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계의 단장

모리오카 히로유키 지음 | 김영종 옮김
대원씨아이 2012.02.15
펑점

성계 시리즈로 유명한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모리오카 히로유키의 성계 시리즈 최신작이다. 최신작이라고 해서 스토리가 이어지면 참 좋겠지만, 성계의 전기 4 '삐걱이는 시공' 이후의 내용은 아니고 12편의 단편을 모은 단편집이다. 성계 시리즈는 미완성으로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하겠지만(근 10년째 신작이 나오지 않고 있음), 아직까지도 성계 시리즈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가뭄에 단비같이 단편을 내주는 작가의 배려(?)에 감사하며 책을 읽었다.

 

책은 단편집으로 아브(성계 시리즈의 주인공인 외계 종족)의 기원을 이야기하는 "창세"를 비롯해서, 성계 시리즈를 읽으면서 궁금하거나 감춰져 있던 이야기들을 책에 실었다.

성계 시리즈를 읽으면서 진지하게 천체물리학 공부를 고민하게 했던 평면 우주론에 관한 이야기인 "수집", 성계 시리즈의 등장인물인 '스폴', '소바슈', '라피르', '진트', '샘슨' 등 각 인물의 숨겨진 일화 등을 다룬 단편들도 실렸다.

 

작가의 필력은 단편의 면면을 보면 아직까지도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데, 왜 시리즈를 이어가지 않는지 의아할 따름이지만 간간히라도 출판하는 단편에 해갈하며 다음 시리즈를 기다려 본다.


직설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한홍구,서해성,고경태,이경미
출판 : 한겨레출판 201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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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부터 1년간 한겨레에 매주 연재한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1년 총 50회 연재분을 모은 책이 바로 '직설'이다.

역사학자 한홍구와 작가 서해성은 노 대통령의 서거를 자신들만의 1년 탈상 후, 둘이서만 신문을 내어 과거 입바른 자들이 못하던 얘기를 신문에 담아 내기로 하였는데 한겨레 고경태 기자의 기획으로 한겨레의 지면을 빌게 되었다.

'직설'은 인터뷰를 모은 인터뷰집이지만, 여타 인터뷰와 달리 인물의 신상이나 신변 잡기적인 얘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 제목인 직설에 맞게 다이렉트로 묻고자 하는 질문을 독하게 묻는다.

연재 4회만인가 정치인 천정배와의 인터뷰 중 '놈현 관장사'를 운운했다가 맞은 역풍은 그들이 어느 정도까지 독한 마음을 먹고 인터뷰를 시작하고자 했는지 잘 보여준다.

'직설'은 인터뷰어는 질문하고 인터뷰이는 답변하는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 인터뷰어인 서해성과 한홍구는 때로 자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뷰인냥 스스로 답변도 하고, 질문자들과 싸우기도 하면서 직설을 끌고 나간다.

특히나, 야당의 인사뿐 아니라 여당의 쇄신파, 중진 등을 인터뷰할 때는 마치 칼 하나씩 차고 앉아 사생결단이라도 낼 것 처럼 가차 없이 질문과 논쟁을 퍼붓기도 한다.

'직설'에서 대부분의 내용은 세상의 팍팍함, 정권에 대한 반감, 불의에 대한 분노로 귀결된다. 이는 어느 분야의 인터뷰이가 나와도 변하지 않는 큰 줄기로, 기실 이러한 감정이 없었다면 이 책 '직설'이 나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만나고 싶었던, 만나서 그 속내를 듣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시원하게 질문을 던진다. 어두운 시기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과거에는 어떠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다.

