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무정 1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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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무정,

소설가 김탁환의 2010년작으로 김탁환은 근래 영호화된 소설의 원작자로 잘 알려져 있다.
김영민의 연기로 이슈가 되었던 '열녀문의 비밀'(영화명: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부터 최근의 '노서아 가비' 까지... 소설이 영화화되기 위해서는 소재도 소재지만, 그만큼 내용 측면에서도 흡인력 있고 장면에 대한 그림이 그려져야 하는데, 김탁환의 소설이 바로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읽은 밀림무정은 언뜻 재목만 보면,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대륙 그도 아니면 동남아시아의 어느 밀림을 떠올릴 법 하지만, 이 소설의 배경은 특이하게도 개마고원이다. 눈발이 날리고 침목수림이 빼곡한 개마고원의 어느 수풀을 밀림이라 표현하는 것이다. 극한의 환경 하에서 주인공인 포수 '산'과 개마고원의 지배자인 마지막 백두산 호랑이 '흰머리'가 쫓고 쫓기는 추격을 벌인다.
일제강점기 시대가 험악하고 한치 앞의 미래가 안보이던 시절, 자신의 적과의 일전만을 벼르며 적과의 조우를 손꼽아 기다리는 하지만 그 한번의 만남이 자신 또는 적의 죽음임을 아는 한 남자의 정신에는 이미 시대의 아픔도 슬픔도 초월한 무언가가 있는 것이 느껴진다. 차라리 '산'의 경쟁자이자 식민지 지배자의 대리인 '히데오'나 연인인 '주홍'과의 인연은 군더더기 곁가지인듯 하다.

일제강점기 '해수퇴치'라는 목적으로 우리 산야의 많은 산짐승, 들짐승이 죽어서 가죽이 벗겨졌다 한다. 그 중 대부분은 일제 고관대작들의 거실 바닥으로 서재 벽채로 죽어갔지만, 마지막 남은 백두산 호랑이 '흰머리'는 외려 이 땅의 인간 '산'보다 더 억압에 저항하는 우리 민족혼을 담았다고 느꼈다. 다만, 우리 민초들의 삶이 결국 '흰머리' 보다는 '산'에 '산' 보다는 좀 더 낮은 자의식에 머물렀다고, 머리보다는 몸이 고달픈 인생이었다고 술회하는 점은 아쉽고 논란의 여지도 있다.

호랑이 사냥에 더하여 우리 산하이지만 지명도 생소한 개마고원의 면면을 표현한 문장이며, 사냥에 참여하는 개(청룡, 현무, 주작 - 사냥 대상인 호랑이가 백호이기 때문에 백호가 빠진 사방신인 것이 이채롭다.)와의 우정 등.. 사내의 내음이 흠뻑 담겨있는 꽤 대작의 영화로도 손색없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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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각본 살인 사건 - 판각 소설에 담긴 시대적 욕구와 열망, 역사의 흐름

김탁환의 책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인 것 같다. 나는 어느 쪽이였나 하면, 책도 안 읽고 원작소설의 드라마를 보면서는 불호 입장이었던 것 같고, 최근에 나왔던 영화 "조선 명탐정 - 각시 투구꽃의 비밀"을 보고 나선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불멸의 이순신" 이라는 드라마가 한창 진행 중일 때, 이 드라마의 원작이 김탁환의 "불멸"과 김훈의 "칼의 노래"였다는 것은 대부분 아는 일이고, "불멸"에서 원균을 보호하는 입장을 취했다는 것 때문에 - 그것말고도 까인 점이 많지만 - 욕을 많이 먹는 것 같다. 나 역시 임진왜란을 다룬 다른 소설 - 예를 들면 김경진의 격류, 이 사람은 전쟁 소설 전문가인데, 나중에 따로 감상을 적어야 겠다. - 에 영향을 받아 같은 입장을 취했던 것 닽다.


이번에 영화 "조선 명탐정 - 각시 투구꽃의 비밀"을 보고, 원작인 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알게 되었고, 이 소설이 "백탑파"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라는 것과 작품에서 인용되는 고시문의 수준이 작가의 수준을 높게 보는 가늠자가 되었다. (열녀문의 비밀을 먼저 읽었으나 "백탑파" 시리즈의 순서에 맞게 서평을 작성하고자 잠시 미루어 두었으니 이후의 글을 보도록 하자.)

먼저 소설의 장르부터 보면, 이 소설은 역사 추리 팩션 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시대적 배경이 실사구시의 실학과 북학이 꽃피고 정조의 탕평으로 인해 인재들이 등용되던  조선 중후기이므로 "역사" 소설이다. 영정조 시대는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유명한 사람도 많고 재미있는 소재도 많아 소설,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 만들기에 가장 좋은 시대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메이지 시대라고 할까? 우리 나라는 역사를 문자로만 가르치려 들기에 역사에 대해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하고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소설로 역사를 다루는 점이 매우 좋다. 두 번째로 이 책은 추리물이다. "백탑파"의 서생 김진과 의금부의 도사 이명방이 마치 셜록 홈즈와 왓슨의 관계처럼 서로 도우고, 때로는 속이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여기서 주인공이 누구인지 밝혀야 할 필요가 있는데, 셜록 홈즈 시리즈의 경우처럼 화자는 대부분 왓슨(이 작품에서는 이명방)이지만, 실질적인 주인공은 셜록 홈즈(김진)라고 할 수 있다. 즉, 의금부 도사인 이명방이 백탑파의 백면서생 김진에게 사건을 의탁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버디 무비의 성격도 지닌다. 세 번째로 이 소설은 팩션인데, 실제 존재했던 "백탑파"와 주요 인물 사이에 주인공인 김진을 내세워 - 그는 벼슬도 하지 않았기에 사서에 등장할리가 없다 - 역사에 등장하지 않는 여러 이야기들을 조리있게 엮어나간다.
(여기서 백탑파는 북학을 공부하는 이들이 주로 모이던 탑골을 이르는 말이다.)

시리즈의 첫 작품인 방각본 살인 사건은 방각본(필사본이 아닌 목판으로 찍어낸 서책, 여기서는 소설)을 중심으로 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김진과 이명방, 그리고 주변 인물-이지만 역사에서는 중심인물-인 야뇌 백동수, 형암 이덕무, 연암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등을 다룬다.

이 책은 두 권인데, 상/하로 나뉜 분량만큼이나 내용도 각 권에서 기승전결이 이루어졌다. 상권에서는 방각본 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다면, 하권에서는 배후에 도사리는 세력을 찾는 식이다.

또한,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그 시대 소설집필 형식의 변화와 독자의 반응, 현재를 살아가는 독자에게 소설가로써 하고 싶은 말 등을 작품의 군데군데 녹여서 독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조선의 르네상스 시기라고 하는 정조 대의 시대상과 작가의 역사에 대한 지식, 여러 고시문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방각본 살인 사건" 의 일독을 강력히 권하는 바이다.


나는 시리즈 세 번째, "열하광인" 읽으러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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