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야당을 갖고싶다 - 6점
금태섭 지음/푸른숲


금태섭 변호사는 검사 시절 한겨례에 '검찰 조사 받는 법'을 연재했다가 검찰 조직에서 나와 방송과 변호사 업무를 병행하던 사람이다. 이 분이 쓴 이전 책 '확신의 함정'을 읽고 상식의 반전과 내용의 신선함에 반했던 기억이 있다. 그가 지난 대선 국면에서 안철수의 진심캠프에 들어갔다고 했을 때에도 정치판에 뛰어든 정치 지망생이라기 보다는 어려운 국면에서 재야의 여러 실력자들이 안철수를 도우는 구나 생각했다. 

그가 '730일 정치 분투기'란 부제로 책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를 써 냈다. 대략 '금태섭 변호사의 안철수 사단(?) 합류 및 결별 이야기'였다.


책은 대선 후보 선언 이전의 안철수 '돕기 모임'부터, 캠프로 활동한 대선 국면(단일화를 포함하여), 창당 활동, 새정연 합당 시기를 각각 나누어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사실과 주관을 써 놓았다. 그 중간 중간 캠프(정확히는 캠프의 수장인 안설수 씨)의 이해가 가지 않는 행보나 자신의 실수 등을 비교적 잘 성찰했다.


책의 주장은 리더의 결단력 부족이 지난 대선 실패의 원인이며, 합당은 내부의 토론의 산물이 아닌 리더의 독단이며, 이를 해소해야 야당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동의하는 점

 > 리더의 결단력과 조직의 투명성이 중요하다.

 > 개인의 정치 생명 보다는 조직이나 지지자의 운명이 더 중요하다.

 > 정치는 준비된 자들의 향연이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자들이 주요한 역할을 맡을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 새정치를 위해 젊은 세대를 준비시키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 의제 설정이 중요하다. 사안에 따라 대응하는 방식은 수동적이고 한계가 분명하다.


- 비판하는 점

 > 본인도 정치적 준비가 되지 않은 신인이면서 동작 출마를 주장하다가 포기한 점. 할려면 끝까지 안 할려면 더 준비하든가.

 > 안철수 대선 후보의 단일화 후 행보와 보궐 선거 출마를 옹호하는 점. 보궐 선거 출마, 그것도 가장 야당에 편하다는 곳에, 그건 아니지 않나? 지지를 반쯤 걷어들인 계기.

 > 몇가지 형용 모순, 그 중에 대표적인 게 제목. 이기면 이미 여당. 야당 아니죠~ (말꼬리 잡기, 미안)

 >> 이기는 야당이 아니라, 야당이 이기는 모습(이것도 말장난인데,)이 필요하다. 즉, 이기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야당이 아니라 야당으로써 해야할 일을 지금처럼 어정쩡하게 말고 열심히 해서 이기는 모습이 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안철수의 '생각' 출판 이전과 이후의 내부 상황을 잘 알게 되어 매우 유익했다. 안철수의 생각과 진심을 잠시 기대했던 지지자로써의 자세를 이제는 접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결정적인 행보가 없는 한은 금태섭 씨의 평가가 내 평가와 일치할 것이므로)

한편, 박경철 씨가 공개적으로 안철수의 정치행에 대해 자기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면서 (방송과 책에서 여러 번 언급) 그간 비선으로 활동했던 점(금태섭의 증언에 따르면) 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해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름 존경하던 인물이었는데. 그나저나 그리스 여행기 2편은 언제 나오려나.

커피숍에 앉아 '안철수의 생각'을 정독하다.

안철수의 생각
국내도서>시/에세이
저자 : 안철수
출판 : 김영사 201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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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안사람의 지인이 결혼하는 소식을 들을 겸 식사 대접을 하는 자리가 있었다. 딸아이가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매우 불안해 해서 모녀가 함께 나가는 것으로 결정하고 거리가 꽤 멀어 차로 대려다 주고 마치면 태워 오는 것으로 나의 자유 시간을 허락 받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외출에 들뜬 안사람을 뒤로 하고 책과 노트북이 담긴 한 가방을 울러 매고 도착한 곳은 평소에 거의 가지 않는 외국계 커피 전문점이었다.

