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한중일 세계사 9 - 8점
굽시니스트 지음/위즈덤하우스

머리가 복잡하고 글이 눈에 잘 안 들어올 땐, 그냥 쉬거나 만화책을 읽거나.
그런데, 만약 그게 역사에 관한 거라면? 시사를 주로 다루는 작가가 쓴 거라면?
그래도 글밥 많은 책보다는 그림이 섞인 책으로 머리를 식히는 것이 좋겠다.

요즘 격월로 읽고(나오고/사고) 있는 본격 한중일 세계사는 9권에 이르러 열강의 조선 침탈을 다룬다.

제너럴 셔먼호 사건 이후 미국이 본격적으로 조선에 개입(신미양요)하고, 다른 열강(프랑스, 영국 등)들은 저마다 중국, 일본 등으로 손을 뻗친다.

그 중에서도 일본은 메이지 유신, 폐번치현을 통해 근대국가로 발돋움, 동북아를 일본식 제국주의로 휩쓸어 버릴 준비를 진행한다.

이런 저런 주변 이야기가 많은 탓에 일본이 본격적으로 동아시아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은 다음권으로 미루어졌지만

이번 권에 나오는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가슴이 답답하고 학교 때 배운 것들 기억해 내느라 다른 의미에서 머리는 충분히 식혔다.

목판화로 대조한 그리스도와 적그리스도의 생애 - 8점
루카스 크라나흐 목판화, 필립 멜란히톤 지음, 마르틴 루터 발행, 옥성득 옮김/새물결플러스

 

마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으로 시작한 '종교개혁'은 16세기 초반 유럽을 휩쓸며, 서구 사회에 큰 변곡점을 만든다. 이러한 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쿠텐베르크의 '금속활자술'을 드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 문맹률이 높았던 시기였으니 글보다는 그림으로 생각을 전달하고 이해하는 편이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책은 26개 목판화 총 13장면의 대조를 통해 '그리스도'의 생애와 그와 대비되는 '적그리스도'의 행위를 대조함으로써 대중들로 하여금 다시 한번 신앙의 길을 되돌아보도록 한다. 여기서 '적그리스도'는 잘 아는 바와 같이 '교황'이다.

당시 '교황'은 정치, 종교의 중심에 서서 정치와 종교를 혼합하고, '면죄부'로 대표되는 세속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최근의 대형화되고 세습을 통해 대물림하는 대형 교회와 거의 유사한 상황이지 않은가? 또한, 정치에 발을 들여 놓음으로써 종교를 정치 선동으로 격하시킨 교회도 생각나고 말이다. 옮긴이도 본문의 역주를 통해 한국 교회의 이러한 폐해를 비판하고 있다.

여러모로 시의성이 적절한 책이고, 종교서적이라고 하지만 당대 독일의 저명한 화가, 교육자이자 저술가가 참여한 목판화와 글은 그 자체로도 교양적이다. 기회가 있을 때 일독하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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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의 세계 - 8점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양지연 옮김/주니어김영사

* 아이에게 사 주고 내가 먼저 보는 책
* [이게 정말 사과일까?] 같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신선한 소재로 동화책 분야에서 입소문이 나더니, [있으려나 서점] 으로 어른들도 보고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되는 작가의 최신작
* 현실을 나타내는 “매일의 세계”와 잃어버렸거나 잊어버린 것들을 위한 가상의 “만약의 세계”를 통해 ‘선택’하고 ’기억’하고 ‘상실’하는 그 모든 경험이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한 것인지를 그 경험을 통해 ‘성장’하게 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찬찬히 설명한다.
*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지만, 어른들에게도 충분한 위안이 되는 책

[세트] 밤의 양들 - 전2권 - 8점
이정명 지음/은행나무

[뿌리 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으로 잘 알려진 이정명 작가의 책.

두 편 모두 TV 드라마로 각색되어 인기를 얻은 특이점.

대표작인 두 편을 보면 사극 형식에 매우 유능한 작가라 보아도 무방하다.

 

[밤의 양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 마지막, 예루살렘 입성과 십자가 도상 사이의 일주일 (유월절 기간) 동안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4건의 살인 사건과 이를 추적하는 주인공 '마티아스'의 시점에서 쓰여진 이야기이다. 시대만 동양의 조선에서 중동의 이스라엘로 옮겨 왔을 뿐 역사와 픽션을 적절히 섞은 '팩션' 이며, 작가의 역량이 팩션이라는 장르에서 잘 발휘된다.

 

예수님의 공생애와 시기를 같이 하거나 이후를 다루는 외국 작품 [벤허]나 [쿼바디스]은 듣거나 보아서 알고 있지만, 국내 작품 중 해당 시기를 그린 작품은 전에 소개한 김민수 작가의 웹툰 [의인을 찾아서]와 이 책 [밤의 양들]이 유 이한 것 같다.

 

이 책에서 주인공 마티아스는 그 자신이 살인의 죄 명으로 형을 기다리는 처지였으나, 유월절 기간에 일어난 기괴한 살인(후에는 연쇄살인으로 발전한다)을 해결하는 조건으로 형 집행을 연기 받아 사건에 뛰어든다. 사건을 파헤칠수록 '갈릴리 출신의 예수와 그의 제자들'에 혐의가 짙어지지만, 본능적으로 그는 사건의 배후가 따로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유대교도이면서 우발적이지만 살인자의 눈을 통하여 본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생애와 행적은 어렸을 적부터 [성경]에 익숙한 기독교 신자인 내게 매우 독특한 간접 경험을 선사한다. 더하여, 당시의 역사적, 정치/사회적 시대상과 함께 성경에서는 묘사되지 않은 도시의 일상을 소설을 통하여 상상하게 되니 스토리가 한층 두터워지는 느낌이다.