공공연히 정부와 수반을 욕하는 '직설'은 숨죽여 살 수 밖에 없었던 우리 민초(요즘은 서민, 시민이라는 이름으로 자주 불리는)들의 대리자 또는 아바타로써 1년간 달려왔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지 궁금하지만 우리 시대에 다시 없어야 할 '직설'을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아쉬워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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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한병철(Han Byung-Chul) / 김태환역
출판 : 문학과지성사 201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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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철학자인 한병철의 피로사회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현대 성과 사회에서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착취당하고 있음을 주장한다. 즉, 과거 규율 사회에서 노동은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착취하면서 발생하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뉜 행위라면 현대에 와서는 스스로의 결정으로 자신이 자신을 착취하는 이른바 자기 착취가 행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 형태의 이면에는 규율사회(부정성에 근거한, 경계가 확실한, 피아가 구분되는) 시대에서 성과사회(긍적적 요소가 과잉한, 주도적 자아를 강조하는) 시대로 사회 형태가 넘어가는 과정에 이유가 있다. 이러한 시대 변화는 개인의 쉼과 자기 성찰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오로지 성과에 심취해 자기 착취 혹은 도핑까지도 서슴지 않게 만든다고 진단하고 있다.

철학서인 만큼 문어체가 주는 딱딱함과 난해한 표현이 얇은 책을 읽기 어렵게 만든다. 더욱이 독어 원문을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는 어색함도 책을 읽기 어렵게 만드는데 한몫 한다고 본다. 그럼에도 책을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피로하고 성과에 목말라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이유를 이 책보다 더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 없기 때문이다.

철학서이니만큼 현상에 대한 분석은 있으되, 해결책 제시는 좀 약한 감이 없지 않나 싶은데 저자의 주장(또는 역자의 해석)은 이러한 현상에 대한 개개인의 인식 자체가 문제 해결의 시작이며 시대적 현상을 거스를 수 없는 만큼 현상을 인식한 개개인이 자각과 반성을 통해 성과 사회의 끝없는 유혹을 뿌리치자는 것이다. 뭐,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이지 않을까..

어쨋든 성과사회에 끝없는 자기착취에 무심고 피로와 우울에 쌓여 있으면서도 원인을 외부로 돌리게 되는 현실에서, 적어도 피로사회의 일원인 내가 왜 피로한지, 원인이 누구에도 있지 않고 피로 사회를 살아가는 나에게 있음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이 가지는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라고 쓰고, 다시 읽어야 함. 너무 어려움. 머리 회전이 빠릿빠릿하던 대학 때도 안 읽은 철학서를 읽으려니 머리가 터질 것 같고 피로함 ㅡ.ㅡ)


2013-01-15 http://tinyurl.com/a3p7cxq 같은 책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장정일 작가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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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에 앉아 '안철수의 생각'을 정독하다.

안철수의 생각
국내도서>시/에세이
저자 : 안철수
출판 : 김영사 201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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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안사람의 지인이 결혼하는 소식을 들을 겸 식사 대접을 하는 자리가 있었다. 딸아이가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매우 불안해 해서 모녀가 함께 나가는 것으로 결정하고 거리가 꽤 멀어 차로 대려다 주고 마치면 태워 오는 것으로 나의 자유 시간을 허락 받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외출에 들뜬 안사람을 뒤로 하고 책과 노트북이 담긴 한 가방을 울러 매고 도착한 곳은 평소에 거의 가지 않는 외국계 커피 전문점이었다.

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 (사이즈 중에서 메뉴에도 없는 가장 큰 잔)을 들고 자리 잡은 나는 간단한 요기도 해결하고 안사람이 이야기를 충분히 마치고 나올 시간 만큼을 보낼 수 있을 아지트를 마련했다. 적어도 2-3시간, 책 좀 보다가 지겨우면 인터넷도 좀 하다가, 그럭저럭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고 예상한 참이었다.

얼 마전 전자책으로도 출판되어 구매해 놓았던 '안철수의 생각'을 읽어볼 참이었다. 안철수 (후보? 원장? 내 입에 잘 붙는 호칭은 사장님이지만,) 후보가 그끄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도 했거니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두어야 투표시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지난 회사의 사장으로 평가하는 성격/인품과 후보로 나서는 지금을 구분하여야 겠다는 생각도 했다. 지난 회사의 사장님이라고 하여 묻지마 투표를 할 순 없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안사람이 볼일을 마치고 호출하는 시간까지 3시간 동안 자리 한 번 안 뜨고 정독, 완독 하고야 말았다. (이 얼마만에 느껴보는 집중력이며, 진득함인가?)

