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가 이철희.
주로 야당색인 팟캐스트에서 - 물론 그것도 좋아하지만, 균형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정치평론가로써 자신의 이름을 딴 프로그램이었던 '이철희의 이쑤시개'의 진행자이자 TBS(교통방송)의 저녁 방송 진행자, 최근에는 JTBC의 시사 예능 '설전'에서도 발군의 시사평론을 통해 프로그램 인지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던 사람이다.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이자 현재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사이자, 비대위원이자 뉴파티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이 책은 JTBC의 출연 프로그램과 이름이 비슷해 제목만 보아서는 해당 프로그램의 텍스트화가 아닐까 했지만, 실은 프레시안, 미디어오늘, 민주사회연구원 등 여러 지상매체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이다. 특히 프레시안에 정기적으로 기고한 글이 대부분으로 주로 야당(그 중에서도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으로 개명했지만 책이 나오던 시점에서는 새정연)에 대한 비판과 대안 제시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을 모으다 보니 비슷한 시사에 대한 논평도 있고, 대안제시에 있어서도 중복된 의견이 보이지만, 책을 읽는데 큰 결함은 아니고 주요한 메세지를 여러 번 반복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어 보인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위어져
1. 왜 정치는 우리 삶을 바꾸지 못하는가?
2. 누가 우리 정치를 죽이는가?
3. 정치가 바뀌어야 삶이 달라진다.
로 구분하고 있지만, 다루는 사안을 기준으로는
1. 여야 공통의 선거 관련 이슈인, 국회의원 정수 문제, 오픈 프라이머리, 개헌, 2016년 총선 등을 다루고 있고,
2. 대통령의 정치력과 통치력의 불균형 문제와 인사 문제, 허울뿐인 국무총리제의 대안으로써의 책임총리제 등 여당에 관한 내용을 다루나 분량이 많지는 않고,
3. 야당에 해당하는 이전 선거 패배의 원인 분석, 새정연 내부의 분권, 패권주의 문제, 대안이 제시되지 않는 이유(리더십 부족과 전략 부재)를 설명/주장하고 있다.
이 중, 특히 관심이 가는 부분은 제 3장 야당에 관한 주요 의제와 논평인데 이 책을 읽는 중간에 이철희 소장의 더민주 입당 소식이 들려와서 이기도 하지만, 야당에 부족한 뭔가를 해결해 줄수 있다는 희망을 보기도 했기 때문이다.
야당의 무기력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며, 수권 정당으로써의 기능을 상실한 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현실이다. 이 현실의 원인으로 저자는 정당(정치)의 훼손 나아가 파괴를 짚고 있다. 즉, 정당 정치의 복원이 현재 고착화된 야당의 무기력과 무능에 대한 실마리라 보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야당이 스스로 이러한 동력을 일으키기 쉽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분당한 안철수 의원을 통한 내부 정화 내지는 혁신을 주문하기도 하였다. 무엇보다도 새정연에 만연했던 계파와 패권을 혁파하기 위해서는 당이 창조적 파괴의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는 점도 주장한다.
그는 더민주의 만년패배의 원인을 두 가지로 요약한다. 하나는 리더십의 결여요, 다른 하나는 전략의 부재다.
민주적인 집단에도 리더십은 필요하다. 정당 특히, 만년 야당인 더민주에서는 패배가 곧 리더십의 부정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에 기한과 권한을 부여하는 리더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파한다. 하지만, 제도적 장치적으로 리더십을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리더십은 리더에 의해서 갖추어져야 하기 마련이고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리더의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카리스마가 제왕적/독단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해 리더십을 보완할 민주적 수단-토론과 수렴 등 절차-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또한, 리더십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룰을 따르는 대중(당에서는 당원)이 필수적이다. 이 부분이 민주정부 10년의 후반부에 사라졌기 때문에 당에서는 당원을 길러내는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확고한 리더십 아래 정책 과제에서 선점할 이슈를 찾으면 승리하는 정당이 되는데, 상대의 언어로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언어로 말하고 주장하는 등, 갈등의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 때,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야당의 전략 부재는 이제껏 치뤄왔던 선거에서 연일 패배하고 이슈에서 야당이 줄곧 끌려가는 모습으로 대변된다 하겠다. 이에 관한 내용은 책의 설명을 옮겨 싣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잘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닐까? 이에 대한 대안 제시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도 주요한 몇 가지 이슈만 소개하면, 야당은 안보 아젠다를 복지 등 다른 이슈로 대치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고, 유능한 대안 정당의 모습(반대를 위한 반대 말고)을 보일 것 등이다.
그런데, 이 책을 쓰던 시점의 이철희 소장은 정치평론가 내지는 정치학자이긴 하였으나 현실 정치에 발들여 놓은 정치가는 아니었던 까닭에 정치가가 입바른 소리로라도 내놓았어야 할 사람의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즉, 정책적 중요성은 무엇보다 강조하나 모든 사안의 근본인 사람의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복지 아젠다가 천안함 사태로 대표되는 안보 이슈를 눌렀던 2010년 지방선거를 예로 들면서 복지 아젠다에 집중해야 한다고는 하는데, 복지 문제가 안보 문제에 앞서 어떠한 구성원의 현실과 요구에 따른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보 문제에 있어 억울하게 희생된 우리 장병에 대한 문제는 어찌해야 하는지 언급이 전혀 없다. 자칫 차도남의 이미지만 가진 나(또는 우리)와 전혀 관계없는 인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나만의 기우일까?
정치학자 또는 평론가는 이책을 쓰는 시점까지만 할 일이다. 이제부터는 정치인의 입장으로 이 책의 개정판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의 미래가 이해찬과 같은 전략가일지 노무현과 같은 정치가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