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 동일시 - 8점
강수돌 지음/사무사책방

강수돌 교수의 '강자 동일시'

우리 사회의 불공정한 공정 현상을 누구보다 잘 분석하고 함께 행복한 세상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책의 주요 의제와 저자의 주장은 큰 글씨로 책의 군데군데에 드러난다.


다음은 그중 저자가 주제인 '강자동일시' 와 현시국의 화두인 '공정'에 관해 논한 부분이다.


<강자동일시> p.152 ~ 153

우리에게는 자신은 승자가 아니면서도 꼭 승자 편에 서서 마치 승자가 된 것처럼 행동하고, 또 반드시 승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성공에 대한 집착과 함께 '강자 동일시'로 발전합니다.
약자가 노력 끝에 승자 집단에 들기만 하면 보상이나 받으려는 듯 '악랄한 강자'가 되어 이제는 반대로 약자를 아주 무시하고 억압합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부자 숭배 심리나 권력자 숭배 심리가 강한 것도 이 '강자 동일시' 심리에서 나온 겁니다.
이 '강자 동일시' 안에는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강자를 숭배하고 복종하며 추구하는 심리가 있고, 시회적으로는 체제 경쟁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당연시하며 자본주의가 영원할 거라고 믿는 심리가 있지요.
잘 들여다보면 모든 '강자 동일시'의 밑바탕엔 두려움(fear)이 있어요. 죽음의 두려움, 배제의 두려움, 탈락의 두려움 등이죠. 왜 그럴까요? 삶에서 맞닥뜨린 온갖 종류의 거대 폭력 때문이죠.
예를 들어, 6.25 한국전쟁, 제주 4.3, 광주 5.18 만주화운동, IMF 외환위기, 세월호 참사 같은 한 개인을 넘어선 역사와 사회체제의 구조적 폭력들이지요. 개인으로서는 도움지 감당할 수 없는 폭력이죠.
그런 폭력의 경험과 그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트라우마로 고정됩니다. 이 트라우마가 고정되면 언제 어디선지 꼭꼭 숨어 있다 갑자기 나를 덮쳐 내 삶을 파괴하고야 말 '두려움의 괴물'이 늘 우리를 괴롭힙니다.
죽음, 탈락, 배제, 루저 등에 대한 공포, 이걸 회피하려는 실리적 전략이 '강자 동일시'로 나타나는 것이죠.
1등 강자를 따르면, 1등 강자가 되면, 그 역사의 폭력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거든요. 아니 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늘 '1등 강박증'인 '강자 동일시'에 빠져 살게 됩니다.


<공정> p.200

'정의도 그렇습니다. 경쟁 자체가 문제인데, 마치 '공정 경쟁'이 정의인 것처럼 여기게 되는 거죠. 예를 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바꿔준다는 데 대해서 졍규직이 반대합니다.
"정규직이 되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어려운 시험을 치르고 들어왔는데, 너희들은 공짜로 정규직이 되려고 해! 양심도 없어!" 이런 식이죠. 물론 그들의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만, 그것은 정의가 아닙니다.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로 근로 형태를 나눈 것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 '공정'은 '공정'이 아닙니다. 그때 '공정'은 '불공정을 인정하는 공정'일 뿐이지요. 말하자면 '가짜 공정'입니다.
'비례성의 원리', 노력한 만큼 받는다는 것은 언뜻 정의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유리한 위치를 점유한 사람들의 입장만을 존중하는 '공정'일 뿐입니다.
그것은 '공정'이 아니라 자본의 논리에서 나온 교활한 성과주의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강자동일시, 이를 강화하는 돈중독, 일중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사람이 서로 연대하며 중독에서부터 깨어나길 권한다.
무엇보다 대안을 제시하고 논의의 시작으로 제안하는 부분은 대안 없는 비판을 일삼으며 언론의 관심과 개인 영달을 꾀하는 소위 진보인사들의 책보다 백배 더 유익하다.


개인적으로는 피케티나 센델과 견줄만한 책으로 보이며, 일독을 권한다.

# 참고로, 책을 읽으면서 단락 구분이 안 되어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의 스타일이 원래 그런가 싶지만, 계속 읽다 보면 실제 음성 지원이 되는 듯 하여 술술 읽혀졌다.