우선 이 책은 쉽다. 인터뷰북 특유의 대화체도 이유겠지만, 인터뷰어의 내공을 짐작케 하는  주제별 질문이나 추임새 등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주제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대화를 듣듯 이해가 빠르도록 돕는다.

책 대부분의 내용에 동의한다. 평소 내 생각이 민주/진보 쪽에서도 진보에 가깝다고 생각했었는데, 중도에 가까운 성향이라 평가 받는 안 후보의 생각에서 오히려 관행이나 필요악이라는 미명 하에 용인 받아오던 구습의 철폐를 듣노라면 나의 위치가 어딘지 다시금 묻게 된다. 그만큼 민주/진보 세력에도 미처 깨닫지 못한 구습이 많이 남아 있어서 일까. 
더군다나 당장 실현 불가능한 이상향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을 우선 시행하는 실천력 부분에서의 설득력이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울림이 두어 번 있었는데, 다음과 같은 '생각'을 엿보면서 였다.
교 육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서 지방 전문대의 평생 교육장 활용과 EBS의 역할을 주문하였는데, EBS가 지원받는 수신료 %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한전이 가져가는 수수료보다 적다는 대목에서 그랬고, (이 부분은 평소 EBS의 다큐를 즐겨보고 EBS의 역할이 증대되기를 바라는 애청자인 나의 입장과 완전히 동일) 최근 문제시 되고 있는 하우스 푸어의 해법을 보면, 원금을 탕감하는 등의 포퓰리즘적 정책이나 집을 담보로 다시 빚을 내거나 '제집 세살이'를 하라는 책상 머리들의 '대책 없는 대책'이 나오는 이 마당에, 원금은 갚되 장기 상환으로 돌리고 만기 일시 납부형이 아닌 원리금 분할형을 제시하는 것(프리워크)은 지극히 당연하고 그래서 후보의 균형 잡힌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전세살이의 설움을 안다는 한 줄을 가지고 (정말 한 줄 나왔다.) 공격에 나선 얼간이들이 다시금 생각났다.

용산 참사나 강정 마을 사태, 4대강 문제, 쇠고기 수입/FTA 문제 등 주어진 현안에 대해 많이 공부했고, 현실에 녹여내는 일이 남았다는 인상을 크게 받았다.

다만, 책의 경제 관련 내용과 달리 대선 출마에는 이러한 기조에 반하는 인물이 등장해서 우려가 되었는데, 도와 주는 다른 분들이 잘 제어해 주실 거라 믿는다.

이 전에 봤던 사장님으로서의 인상과 십수 년이 지난 지금 크게 바뀌지 않은 점이 인상에 남는다. 적어도 내가 지켜본 10여년은 항상성이 있었다는 이야기. 앞으로의 선택과 결과가 어떻든 '안철수의 생각'을 생각만이 아니라 실천하실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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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무정 1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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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무정,

소설가 김탁환의 2010년작으로 김탁환은 근래 영호화된 소설의 원작자로 잘 알려져 있다.
김영민의 연기로 이슈가 되었던 '열녀문의 비밀'(영화명: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부터 최근의 '노서아 가비' 까지... 소설이 영화화되기 위해서는 소재도 소재지만, 그만큼 내용 측면에서도 흡인력 있고 장면에 대한 그림이 그려져야 하는데, 김탁환의 소설이 바로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읽은 밀림무정은 언뜻 재목만 보면,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대륙 그도 아니면 동남아시아의 어느 밀림을 떠올릴 법 하지만, 이 소설의 배경은 특이하게도 개마고원이다. 눈발이 날리고 침목수림이 빼곡한 개마고원의 어느 수풀을 밀림이라 표현하는 것이다. 극한의 환경 하에서 주인공인 포수 '산'과 개마고원의 지배자인 마지막 백두산 호랑이 '흰머리'가 쫓고 쫓기는 추격을 벌인다.
일제강점기 시대가 험악하고 한치 앞의 미래가 안보이던 시절, 자신의 적과의 일전만을 벼르며 적과의 조우를 손꼽아 기다리는 하지만 그 한번의 만남이 자신 또는 적의 죽음임을 아는 한 남자의 정신에는 이미 시대의 아픔도 슬픔도 초월한 무언가가 있는 것이 느껴진다. 차라리 '산'의 경쟁자이자 식민지 지배자의 대리인 '히데오'나 연인인 '주홍'과의 인연은 군더더기 곁가지인듯 하다.

