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를 팝니다.

2012년 제 19대 총선에 출마한, "나는 꼼수다" 의 멤버 김용민 시사 평론가의 책이다. "보수를 팝니다"란 제목은 중의적으로 쓰였는데, 첫번째는 보수의 A부터 Z까지 속속들이 파헤치겠다는 의미이고, 또 한가지 의미는 이제 보수의 가치가 떨어졌으니 내다팔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김용민 저자를 개인적으로 잘 알진 못하지만, 그의 성장 과정이나 인식의 변화가 나의 그것과 굉장히 비슷해서 친밀감이 든다. 예를 들면, 그는 기독교적 세계관에 입각한 가정(아버지가 목사님)에서 태어나, 교회 공동체의 가르침과 보살핌을 받으면서 자라났고, 이로 인해 교회 공동체의 장점과 단점을 함께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나 역시 그렇다. 나는 78년 출생 이후 18세이전까지 보수의 인공섬과도 같은 대구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고, 가족 역시 3대가 교회 공동체에 속하면서 자연스레 교회 공동체의 습성을 물려 받게 되었다. 물론 기독교의 교리 문제나 신앙의 문제를 습성 또는 단점이라 표현하는 것은 아니고, 한국 기독교가 기득권과 결탈 또는 기득권화 되어 가면서 체득한 여러 단점들을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영국 등 영미권이 전파한 한국 기독교 역사를 현재에까지 가져와서 모든 방면에서 미국에 감사하고 대등한 관계를 넘는 범위까지 미국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논리. 또한 가지 예를 들면, 한국 전쟁 당시 북한군이 남침하여 일시간 점령하는 동안 가해진 종교인에 대한 탄압과 그로 인한 북한에 대한 무차별적 거부감)
이러한, 인식이 변화하게 된 것 역시 비슷한데, 속해 있는 공동체의 치부, 숨겨진 역사를 공부하게 되고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공동체 내부의 부조리 등을 거부하게 되면서 받는 압박감 등을 통해 보수에서 거듭나는 과정 역시 비슷하다. (심지어는 살이 찐 것과 잘 싸고 자주 싸는 것-체질 역시 비슷하다. ㅡ/ㅡ)

그는 이 책을 통해 보수를 모태 보수, 기회주의 보수, 무지몽매 보수로 나누고 각각의 부류의 탄생 역사와 특징, 전망을 내 놓고 있다.
먼저 첫번째로 모태 보수. 모태 보수는 기득권층 또는 사회 지도층에서 많이 보이는데, 특징적으로 사전적 의미의 보수에 가장 가깝고, 변화와 개혁을 지양하고 고전적 가치를 지키려 노력하지만, 근본적으로 물질이나 환경이 부족하지 않은 지주계급이 많기 때문에 의지박약으로 이어져서 기회주의 보수와 경쟁에서 항상 지게 된다고 분석한다.
기회주의 보수의 경우, 자수성가형 인물에서 많이 등장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 XXX.. 흠..
또한 기회주의 보수의 경우, 공무를 담당하는 국가공무원들이 많고 특이하게도 진보 진영의 인사였다가 권력에 발을 담그려 변절한 인물등도 포함된다.
다음으로 무지몽매 보수는 지식 수준이 낮거나 무관심하고 기회주의 보수 또는 모태 보수의 선동에 이끌려 무비판적으로 보수의 의견을 따르는 대다수 국민(저자도 이전에 포함되었던)을 지칭한다고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분류에 넣진 않았지만, 위의 세 부류를 배후에서 조정하는 자본가형(?) 보수도 있다.