 

결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이야기의 전개에 빠져들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작가의 스토리 텔링도 수준급.

심플 소프트웨어 - 6점
맥스 카넷-알렉산더 지음, 이미령 옮김/길벗

저자인 맥스 카넷 알렉산더가 여러 가지로 유명한(?) 이슈 트랙킹 솔루션인 '버그질라'를 고치고 관리하면서 적용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쓴 책 '코드 심플리시티'에 이어 이러한 철학을 정리하고 개념화한 책 '심플 소프트웨어'다.

원제는 'understanding software'이며 내용치고는 좀 거창한 제목이긴 한데, 저자의 성향도 약간 'geek'하고 '자뻑'한 면이 있는 것이 제목과 잘 맞아 떨어진다. 물론 저자가 구글의 code health 책임자인 것을 보면 뭐 타당한 자신감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버그질라'의 수석 아키텍트로써 이를 고치며 적용한 코드의 간결성과 단순성이 설계의 복잡도를 줄여 장기적으로 관리 가능하고 그럼으로써 오래 지속되는 소프트웨어로써 가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를 보편적으로 적용가능함을 독자들에게 강조한다.

이 책과 전작 '코드 심플리시티'는 일종의 연작으로 보아도 무방한데, 전작이 실무 위주의 실전예제를 기반으로 쓰여졌다면 이 책은 코드 한 줄 없이도 소프트웨어 설계와 구현은 이런 것이란 설명을 술술 해 나간다.

일종의 에세이 같은 느낌인데, 유명한 블로거이자 테크 ceo인 조엘의 책과 비교해 보면, 위트는 반의 반도 없지만 그만큼 실없는 얘기도 없고 논쟁적인 주장도 적은 편이다. 옳은 얘기를 좀 재미없이 간결하게 했달까?

한 꼭지에 한 페이지가 넘지 않는 짧은 글도 많아 쉬어갈 때 한 장씩 읽어도 좋을 책이다.

신입에게는 좋은 습관이 쌓이도록 하고, 중급으로 넘어가는 개발자에겐 잘못된 습관을 꼭 찝어 지적해주는 얄밉지만 또 고마운 선배 역할도 하는 좋은 책이다.

일독을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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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은 내 거야 - 8점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유문조 옮김/위즈덤하우스

어린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유익한 읽을거리 '동화'

일본 동화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은 꾸준히 사는 편이다. 처음 만난 작품인 '이게 과연 사과일까'부터 최근작인 '있으려나 서점' 까지. 특유의 소재와 그것을 매개로 한 상상은 여전히 즐겁고 다음을 기약하게 한다. 무엇보다 그림체도 귀엽고 아이들이 보기에 부담 없어 큰 아이부터 둘째도 이 책들을 좋아한다.

이번에 나온 책은 "고무줄은 내 거야"란 제목의 네모 반듯한 책이다.

항상 언니, 오빠가 입던 옷, 사용한 물건을 물려 받는 주인공 아이가 사소하지만 온전히 자기의 것인 '고무줄'을 가지게 되면서 그것을 자신의 '보물'로 삼고 애지중지, 이것저것 상상하며 하루를 보낸다.
남들은 하찮게 생각하지만 나만의 의미가 담긴 물건이 누구나 하나쯤 있지 않은가?
이 보물을 가지고 상상의 나래를 펴던 어느 순간, 소중한 보물이 상하자...(끊어졌다) 아이는 금새 다른 '보물'을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이다.

순간 '허허' 헛웃음이 나오는 이 이야기는 아이들에게도 즐거운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만 어른들에게도 자그마한 이야기를 던지는 것 같다. 우리도 애지중지하던 어떤 것에서 시들해져 금새 다른 것으로 관심이 쏠린 경험이 있지 않은지? 단지, 주인공 같이 소중한 것이 '상실'된 때보다는 '망각'될 때가 더 많지만 말이다. 한편으로는 아이에게 '고무줄'만큼의 애착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뭐가 그리 아까워서 놓지 못 하고 있는지 되돌아 보게도 된다.

'동심'에 빙그레 웃어지면서 '생각할 거리'도 던져 주는 책.

여우가 되어라 - 8점
에리카 베너 지음, 이영기 옮김/책읽는수요일

권력자들의 탐독 1순위 '군주론'을 집필한 니콜로 마키아밸리의 평전.

 

권력자는 통치를 위해서 공포와 폭력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마키아밸리즘'의 이면에 그가 처했던 현실과 현실을 극복하려는 그의 생애를 정리한 책이다.

군주론을 보면서 (너무 냉혹하여) 잘 이해되지 않았던 주장에 개연성을 부여하고 다른 차원의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책.

 

매우 두껍고 길지만 쉽게 읽히고, 재미있다.

수도원 맥주 유럽 역사를 빚다 - 6점
고상균 지음/꿈꾼문고

개신교 목사면서 '술과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강연도 진행하고 있는 특이한 이력의 저자가 술, 특히 중세 수도원에서도 즐겨 주조한 '맥주'를 주제로 유럽 역사와 엮어 소개하고 있다.

종교 개혁가 루터의 아내이면서 전직 수녀 이기도 했던 카타리나 폰 보라의 '맥주 내조'부터 수도원을 중심으로 맥주 주조가 이루어진 이유, '오스트리아의 농민 운동과 맥주' 등 맥주와 관련된 유럽 중세사를 가볍게 즐기듯 읽을 수 있다.

맥주 한 잔 하면서 읽기 좋고, 읽다 보면 유럽 중세 역사도 배울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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