일제강점기 '해수퇴치'라는 목적으로 우리 산야의 많은 산짐승, 들짐승이 죽어서 가죽이 벗겨졌다 한다. 그 중 대부분은 일제 고관대작들의 거실 바닥으로 서재 벽채로 죽어갔지만, 마지막 남은 백두산 호랑이 '흰머리'는 외려 이 땅의 인간 '산'보다 더 억압에 저항하는 우리 민족혼을 담았다고 느꼈다. 다만, 우리 민초들의 삶이 결국 '흰머리' 보다는 '산'에 '산' 보다는 좀 더 낮은 자의식에 머물렀다고, 머리보다는 몸이 고달픈 인생이었다고 술회하는 점은 아쉽고 논란의 여지도 있다.

호랑이 사냥에 더하여 우리 산하이지만 지명도 생소한 개마고원의 면면을 표현한 문장이며, 사냥에 참여하는 개(청룡, 현무, 주작 - 사냥 대상인 호랑이가 백호이기 때문에 백호가 빠진 사방신인 것이 이채롭다.)와의 우정 등.. 사내의 내음이 흠뻑 담겨있는 꽤 대작의 영화로도 손색없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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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를 팝니다.

2012년 제 19대 총선에 출마한, "나는 꼼수다" 의 멤버 김용민 시사 평론가의 책이다. "보수를 팝니다"란 제목은 중의적으로 쓰였는데, 첫번째는 보수의 A부터 Z까지 속속들이 파헤치겠다는 의미이고, 또 한가지 의미는 이제 보수의 가치가 떨어졌으니 내다팔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김용민 저자를 개인적으로 잘 알진 못하지만, 그의 성장 과정이나 인식의 변화가 나의 그것과 굉장히 비슷해서 친밀감이 든다. 예를 들면, 그는 기독교적 세계관에 입각한 가정(아버지가 목사님)에서 태어나, 교회 공동체의 가르침과 보살핌을 받으면서 자라났고, 이로 인해 교회 공동체의 장점과 단점을 함께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나 역시 그렇다. 나는 78년 출생 이후 18세이전까지 보수의 인공섬과도 같은 대구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고, 가족 역시 3대가 교회 공동체에 속하면서 자연스레 교회 공동체의 습성을 물려 받게 되었다. 물론 기독교의 교리 문제나 신앙의 문제를 습성 또는 단점이라 표현하는 것은 아니고, 한국 기독교가 기득권과 결탈 또는 기득권화 되어 가면서 체득한 여러 단점들을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영국 등 영미권이 전파한 한국 기독교 역사를 현재에까지 가져와서 모든 방면에서 미국에 감사하고 대등한 관계를 넘는 범위까지 미국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논리. 또한 가지 예를 들면, 한국 전쟁 당시 북한군이 남침하여 일시간 점령하는 동안 가해진 종교인에 대한 탄압과 그로 인한 북한에 대한 무차별적 거부감)
이러한, 인식이 변화하게 된 것 역시 비슷한데, 속해 있는 공동체의 치부, 숨겨진 역사를 공부하게 되고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공동체 내부의 부조리 등을 거부하게 되면서 받는 압박감 등을 통해 보수에서 거듭나는 과정 역시 비슷하다. (심지어는 살이 찐 것과 잘 싸고 자주 싸는 것-체질 역시 비슷하다. ㅡ/ㅡ)