이러한 보수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진보 진영에서 해야 할 전략 등도 이 책에서는 일부분 언급하고 있다. 그 중 흥미로운 주장은 기회주의 보수인 현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바로 진보 진영이 집권하기 보다는 (의회가 진보진영으로 재편되어 차기 정권을 충분히 견재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모태 보수가 집권하는 것을 예상해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진보 진영은 특성상 칼날을 제대로 휘두들 수 없을 것이란 가정하에 모태 보수의 집권을 통해 이전 기회주의 보수의 싹을 도려내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단 책이 읽기 쉽게 쓰여졌다는 점을 높게 평가할 만 하다. '나는 꼼수다'를 진행하면서 쉽게 얘기하는 것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고 또한 전달력도 크다는 점을 잘 파악한 것 같다.
중요한 부분에 파란색 밑줄이 그어진 부분도 나름 주목할 만하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의 핵심을 표시해 놓은 것)

다만, 보수를 얘기하면서 보수의 진면목도 소개해 주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이제껏 저자가 분류하고 분석한 보수집단 모두 실제로는 보수가 아니라 한국에서 이상하게 변형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말미에 일반적인 보수는 어떠한가에 관한 참고 서적을 열거해 놓았다.) 진짜 보수의 소개를 통해서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할 양 날개중 하나를 제대로 가져보자는 꿈을 꿀 수 있도록 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는 현재 한쪽 날개는 너무 비대해져 암적인 존재가 되었고, 한 쪽 날개는 너무 작아서 제 기능을 못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다. 리영희 선생님의 말씀처럼 "양 날개로 훨훨 나는 민주주의"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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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 정치교본

Author : 김어준
Translator : 지승호
Publisher : 푸른숲
Format : Paperback
ISBN : 9788971848685
Read : 10.07.2011 ~ 10.18.2011
Rating : 4/5
Hr

- p 222-223. '진보 정당의 방식은 이런 식이야. 처음 만난 상대 앞에 재무 계획서와 신혼방 설계도를 딱 꺼내놔. 그리고 입주할 주택의 입지 조건과 구입할 차량의 대출 조건 및 주변 교육 환경의 우수성에 대해 부동산과 금융, 교육 전문 용어를 섞어 진지하게 프레젠테이션하지. 그런 다음 건조한 표정으로 바로 결혼하재. 만약 나와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속물이라 더 큰 집과 더 큰 자동차에 덤어간 방증이라며.

그걸 당한 상대는, 당신이 나쁜 사람 같지는 않은데, 당신 패션부터 좀 후줄근한 것이 촌스러운 데다, 자료는 열심히 준비는 한 것 같지만 뭔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하겠고, 결정적으로 내가 당신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게 왜 내가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일이냐며 일어나 떠나버려. 남겨진 진보 군은 자기 프러포즈가 실패한 요인을 열심히 분석하다가 입지 조건과 대출 조건의 우수성을 다른 경쟁자들보다 선명하게 부각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혼자 결론 내리지. 그렇게 연애 한번 못해봤으면서 꼭 결혼할 거라고 혼자 다짐을 하지. 20년 후에. 아, 슬퍼.

더 슬픈 건 뭐냐. 욕심 많고 잇속 빠른 보수 군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진보 군이 책상 위에 남기고 간 계획서와 설계도를 집어 와서는 표지만 엄청 화려하게 바꾸고 총천연색 컬러로 인쇄해서, 자리를 박차고 떠난 국민양을 찾아가 계획서를 다시 내놓는다는 거지. 하지만 그 내용은 읽어주지 않아. 휘리릭 페이지만 넘기면서 대신 장미 한 송이 안겨주고 레스토랑으로 데려가서 엄청 맛있어 보이는 스테이크를 시키지. 그렇게 그들은 연애를 시작해버리네. 그런데 레스토랑에서 나올 때에야 국민 양은 알게 되지. 그 장미는 플라스틱이고 그 밥값은 자기가 내는 거였다는 걸.'