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 (사이즈 중에서 메뉴에도 없는 가장 큰 잔)을 들고 자리 잡은 나는 간단한 요기도 해결하고 안사람이 이야기를 충분히 마치고 나올 시간 만큼을 보낼 수 있을 아지트를 마련했다. 적어도 2-3시간, 책 좀 보다가 지겨우면 인터넷도 좀 하다가, 그럭저럭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고 예상한 참이었다.

얼 마전 전자책으로도 출판되어 구매해 놓았던 '안철수의 생각'을 읽어볼 참이었다. 안철수 (후보? 원장? 내 입에 잘 붙는 호칭은 사장님이지만,) 후보가 그끄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도 했거니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두어야 투표시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지난 회사의 사장으로 평가하는 성격/인품과 후보로 나서는 지금을 구분하여야 겠다는 생각도 했다. 지난 회사의 사장님이라고 하여 묻지마 투표를 할 순 없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안사람이 볼일을 마치고 호출하는 시간까지 3시간 동안 자리 한 번 안 뜨고 정독, 완독 하고야 말았다. (이 얼마만에 느껴보는 집중력이며, 진득함인가?)

우선 이 책은 쉽다. 인터뷰북 특유의 대화체도 이유겠지만, 인터뷰어의 내공을 짐작케 하는  주제별 질문이나 추임새 등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주제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대화를 듣듯 이해가 빠르도록 돕는다.

책 대부분의 내용에 동의한다. 평소 내 생각이 민주/진보 쪽에서도 진보에 가깝다고 생각했었는데, 중도에 가까운 성향이라 평가 받는 안 후보의 생각에서 오히려 관행이나 필요악이라는 미명 하에 용인 받아오던 구습의 철폐를 듣노라면 나의 위치가 어딘지 다시금 묻게 된다. 그만큼 민주/진보 세력에도 미처 깨닫지 못한 구습이 많이 남아 있어서 일까. 
더군다나 당장 실현 불가능한 이상향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을 우선 시행하는 실천력 부분에서의 설득력이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울림이 두어 번 있었는데, 다음과 같은 '생각'을 엿보면서 였다.
교 육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서 지방 전문대의 평생 교육장 활용과 EBS의 역할을 주문하였는데, EBS가 지원받는 수신료 %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한전이 가져가는 수수료보다 적다는 대목에서 그랬고, (이 부분은 평소 EBS의 다큐를 즐겨보고 EBS의 역할이 증대되기를 바라는 애청자인 나의 입장과 완전히 동일) 최근 문제시 되고 있는 하우스 푸어의 해법을 보면, 원금을 탕감하는 등의 포퓰리즘적 정책이나 집을 담보로 다시 빚을 내거나 '제집 세살이'를 하라는 책상 머리들의 '대책 없는 대책'이 나오는 이 마당에, 원금은 갚되 장기 상환으로 돌리고 만기 일시 납부형이 아닌 원리금 분할형을 제시하는 것(프리워크)은 지극히 당연하고 그래서 후보의 균형 잡힌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전세살이의 설움을 안다는 한 줄을 가지고 (정말 한 줄 나왔다.) 공격에 나선 얼간이들이 다시금 생각났다.

용산 참사나 강정 마을 사태, 4대강 문제, 쇠고기 수입/FTA 문제 등 주어진 현안에 대해 많이 공부했고, 현실에 녹여내는 일이 남았다는 인상을 크게 받았다.

다만, 책의 경제 관련 내용과 달리 대선 출마에는 이러한 기조에 반하는 인물이 등장해서 우려가 되었는데, 도와 주는 다른 분들이 잘 제어해 주실 거라 믿는다.

이 전에 봤던 사장님으로서의 인상과 십수 년이 지난 지금 크게 바뀌지 않은 점이 인상에 남는다. 적어도 내가 지켜본 10여년은 항상성이 있었다는 이야기. 앞으로의 선택과 결과가 어떻든 '안철수의 생각'을 생각만이 아니라 실천하실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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