그는 이 책을 통해 보수를 모태 보수, 기회주의 보수, 무지몽매 보수로 나누고 각각의 부류의 탄생 역사와 특징, 전망을 내 놓고 있다.
먼저 첫번째로 모태 보수. 모태 보수는 기득권층 또는 사회 지도층에서 많이 보이는데, 특징적으로 사전적 의미의 보수에 가장 가깝고, 변화와 개혁을 지양하고 고전적 가치를 지키려 노력하지만, 근본적으로 물질이나 환경이 부족하지 않은 지주계급이 많기 때문에 의지박약으로 이어져서 기회주의 보수와 경쟁에서 항상 지게 된다고 분석한다.
기회주의 보수의 경우, 자수성가형 인물에서 많이 등장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 XXX.. 흠..
또한 기회주의 보수의 경우, 공무를 담당하는 국가공무원들이 많고 특이하게도 진보 진영의 인사였다가 권력에 발을 담그려 변절한 인물등도 포함된다.
다음으로 무지몽매 보수는 지식 수준이 낮거나 무관심하고 기회주의 보수 또는 모태 보수의 선동에 이끌려 무비판적으로 보수의 의견을 따르는 대다수 국민(저자도 이전에 포함되었던)을 지칭한다고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분류에 넣진 않았지만, 위의 세 부류를 배후에서 조정하는 자본가형(?) 보수도 있다.

이러한 보수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진보 진영에서 해야 할 전략 등도 이 책에서는 일부분 언급하고 있다. 그 중 흥미로운 주장은 기회주의 보수인 현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바로 진보 진영이 집권하기 보다는 (의회가 진보진영으로 재편되어 차기 정권을 충분히 견재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모태 보수가 집권하는 것을 예상해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진보 진영은 특성상 칼날을 제대로 휘두들 수 없을 것이란 가정하에 모태 보수의 집권을 통해 이전 기회주의 보수의 싹을 도려내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단 책이 읽기 쉽게 쓰여졌다는 점을 높게 평가할 만 하다. '나는 꼼수다'를 진행하면서 쉽게 얘기하는 것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고 또한 전달력도 크다는 점을 잘 파악한 것 같다.
중요한 부분에 파란색 밑줄이 그어진 부분도 나름 주목할 만하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의 핵심을 표시해 놓은 것)

다만, 보수를 얘기하면서 보수의 진면목도 소개해 주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이제껏 저자가 분류하고 분석한 보수집단 모두 실제로는 보수가 아니라 한국에서 이상하게 변형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말미에 일반적인 보수는 어떠한가에 관한 참고 서적을 열거해 놓았다.) 진짜 보수의 소개를 통해서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할 양 날개중 하나를 제대로 가져보자는 꿈을 꿀 수 있도록 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는 현재 한쪽 날개는 너무 비대해져 암적인 존재가 되었고, 한 쪽 날개는 너무 작아서 제 기능을 못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다. 리영희 선생님의 말씀처럼 "양 날개로 훨훨 나는 민주주의"를 꿈꿔 본다.


좋은 책이다, 명저다, 베스트셀러로 손색이 없다.

2010년과 2011년 초반을 거쳐 가장 유명했던 책 2권은 아마도,

마이클 샌댈의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 6점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김영사

와 바로 이 책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 4점
김난도 지음/쌤앤파커스

일 것이다.

이 책들이 왜 유명해졌겠느냐는 2011년 초 거의 모든 대담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였고,

독자들(넓게는 책을 읽지 않은 국민들도 포함하여)의 생각 기저에

1) 도대체 우리 나라의 정의란 무엇인가?
2) 왜 내 청춘은 고달픈가?

가 바탕이 되어 이 책들의 흥행(또는 열광?)을 이끌었다고 분석하던 기억이 난다.

두 책의 공통점은 2010년 베트스셀러였다는 것 외에 몇가지 더 있는데,
그 중 몇은 대부분 공감할 것이고 몇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1) 2010년 베스트 셀러다. - 이건 팩트니까.
2) 유명 대학 교수가 썼다. - 이것도 팩트
3) 사회의 결핍에 대해 썼다. - 이것도 팩트
4) 재미있게 썼다. - 작가의 문제 제기 능력, 저술 방식 등이 참신하고 이해력이 떨어지는 나 같은 사람도 이해하기 쉽도록 썼다.
5)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찜찜한 구석이 남는다. - 이건 주관적 의견
6) 책을 다 읽지 못 했다. - 이것 역시 주관적 의견