가슴 아프지만, 구구절절히 사실인 이야기 - 진보집권 플랜, 정치의 발견, 윤휴와 침묵의 제국,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등등을 탐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P.222 ~ 223


Hr

개인적으로 인간 김어준을 폄하했다. 너무 본능에 충실하달까. "딴지일보"를 통해 그가 보여준 의식구조와 태도는 그 당시 흥미거리가 되긴 했어도 거대담론으로 승화되거나 추종의 수준이 되기엔 컨텐츠도 빈약하고 일단 조악했다. 그가 쓴 책 "건투를 빈다"나 한겨레의 고정 칼럼도 비슷한 선입견으로 대하고 치부했었다. 출장 즈음에 우연히 알게된 팟케스트 "나는 꼼수다"를 비행시간 동안, 출장지 호텔에서 쉬는 동안 틈틈히 들으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정치평론가 김어준의 식견과 그의 말대로 생계공안의 시대 자가 검열에 빠져 잃어버린 자존감과 정체성을 치유하는 시작점을 안내받고

-created on 2011년 10월 18일 화요일 오전 1시 34분 45초 한국 표준시


열광했다. 말하자면 그의 추종자가 된것이다. 그의 책 "닥치고 정치"는 앞에서 얘기한 정치평론가 김어준, 심리상담가 김어준의 역할 뿐 아니라 대학 시절 갖지 못했던 동아리 선배의 역할도 겸한다. 이 부분은 출발은 조금 다를지라도 박경철 원장을 애정하는 이유와도 무관치 않다. 즉, 학교에서는 절대 가르쳐 주지 않는 이념/사상을 우리 또래의 언어로 풀어주고, 부정한 정치, 부조리한 세상을 앞장서 비판해 주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의 개인적인 비교는 차후에 따로 기록하기로 하고 이 책에 대해서만 집중해 보면,


-created on 2011년 10월 18일 화요일 오전 1시 45분 27초 한국 표준시


이 책은 대략
  • 책을 쓰게 된 동기(진짜 이유는 책 말미에 나옴),
    이념이 아닌 원형질에 가까운 좌/우 정의,
    우의 두 축(보수-수구와 자본)의 본질 설명,
    좌측의 스펙트럼 분석,
    좌측 인물,
    차기 대권 주자 분석,
    이 책을 쓴 진짜 이유

등으로 구성된다. 이만한 내용과 분량을 소화하려면 족히 한달은 걸릴 것을 지승호씨와 대담 형식의 통해 구어체로 풀어써서 동아리 선배가 후배에게 쉽게 설명하듯 서술한다. 사이사이 당시 현안과 상황 파악 및


-created on 2011년 10월 18일 화요일 오전 1시 52분 56초 한국 표준시

사안 예측 능력은-이 책의 큰 줄기를 시간이 지난 후에 수정하지 않았다는 전재하에-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물론 뜬금없이 조국에서 시작해서 문재인으로 마무리되는 히어로즈 메이킹은 아직 진행형이므로 판단이 유보되지만, 오계백의 전장 이탈이라던가 안철수, 박원순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바람의 예측 등은 식견이 탁월함을 증명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나는 꼼수다"의 제작의도를 밝힘으로써 쫄아있던 개인의

-created on 2011년 10월 18일 화요일 오전 1시 59분 18초 한국 표준시


자존감 정체성을 만져주고 같이 쪼그라진 자존심을 펴 나가자라고 선언하는 듯한 인상은 이 책의 흥행 당위성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 같다. 말하자면 이 책은 정치서적의 테를 두른 심리상딤서이기도 한것이다.

다만 이책의 판매 1위를 통해서 이루려고 했던 목표가 책에서 언급되지 않은 점(방송에선 책에 나올 것 같이 하더니 ㅡㅡ)과 마지막에 신파적로 빠지는 부분은 옥의 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끝까지 씨바 정신을 유지해야만 하지 않겠나, 김총수 형!)
2007년을 끝으로 정치참여에 무기력해진 나와 같은 필부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created on 2011년 10월 18일 화요일 오전 2시 6분 17초 한국 표준시

닥치고 정치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김어준
출판 : 푸른숲 201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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