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노회찬 어록 - 8점
강상구 지음/루아크

지난 해 여름, 노회찬 의원이 영면하시고 벌써 1년하고도 두 번의 계절이 바뀌었다.

그 사이에 뜨거웠던 여름과 차디찬 겨울을 지나 다시 여름을 나고 겨울이 왔다.

 

그가 추구했던 세상이 조금 더 가까이 왔는지 되돌아 본다. 지난 여름 그가 허망하게 가고, 금년에는 또 다른 종류의 린치를 보면서 아직도 그가 바라는 세상, 우리가 원하던 세상은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그의 지근에서 그를 지켜보던 친구이자 동지 '강상구' 씨가 그의 어록들을 모아 만든 책, "언제나, 노회찬 어록"을 읽으며 그를 그리워 하고 그의 삶을 짧게나마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 기억에 노회찬이 세상에 등장한 첫 장면은, 어느 토론에서 소위 "불판 갈이"로 시청자들을 흔들더니 급기야 김종필 자민련 총재를 재치고, 마지막 순번의 비례대표를 차지하면서 였다. 그 때 방송에서 넙대대한 얼굴에 안경 너머 안광을 밝히며, 호통 하던 모습이 뇌리에 박혀 10년 이상 그를 눈여겨 보고 지지했었는지도 모른다.

 

50년 동안 썩은 판을 이제 갈아야 합니다.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 먹으면 고기가 시커메집니다. 

판을 갈 때가 이제 왔습니다.

그 이후로 국회의원으로써 그의 활약상, 시민과 특히 사회 약자들을 바라보던 그의 따뜻한 배려, 여성을 존중하는 마음, 불의에 맞서 자신의 지위(국회의원)까지도 거는 담대함 등을 보면서 더 매료되었던 것 같다.

 

특히 그의 당대표 수락 연설 "6411번 버스 투명인간"은 그의 사후 전국적으로 회자되면서 더욱 그를 그리워하도록 만든다.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중략)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 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 달에 85만 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그들을 위해 사는 것이 공인인 국회의원으로써 본인의 의무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했던 그를 기억한다.

 

지난 여름 두 가지 사건이 깊이 뇌리에 박혀 있다.

 

하나는 누구나 알고 있는 '조국' 이슈다. 이 사태에 대해 노회찬 의원이 검찰과 기자, 보수 정당을 위시한 기득권 세력에게 어떤 말을 했을까 상상해 보곤 한다. 아마도 그가 날리는 촌철살인은 막혔던 우리네 가슴을 짧게나마 시원하게 뚫어줬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는 사람만 관심이 있을 '톨게이트 노동자' 이슈다. 그가 지키고자 하는 '투명인간'들을 위해 그가 싸웠을 것을 생각하니 그가 너무 일찍 우리와 세상을 달리 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먹먹해 진다.

 

"사람을 믿고 사람에 의지하면, 반드시 실망하게 된다" 고 하는데, 그가 없어 그를 의지하지 못 해 아쉬운 시절이다.

 

# 19년 11월 서평

 

# 그리고, 그가 추구해 마지 않았던. 6411번 투명인간들을 대변하기 위한 법(연동형 비례대표제) 과 특권에 의한 반칙을 막는 법 (공수처법) 이 통과되었다. (19.12)

 

노회찬의 진심 - 8점
노회찬 지음/사회평론

- 가장 애정하던 정치가. (유이하게 손 꼽으라면 같은 정당에 잠시 몸 담았던 유시민.)
- 특유의 화법(정제된 언어와 적재적소의 비유)으로 사랑받던 진보 활동가.
- 그가 처음 공중파에 나와서 비유한 "불판론"은 아직까지도 회자.
- 그의 부고에 한동안 정신이 아득했었다.
- 그의 죽음으로 제4 원내교섭단체도 사라지고,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합의된 약속을 내팽겨치고 그의 죽음마저도 희화해 하던 제1야당에 정치 도의를 넘어 인간적인 분노도 치밀었었다.
- 이 책은 그의 정치 입문 (진보 활동의 시작이 아니라) 부터 생전의 글과 말(어록)을 모은 그의 흔적이다.
- 현안마다 적절한 논평, 때로는 붏의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노여움도 보이고, 특히 촌철살인의 비유가 돋보인다.
- 그의 글과 말을 읽을수록, 그가 보고 싶다! 그립다!
- 특히 최근 제1야당의 막말과 절제되지 않은 정치권의 언행심사에 그가 더 그리워진다.