# 2021년 6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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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1 - 6점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김명주 옮김, 유발 하라리 원작, 다비드 반데르묄렝 각색/김영사

두껍고 그래서 읽기 엄두가 안 나는 책. 그래도 옆에 두고 뭔가 계속 읽어 두어야 할 것 같은 책이 '그래픽 노블' 일명 '만화책'으로 나왔다기에 사 보았다. 아뿔싸, 책 사이즈를 확인하지 않은 탓에 일반 문고판이 아닌 동화책 크기의 책을 받아 들고, 언제 어떻게 읽을지 고민하다 최근에 속도를 붙여 읽게 되었다. 처음에 이 책을 선택할 땐 나도 읽고 재미있으면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에게도 추천해야겠다 싶었는데, 그 정도 수준은 아닌 것 같고 중딩이나 어쩌면 고딩쯤 되어야 이해할 만한 내용들이 제법 되었다.


이 책은 원작인 사피엔스의 1부 '인지혁명' 부분을 편집 각색한 것이다. 인류의 시작과 현생 인류로 진화하기 까지의 몇 가지 중요 포인트를 재밌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소식적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 예를 들면 네안데르탈인과 사피엔스 종이 동시대에 걸쳐 살았다는 점이나 인류가 정착하거나 지나간 모든 지역에 대형 동물이 멸종했다는 점 등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됨과 동시에 생각할 거리도 던져 준다. 다만, 추가로 궁금한 점이 생기는데 - 예를 들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나 크로마뇽인은 어떻게 된걸까 등 - 그걸 다 설명하진 않는다. 과학전문 서적이 아니라 역사학의 영역에 속한 책의 한계인걸까? 원작도 이럴지 궁금해진다.


이렇게 얘기하지만 아직 확실히 다 이해하지도 못 했고, 동의 되지 않거나 해답이 없는 부분도 있어 2부가 출간될 때까지 한두 번은 더 들여다 봐야 될 듯 하다. 총 4부로 나뉘어 출간된다고 하니 1부 보고 난 이후에 사피엔스 원저를 읽어도 좋겠고 나같이 2부를 기다리며 복습해도 될 것 같다. 뭐 안 봐도 사는 데 큰 문제는 아닌 것도 사실.

 

# 사실 원작 안 보고 아는 척 좀 해 보려고, 쉬워 보이는 '그래픽 노블'을 선택했는데, 아무리 쉽게 써도 어려운 건 어려운 일인 듯.

# vol. 2가 출간 되었다. (2021.11)

 

# 2021년 5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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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시 기행 1 - 8점
유시민 지음/생각의길

작가 유시민이 유럽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고 도시의 역사, 문화, 작가의 감상 등을 책으로 낸다고 했을 때 매우 기대가 컸다. 특히 1권에서 유럽 역사의 중심지라 할 만한 ‘수도’ 4 도시를 여행한다고 하여 특히 기대되었다.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까지 모두 제각각 역사와 멋을 가진 유럽의 대표적인 도시가 아닌가? 시간과 돈이 부족한 우리 사정에 대도시 위주의 여행은 ‘가성비’ 측면에서 큰 장점이기도 하고.

작가는 젊을 때 시대와 학업, 직업(정치)에 묶여 여행 다운 여행은 해 보지 못 하고 있다가 이제 중년을 넘어 예전에 못한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려고 한다. 물론 비용 측면에서는 젊은 날보다 여유가 있고 시간도 그러하기 때문에 좀 더 느긋한 마음으로 여행을 즐기게 될 것이다. 거기다 작가가 기존에 축적한 배경 지식이야 말 할 것도 없고 그것을 자신의 경험과 묶어 글 쓰는 능력도 탁월하므로 그의 기행문은 생동감 있고 감칠맛 나는, 기대하는 그대로 일 것이다.

글은 예상한 대로 깔끔하고 술술 잘 읽혔다. 여타 여행 서적과 달리 맛집과 유명 여행지 사진으로 도배 되어 있지 않아도, 작가가 보고 들은 풍경과 소리를 글로 표현해 내는 능력이 탁월해 글 읽는 내내 현장의 그림이 머리에 그려졌다. 역사의 시대 순으로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를 간접 여행하고 나면 유럽에 대해 왠 만큼은 안다고 큰소리칠 것도 같다.

한편, 작가는 다음 편으로 지리적으로 가까운 몇 개 도시를 묶어 여행할 거라고 한다. 1편이 ‘가성비’ 위주였다면 2편부터는 그야말로 가보고 싶은 곳을 가 보는 ‘가심비’ 위주 랄까? 다만, 이 책이 2019년에 나왔으니 2편이 벌써 나와야 하겠지만, 아시다시피 ‘코로나 시대’에 여행은 언감생심. 2022년은 훌쩍 넘어야 2편을 기대할 수 있을 듯 하다. 

