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비즈니스 산책 - 8점
하수정 지음/한빛비즈

 북유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복지', '선진국', '투명성', '추위' 또 뭐가 있을까?

북유럽을 얘기하면서 '비즈니스' 얘기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제 영역은 서방 국가 중에서도 미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의 주무기가 아닌가? 그런데, 북유럽이 잘 산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북유럽이 잘 살게 만든 비즈니스 얘긴 잘 들어보지 못 한 것 같다.

 이번에 북유럽 중에서도 스칸디나비아 반도 주변에 위치한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또 아이슬란드를 소개한 책이 있어 좋은 기회에 읽어 보았다.


 저자는 하수정 씨이다.

 [한겨레]의 북유럽 통신원 이력이 말해주듯 북유럽의 사정을 생활 밀착 형으로 잘 소개하고 있다그러고 보니 신문지 상에서 이름을 가끔 본 듯 하다.


 작가의 취재원이 다양하고, 때로 거물 급의 인터뷰도 포함하고 있어 글에 무게감이 더해지는 듯 하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듯 '빌 브라이슨' 류의 기행문 형식과 위트를 섞은 서술을 지향한다고 했는데, 책 읽는 내내 북유럽의 어느 도시를 여행 (site-seeing 형태의 훓어 보는 여행이라기 보다는 그 생활을 직접 체험해 보는 형태의 여행)하는 느낌이 들어 친숙했지만, 위트가 과해 혼자만의 독백 느낌이 나는 부분도 있어 조금씩 어색했다.


 책은 전문 여행 책자 못지 않게 천연 색의 올 컬러 판이다. 특히, 한 장 걸러 한 장 씩 북유럽의 여러 모습이 사진으로 들어 있어 책의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책의 여러 부제가 인상적인 점도 좋다.


  '경쟁하지 않는 비즈니스를 만나다.'

  '가치관이 비즈니스가 되는 사회'


 각 부제가 북유럽의 첫 인상을 한 문장으로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한 문장으로 잘 표현되는 무언가는 일단 흡인력이 있다고 본다.


 내지 첫 장에는 '하나의 도시는 하나의 기업이다' 란 '시리즈 캐치 프레이즈'가 있는데, 시리즈의 다른 책들이 '런던', '뉴욕', '상하이', '도쿄' 등 선진국의 주요 도시를 제목으로 하기 때문인 듯 하다. (물론 그 중에는 '이스라엘' 같이 국가 명이 제목인 경우도 있다.)

이 책이 '북유럽'을 묶어 설명했다고 하여 개별 국가의 중요도나 의미가 미미하거나 한 건 아니다. 단지 북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비슷한 가치관 하에 경제 정책, 복지 정책 등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슷한 나라를 묶어 한번에 소개하니 장점도 있지만, 모든 북유럽 국가가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어서, 여기 저기 소개되는 나라 별 정책이나 문화 등이 어느 나라의 것인지 머리에 정리되지 않고 겉도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이 책은 엄밀히 말해 경제 서적으로 분류될 만한 책은 아니다. 북유럽의 경제, 문화, 자연,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몇 군데는 기행문 같고, 몇 군데는 에세이 같은 다양한 장르가 섞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산책' 이라 제목 붙였지만, 전통적인 기업 경영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경제 활동 등 모든 '비즈니스'를 다루는 것도 특징이라 할 만 하다.


 책은 크게 3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1-3 장은 각각 기업관, 복지 정책, 남녀 평등과 고용 정책 등 거시적 관점의 비즈니스 영역을 설명한다면, 4-7 장에서는 음식, 자연 환경, 문화, 패션 등 생활 영역의 소개가 주된 주제이다. 8 장에서는 북유럽 각국의 간단한 소개와 가치관을 설명한다.

특히, 4-7장 생활/문화 영역에서는 저자가 현지에서 생활하며 체험한 소재를 적절히 활용하여 현장감과 이해도를 높인다.


 각 장이 독립적인 주제를 다룸과 동시에 다음 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점도 특징이다. 예를 들어 1 장에서 기업 활동을 소개하는 말미에 기업의 법인세를 언급하고, 자연스럽게 2 장의 조세 정책과 북유럽 복지관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며, 복지 정책의 연속성을 위한 버팀목인 '세금'의 안정적인 징수를 위해 3 장에서 남녀의 '고용 평등'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글이 계속 이어진다. 따라서, 내용의 끊어짐 없이 책을 계속 읽을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다.


 '경쟁하지 않고 함께 잘 살자'는 북유럽 국가 전반의 공통적인 가치관과 문화가 '지속 가능 발전' 이라는 경쟁사회에서 거의 잊혀진 담론을 이끌어 낸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는 이 말이 3, 4년 전에 유행하다가 말 그대로 '유행처럼 사라져' 버렸다.


 한국에서 기업 및 정부의 '투명성'과 남녀/고용 '평등'과 개인의 '합리'적인 사고와 '일을 잊은 휴가'와 '개인의 행복이 곧 사회의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은 언제쯤 도달 가능한 목표가 될까? 이 모든 이야기가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서는 신기루와 같다고 느껴지는 요즘, 더더욱 북유럽의 나라들이 부러워진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ㅡㅡ)


 물론 추위와 맛없다는 '감초 사탕'(나중에는 그것만 생각난다 지만)은 안 부럽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6점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부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

Author : 장하준

Publisher : 부키

Format : 367 pages, Paperback

ISBN : 9788960511194


나쁜 사마리아인의 저자, 장하준 교수가 알려주는 23가지 불편한 진실. 시장제일주의, 신자유주의의 불편한 진실을 비꼬는 제목(예를 들면,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인류 발전에 더 크게 기여했다' 등..)과 함께 우리가 예전에 한번도 고민해 보지 않았거나 어렴풋이 알면서도 자세히 알려고 하면 귀찮아지는 내용을 풀어 써 준다. 예를 들면 이렇다.


-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나라 전체를 끌어내린다고 불평하기 전에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은 왜 부자 나라의 부자들처럼 자신들이 나라 전체를 끌어올리지 못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P.55     

 

- 정치인들은 서로 경쟁을 하지만 어쩌다 하는 선거의 제어 효과는 미미하다. 따라서 국가의 이익을 희생해서 자신의 부와 권력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할 여지가 많아진다P.73     

 

- 일의 진행을 지연시켜 명령을 내리는 정치인이 바뀌기를 기다릴 수도 있다. P.73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구절과 감상을 남긴다.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

중국에 소프트웨어 아웃소싱 얘기가 들리는 때와 맞추어 이 글을 읽으니 더욱 사무친다. 생산성의 차이가 임금의 절대적 차이는 아니라는 얘기         

 

세탁기가 인터넷보다 더 많은 혁신을 이루었다는, 아무 생각없이 들으면 치기에 가까운 주장을 한다. 세탁기가 여성의 가사업무 감소에 미친 영향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혁신보다 훨씬 크다는 것. 기실 인터넷은 지금은 거의 잊혀진 전보보다도 혁신 정도가 작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글에 담긴 저자의 의도는 가장 최근의 혁신이 가장 영향이 큰 혁신이라고 착각할 순 있는데, 착각 주체가 개인이면 모르겠으되 국가나 사회 등 개인의 범주를 넘어 시스템과 규칙 등을 만드는 곳이라면 안된다는 것이다. 후진국 등에 컴퓨터를 무상으로 나누어 주기 전에 수도 교량 등 선진국에선 비교적 이른 시간에 혁신이 이루어져 관심이 덜한 곳에 집중한다는 것.


책이 아주 쉽게 쓰여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하루 한절씩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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