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 - 정경심 지음/보리 |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
- 정경심 저
조국 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나고 그 후, 모두 잘 알다시피 자신과 가족, 친인척, 지인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수사, 결국 처음 의혹이 제기되었던 사모펀드니 대선자금이니 하던 떠들썩했던 범죄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그러는 사이, 애먼 그의 배우자가 자신의 학교에서 발행한 ‘표창장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되어 다른 재판에서라면 증거 효력 조차도 없었을)의 직인을 허락 없이 사용’했다는 혐의에 의해 징역 4년이라는 중범죄에나 해당되는 실형을 받고 수감되었다.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자녀들도 수익자로 적시되어 재판을 받는 중이고 말이다. 그와 그녀의 가족의 시련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책은 그녀가 수감된 이후 최근 가석방으로 출소하기까지 1152일(만 3년하고도 몇 달)을 독방에서 병(그녀는 사고로 한쪽 눈과 뇌에 후휴증이 있으며, 허리 디스크로 수감 기간 동안 계속 휠체어에 의지했다)과 싸워가며 한 자 한 자 눌러 쓴 ‘수기’이자 ‘시’이다.
부재인 “깊은 절망과 더 높은 희망”에서 보듯 자신에게 닥친 가혹한 시련에 절망하면서도 가족과 주변의 응원에 기대 희망을 가지며 쓴 글이다. 처한 상황이 (당시나 지금이나) 녹록하지 못 해 고치거나 다듬을 새도 없던 부끄러운 글이라 스스로 낮추지만, 그럼에도 자신에게 주었던 관심과 애정을 잊지 않고 자신이 잘 ‘존재’해 왔음을 알리는 글이다.
가족의 애틋한 정을 담은 ‘멀리서 너를 바라만 보아도’, 가혹하고 불공평한 수감 기간 동안에 대한 절망감을 담은 ‘운명의 바퀴여 제발’, 이 모든 상황을 덤덤히 받아들이게 되는 ‘아름다움이 되는 순간까지’ 도합 3장 196편의 시에 걸쳐 그는 하루하루의 절망을 손바닥 만한 구치소 ‘보고전’ 용지에 써내려가며 마음을 다스려 나간다. 마침내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 닥친 시련을 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인 것 같다.
그녀는 가석방 전 마지막 구치소의 밤을 자신의 방을 정리(그림을 떼어 내며)하고 그 안에서의 인연들과 인사(교도관 Q에게, 가볍게 떠나리라)하며 나올만큼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으로 읽힌다. (글은 그의 생각과 행동을 대변한다) 비록 그가 비정상적으로 엄한 사법의 판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 본성, 본질은 바꾸지 못 한다.
수 년 전에는 그 존재조차도 몰랐으나 이제는 그녀가 ‘조국’의 아내이자 가족의 일원 일 뿐 아니라 문학가이자 시인으로써 앞으로의 인생도 절망을 넘어 희망으로 나아가길 멀리서나마 응원한다.
2023년 12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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