여담이지만, 아직 유럽 여행을 가 보지 못 했다.
대학 시절 한창 배낭 여행이 유행인 2000년 초일 때, 나는 이미 직업 최전선에서 벤처의 꿈을 키우며 열심히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이후에는 결혼과 육아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쩌다 여행을 계획하게 되면 그건 당연히 가족 여행이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 (그리고 때때로 부모님)의 안전과 편의, 비용을 모두 고려한 끝에 먼 거리의 여행은 꿈도 못 꾸고, 가게 되더라도 정해진 스케줄과 예상한 비용을 미리 설계한 대로 하나하나 이루어 나가는 ‘미션’으로 생각해 여행 가기 전부터 사전 준비와 공부로 지치기 일쑤였다. 작가의 젊은 시절 여행 경험과 비슷하달까?

작가가 대신 공부하고 준비해 준 컨텐츠 넘치는 여행 계획 덕분에 즐겁게 사전 답사하고 왔다. 나이 들어 앞으로의 여행 계획에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이게 먼 미래의 일이라 하더라도 이렇게나마 남의 여행을 내가 가는 것 같이 생동감 있게 글로 읽는 것만 해도 어딘가 싶다.

# 2021년 4월 서평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 - 8점
유시민 지음/돌베개

2014년 출간된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14, 55년의 기록]에서 6년의 시간을 더한 개정판이며, 증보판이다.

작가인 유시민 개인의 역사와 한국 현대사를 엮어 때로는 자신의 터닝 포인트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묶기도 하고,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 즈음에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기술하면서 주관적이지만 현장감있고 또한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공동체적인 사실과 평가를 기술하였다.

작가의 필력이 탁월하고 문장도 간결해서 술술 읽히는 재미가 있고,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견해에 대부분 동의하기 때문에 공감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

이번에 개정증보된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은 지난 편에 비해 시간상으로는 대략 10% - 6년의 시간이 추가되었지만, 이 6년의 시간동안 어마어마한 한국 현대사가 추가된 통에 아예 새로운 책 (2권 또는 별권)으로 내도 될 뻔 하였다. 촛불 혁명과 탄핵, 한일 무역 분쟁과 코로나19까지 새로운 사건과 이 사건을 통해 작가의 시각과 평가가 점차 바뀌는 부분까지 기존의 책과 다른 새로운 책 한 권이 저작 목록에 추가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목차는 예전 것이 좀 더 쉽게 와 닿았지만.)

무엇보다 개정 전 책을 보면서, "일생에 나도 그와 같이 나의 개인적인 생애와 한국의 현대사를 연결하는 정리를 할 수 있을까?" 부러워하며 읽었는데, 개정판에서는 "그와 내가 함께 겪은 지난 6년 간의 사건들"을 접하면서 '그' 만의 한국 현대사가 아닌 '그와 나와 우리'의 한국 현대사임을 아파하며, 한편 자랑스러워하며 읽을 수 있었다.

2025년 즈음 새로운 개정증보판을 기대한다.

 

# 2021년 3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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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 6점
정세랑 지음/민음사

먼저 이 책을 보게 된 계기부터 밝힌다.

한국 소설이라고는 고전, 아니면 판타지류만 읽었던 짧은 독서 경험에서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은 최근 한국 작가들의 글솜씨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후, [82년생 김지영]과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등이 크게 성공 (책과 영화/드라마로 동시에)하면서 요즘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한층 늘었다. 그 사이에 넷플릭스에서 [보건 교사 안은영]이라는 소설 원작의 드라마가 흥행하였고, 주연 배우 특유의 geek 함에 이끌려 꼭 원작책도 읽어보리라 생각했다.

사립 M고의 보건교사 '안은영'은 본래 직업인 '보건교사' 외에도 남들이 보지 못 하는 것을 보는 능력으로 여러 가지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한다. 그와 함께 M고 한문교사이자 설립자의 후손이며 '은영'의 에너지원 역할을 하는 '인표'는 서로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며 학교의 비밀을 해쳐나간다.
비비탄이 든 장남감 총과 알록달록한 꼬깔 모양 칼을 휘두르는 '은영'은 남들이 보기에는 괴상하고 특이한 존재지만, 둘 사이에 감도는 묘한 관계는 흥미진진한 또 다른 볼거리다.

이 책은 정세랑 작가가 2015년에 출간한 책으로 단편을 연작식으로 붙여 장편으로 출간한 책이라고 한다.
각 단편이 챕터가 되어 어느 정도 완결성을 띄므로 짧게짧게 읽어도 내용 파악이 어렵지 않았다. 독특한 소재와 흡인력 있는 문체로 또 가볍게 한 챕터씩 읽기 좋다.

책과 영상 모두 추천한다.