 

# 19년 3월 서평

생각해봤어? - 6점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정의당 평당원(이라지만 네임드인) 3명이 진행중인 팟캐스트인 "노유진의 정치카페"가 책으로 엮여져 나왔다.


매주 방송되는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 세 명이 진행하는 정치분야 팟캐스트이자 시사 팟캐스트인데,

그 주의 중요 이슈를 주제로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한다. 1부는 정치 위주의 뉴스 분석, 비평이 주를 이룬다면,

2부에서는 초대 손님을 모시고 사안별 심화토크를 진행한다.

이 책은 2부에 해당하는 토크를 글로 엮었으며, 그 중 14가지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지는 내용을 추렸다.


목차를 살펴 보면,


1. 이 시대에 필요한 은총은 뭔가요교황과 미래의 지도자 

2. 전쟁 없는 70년, 끝까지 갈 수 있을까구시대적 안보의 한계 

3. 왜 우리는 작은 권력에만 분노하는가땅콩과 실세 

4. 21세기 자본은 어디로 가는가피케티와 부의 불평등 

5. 우리 이런 거 먹고 살아도 괜찮을까유전자조작과 규제개혁 

6. 그들은 왜 스스로 나쁜 놈이 되려 하는가극우와 일베 

7. 우리 모두 국민기업 지킴이가 됩시다포스트 스마트 시대와 삼성 

8.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그다음은 어디핵 사고와 전기요금 

9. 북한이 무서워? 우스워?형제와 웬수 사이, 북한인권법 

10. 스무 살 넘어도 공부만 하는 인생을 언제까지시험, 학교, 교육은 어디로 

11. 두려워 말라, 검열하는 자들은 나약한 자들이다카톡과 사생활 

12. 저도 나라에서 주는 용돈 받을 수 있나요?기초연금과 의료민영화 

13. 인간이 이기적인 건 당연한 건가진화심리학과 생존 본능 

14. 1등과 꼴찌의 성적표도 바뀝니까?‘쎄’누리당과 진보정당


등 한 번쯤 고민해 봤거나, 당시 이슈가 컸던 주제를 중심으로 3명의 논객과 초대손님이 때로는 치열하게 논쟁하고 또는 냉철하게 사안을 정리한다.

특히 환경(핵사고)에 관련된 사안이라던가 사회복지(기초연금)에 관련된 사안 등은 진보 진영이기에 과감하게 주장할 수 있고,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여러 번 보아도 유익하다.


듣는 것에서 벗어나 글로 만나도 유익한 책이다. 듣는 것과 읽는 것 모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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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저자
노회찬, 구영식 지음
출판사
비아북 | 2014-11-14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노회찬, 작심하고 진보의 미래를 말하다!1972년부터 82년까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노동 운동 1세대이자, 진보 정치인 노회찬의 자서전적 인터뷰와 에세이.


진보의 현 상태와 태도의 변화를 주문하는 책.

일명 '진보의 세속화'를 주장하고 있다.

진보의 과거와 현재를 규정하고 분석하는 것은 명확하나 대안이 마땅치 않다.

소위 '새불판'을 기다린 지 10 수년 째, 몇 명의 명망가는 만들었을지언정 권력의 대안으로 기능하지 못한 진보에 재대로 된 대책이 필요한데, 노회찬의 머릿속에도 구체적인 대안은 없는 듯 하여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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