분과 같은 경우 우리 나라도 영리 목적의 병원을 허용하려 하기 때문에 관심이 가는 부분인데,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미국의 의료 민영화(더불어 보험 민영화)가 부른 폐혜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에서도 잘 드러났고, 이를 정상화하기 위한 의료 개혁은 미국 대통령의 중간 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 파급 효과도 엄청났다.

 

 공공재에 대한 민영화는 기본적으로 공공재를 취급하는 공기업의 생산성 하락과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대중의 공감을 얻기 비교적 수월하다. 내 생각만 하더라도 공기업의 무사안일 주의와 나태방만 경영은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의 답이 민영화가 아니라는 점은 이 책을 통해서 뿐 아니라, 우리가 이미 겪은 몇 가지 사례를 통해서도 충분히 경험했다.

 민자의 투자로 개발된 각종 인프라(도로 등)가 터무니 없는 이용요금과 정부 보조금을 갈취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비교적 민영화에 성공했다는 통신 분야에서도 민간 기업이 과점을 통해 요금과 서비스 수준을 자사의 이익에만 충실하게 배분하고 지역별 분균형 투자를 횡행함으로써 서비스 격차가 점점 벌어지도록 방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의 규제가 필요한 데 이를 첼폐하는 것도 자유화의 한 축이라고 한다.

 책에서도 사유화된 공공재가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서비스의 질과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안전 사고가 급증하며, 공공에 대한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에 다시 국가가 이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사유화했던 기업의 이익만 충족시키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실례가 겹겹이 걸쳐서 나온다.

 

사유화(혹은 자유화)는 한 국가의 시장 특히 공공재에 대해 기업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한 국가의 경계를 넘어 국가간 또는 탈국가적으로 시장이 개방되어야 한다는 것이 현재 자유화의 흐름이고, 이는 신자유주의의 현대적 해석이기도 하다. 이 이면에는 국가의 소속을 뛰어넘은 다국적 기업이 존재한다. 이들과 신자유주의를 주창하는 정부는 WTO와 GATS, FTA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려 노력한다. 이 결과로 피해를 보는 것은 다국적 기업도 아니요, 임기가 제한된 정부(관료)도 아니요, 그 시스템에 속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국민들이다.

 

애덤스의 자유주의 경제학부터, 대공황과 2차 세계 대전 이후 국가 개입을 주창한 케인스 학파의 등장 후 30여년 신자유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책에 따르면 신자유주의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경제학파였지만, 동구 사회주의 붕괴를 기점으로 근본이 전혀 다른 '국가의 시장개입'이 비판을 받으며 반사이익을 얻어 경제학의 주류로 떠올랐다고 한다. 이후, 영국과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부의 협력에 힘입어 그 범위를 전세계적으로 떨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영미에서는 1980-90년 대에 전성기를 보낸 신자유주의 바람이 한국에서는 이제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신자유주의 자성론이 나오는 이 때에 우리는 아직까지 득세를 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장하준 교수는 '나쁜 사마리아인'에서 선진국들이 자국의 성장 가운데 취했던 보호주의 무역을 현제 그것이 필요한 개도국이나 후진국에 철폐하라고 (이게 신자유주의 무역이다.) 하는 것을 일컬어 '나쁜 사마리아인'이라고 했다. 나쁜 사마리아인의 정말로 나쁜 점은 자신이 하는 일이 정말 나쁜 일인지 모르고 정의감에 불타서 열정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즈음에 나는 이러한 사태를 관망할 수 밖에 없는 나도 '나쁜 사마리아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들은 우리가 피해자로 남아있지 않기 위해 좀 더 사유화에 관심을 가지고 관계 기관에 질의하고 요청할 것을 건의한다. 이를 통해 우리도 무력한 피해자에서 탈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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