 

2021년 2월 서평

작년에도 이 맘때(12/30) 묵은 서평을 정리하며 블로그에 글을 올렸는데, 거의 1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내년에도 12월이 되어서야 찾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 1시간 30분이나 남은 2021년에는 자주 들어오길 다짐해 본다.

 

잘 가라 2021년, 반갑다 2022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미나리마 에디션) - 8점
J.K. 롤링 지음, 미나리마 그림, 강동혁 옮김/문학수첩

20대에 처음 읽은 해리 포터. 40대가 되어 10대 아이에게 선물할 요량으로 책을 구매하려 보니 여러 가지 버전이 출간된 것을 알았다.

처음 읽었던 번역은 이미 절간되었고, 20주년 기념 새 번역부터, 일러스트 버전, 이번에 읽은 미나리마 버전까지.

그 중 미나리마 버전은 영화 〈해리 포터〉와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서 비주얼 그래픽을 담당했던 스튜디오 ‘미나리마’가 직접 디자인한 책으로

이 책에는 조앤 롤링의 원작 소설은 물론, 컬러 삽화와 8가지 기발한 입체 종이 공작 요소가 실려 있다.

해리에게 도착한 입학 편지부터, 다이애건 앨리의 삐뚤빼뚤한 거리 풍경과 마법 체스장의 웅장한 말과 그 앞에 선 해리 일행의 모습까지,

아이들이 보기에 적당한 소재와 재미 요소가 포함된 책이다. 물론 어른들이 다시 봐도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돋는 재미와 추억이 살아나는 책이다.

10대에 막 들어선 딸아이에게 방학의 무료함과 집에 갖혀 지내는 우울감을 이 책으로 해소시켜 줄 요량이었지만, 주말 내내 내가 끼고 보며 완독했다.

시리즈 후속편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지만, 아이의 성화가 있어 다른 버전의 책도 바로 주문하게 된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번역이 초반에는 너무 직역 위주라는 점인데 아이에게 물어봤더니 못 읽은 정돈 아니래서 아쉽지만 위안을 삼는다.

#조앤이 최근에 '이카보그'라는 이야기 연재를 마치고, 책으로 출간했는데. 이 책도 아이에게 선물(하고 내가 먼저 읽어보아야)해야 겠다. 

성계의 전기 4 - 6점
모리오카 히로유키 지음, 김영종 옮김, 아카이 타카미 그림/대원씨아이(단행본)

모리오카 히로유키의 최근작인 성계의 전기 4 - 삐걱이는 시공을 보았다.

성계시리즈는 첫 등장 시절 "스페이스 오페라"란 찬사를 받을 정도로 방대한 스케일, 우주에 대한 해박한 이해, 블랙홀(평면우주)과 이를 통한 다른 성계로의 이동, 아브란 인조인간에 의한 국가의 탄생과 인류의 반격 등을 다룬 작품이었다.

전작이 아브와 오리지널 인류와의 싸움이 소강상태에 들 무렵, 주인공(진트)과 그의 친구이자 상관이자 예의 그 침략자인 아브 소녀(라피르)가 영지인 주인공의 고향으로 돌아가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족의 식탁"이란 제목이었다면, 신작은 제목인 "삐걱이는(삐걱대는) 시공" 답게 소강 상태의 전쟁을 종료 시킬만한 새로운 작전이 입안되고 이 작전에 의해 새로운 전쟁의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책의 줄거리는 대충 위와 같고 소감을 밝히자면, 너무 오래 기다린 탓일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잘 맞는 책 내용인 것 같다. 삐걱인다는 표현답게 본격적인 스토리 전개(전황)가 이루어진 것도 아니요, 문제로 보자면 기존의 방대한 스토리를 상쇄하고도 남는 간결했던 문체에서 중언부언 설명을 구차하게 하거나 간단한 내용을 늘여 쓰기도 하는 등 기대에는 충분히 못 미쳤단 평가이다.

사실 이 책에 대해 고백하자면, 책이 대원에서 먼저 발간되기 전 팬들의 조급증에 의해 일본어 원본 책을 팬 수준에서 번역한 번역본이 존재했고, 이 번역본을 먼저 읽었다. 이 번역본의 질이 꽤나 뛰어나서 내용 파악에는 무리가 없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정식으로 책이 번역되어 나왔기에 해적판을 읽은 미안함을 상쇄하고자 책을 구매했던 것이고... 아무튼 책을 기다린 시간에 비해 내용이 부실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이건 책을 기다린 팬의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고 여전히 이 책을 처음 읽는 독자들에게는 흥미진진한 "스페이스 오페라"로써 배경설명이나 등장인물의 방대함을 느낄 수 있을 만한 구성과 내용과 표현임을 밝히며 이 책의 소감을 마친다.

 

2013년 2월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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