1-4는 대부분 공감할 것인데, 왜 이런 좋은 책을 읽으면서 5-6과 같은 결과에 도달하게 되었을까? 생각이 정리되지 않던 차에

ㄱ) 김어준 총수의 모 논술학원 강연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Ttwi6E-6pHw
ㄴ) 유종일 박사의 인터넷 대담 중 언급
http://www.youtube.com/watch?v=H3bqs489Tfg&feature=related
ㄷ) 트랙백에 건 '아프니까 청춘이다' 리뷰
http://blog.ohmynews.com/specialin/rmfdurrl/359123

를 보면서 무릎을 쳤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구나'

5-6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된 두 책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7) 정의와 청춘의 아픔에 대해 얘기하면서, 사회 부정의와 청춘을 아프게 한 주체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
8) 그러한 부정의와 피의자에 맞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에 대한 답을 내려주지도 주체적으로 답을 찾도록 도우지도 않는다.

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두드려 맞는 사람을 계속 동정은 하지만, 그 상황을 맞서 같이 싸워주지는 않는 대부분의 구경꾼과 같은 심리랄까? '많이 아프지' 라 위로하다가도 정작 가해자가 나타나면 자리를 피해버리는 이웃과 다를 바 없는, 그러면서도 "아프냐고 물어본 것" 하나로 자신은 상도 타고 유명세도 얻고, 실제 맞은 사람은 맞선 사람은 난데.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정리해 본다.

물론 두 책이 히트하면서 사회에 공헌한 바 크다. (대담 프로에서 많이 다룬 내용들) 하지만, 이런 식의 관찰을 통한 공헌이 아닌 현실 참여를 통한 공헌을 두 저자에게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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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6점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부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

Author : 장하준

Publisher : 부키

Format : 367 pages, Paperback

ISBN : 9788960511194


나쁜 사마리아인의 저자, 장하준 교수가 알려주는 23가지 불편한 진실. 시장제일주의, 신자유주의의 불편한 진실을 비꼬는 제목(예를 들면,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인류 발전에 더 크게 기여했다' 등..)과 함께 우리가 예전에 한번도 고민해 보지 않았거나 어렴풋이 알면서도 자세히 알려고 하면 귀찮아지는 내용을 풀어 써 준다. 예를 들면 이렇다.


-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나라 전체를 끌어내린다고 불평하기 전에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은 왜 부자 나라의 부자들처럼 자신들이 나라 전체를 끌어올리지 못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P.55     

 

- 정치인들은 서로 경쟁을 하지만 어쩌다 하는 선거의 제어 효과는 미미하다. 따라서 국가의 이익을 희생해서 자신의 부와 권력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할 여지가 많아진다P.73     

 

- 일의 진행을 지연시켜 명령을 내리는 정치인이 바뀌기를 기다릴 수도 있다. P.73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구절과 감상을 남긴다.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

중국에 소프트웨어 아웃소싱 얘기가 들리는 때와 맞추어 이 글을 읽으니 더욱 사무친다. 생산성의 차이가 임금의 절대적 차이는 아니라는 얘기         

 

세탁기가 인터넷보다 더 많은 혁신을 이루었다는, 아무 생각없이 들으면 치기에 가까운 주장을 한다. 세탁기가 여성의 가사업무 감소에 미친 영향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혁신보다 훨씬 크다는 것. 기실 인터넷은 지금은 거의 잊혀진 전보보다도 혁신 정도가 작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글에 담긴 저자의 의도는 가장 최근의 혁신이 가장 영향이 큰 혁신이라고 착각할 순 있는데, 착각 주체가 개인이면 모르겠으되 국가나 사회 등 개인의 범주를 넘어 시스템과 규칙 등을 만드는 곳이라면 안된다는 것이다. 후진국 등에 컴퓨터를 무상으로 나누어 주기 전에 수도 교량 등 선진국에선 비교적 이른 시간에 혁신이 이루어져 관심이 덜한 곳에 집중한다는 것.


책이 아주 쉽게 쓰여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하루 한절씩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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